‘역대 최강 2선’ 두곤 행복한 고민…와일드카드 점찍었어도 소속팀서 차출 거부 가능성
#최강 2선 공격진
황선홍 감독은 지난 5월 소집훈련에 이어 6월 A매치 기간에는 중국 원정 평가전을 치렀다. 최종 엔트리 확정을 위한 선수 테스트 성격이 강한 평가전이다.
지난 15일 3-1 완승을 거둔 중국과 첫 경기는 이번 대회에 나설 선수들의 강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3골 모두 공격 2선에서 터졌다. 후반 교체 투입된 엄원상(울산)이 2골,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1골을 책임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시기가 1년 뒤로 밀리며 참가 선수들의 연령도 올라갔다. 기존 아시안게임은 만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이번 대회는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자연스레 젊은 선수들의 경험치가 1년 더 늘었다. 그사이 상당수 선수가 소속팀에서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2선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황선홍 감독이 선발한 이번 평가전 소집명단 28명 중 2선 자원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고영준(포항), 고재현(대구), 송민규(전북), 양현준(강원), 엄원상, 정우영, 조영욱(김천)이다. 이들 모두 '유망주' 딱지를 떼고 각 팀에서 핵심으로 분류된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정우영, 연령대가 낮은 양현준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그간 K리그에서 100경기 정도 소화하며 공격포인트 30개 내외를 기록했다. 정우영은 이들 중 유일한 유럽 빅리그 소속이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무대까지 밟았다. 양현준은 깜짝 활약으로 지난 시즌 K리그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였다.
황선홍 감독이 대회에서 선발할 수 있는 2선 자원은 이들 외에 더 있다. 이번 A매치 기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은 유럽파 이강인(마요르카), 홍현석(헨트)도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대회 참가가 유력하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엔트리 짜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2선 자원만큼은 A대표팀 급이다. 황선홍 감독으로선 누구를 대회에 데려갈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번 아시안게임 엔트리가 나와봐야 정확하게 판단하겠지만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가 선발된 와일드카드를 빼놓고 본다면 금메달을 딴 지난 대회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황선홍 감독은 중국과 첫 평가전에서 이 같은 고민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송민규, 고영준, 양현준을 전반전에, 정우영, 조영욱, 엄원상 후반전에 투입해 고루 활용했다.
#중원·수비진도 ‘탄탄’
8장의 교체카드를 활용한 이날 경기에서 황선홍 감독이 90분 풀타임을 뛰게 한 선수는 4명이다. 골키퍼 이광연(강원)을 포함해 중앙 미드필더 김봉수(제주)와 정호연(광주), 측면 수비수 황재원(대구)이었다.
중원에서 듀오로 활약한 김봉수와 정호연도 화려한 2선 공격진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2선에서 터진 3골은 모두 이들의 도움(김봉수 2도움, 정호연 1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김봉수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 시즌부터 꾸준히 남기일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미드필더뿐 아니라 수비 포지션도 소화 가능해 단기 토너먼트에서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정호연은 이번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인 광주 FC의 핵심 자원이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정호연에 대해 "성장 속도가 정말 빠른 선수다. 나중엔 A대표팀에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생으로 이번 대표팀의 막내 황재원도 오른쪽 측면에서 팀의 공격작업에 힘을 보탰다. 후반전에는 선수 교체에 따른 전술 변화로 미드필더로도 활약해 멀티 포지션 능력을 보였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조금만 가다듬으면 충분히 A대표팀 갈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수비진의 이태석, 이한범도 활약이 기대되는 자원으로 꼽힌다. 이을용 감독의 아들로도 유명한 이태석은 중앙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는 움직임으로 트렌디한 전술에 부합하는 측면 수비수다. 이한범은 다부진 수비력에 양발 능력까지 보유해 '포스트 김민재'로 불린다. 이들의 활약에 소속팀 FC 서울은 이번 시즌 리그 상위권에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와일드카드와 병역혜택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연령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로 3명을 선발할 수 있다. 지난 대회에서는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가 선발돼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와일드카드 선발에 눈길이 쏠린다.
대체로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지만 황선홍호에서도 최전방 공격수, 골키퍼 등 일부 포지션에서 와일드카드 선발 필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중앙 공격수는 국내 축구 전반을 돌아봐도 자원을 구하기 힘들다. 그간 대표팀이 성공을 거둔 두 번의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모두 와일드카드로 중앙 공격수(박주영, 김신욱, 황의조)와 골키퍼(정성룡, 김승규, 조현우)를 선택한 바 있다.
황선홍 감독의 최종 선택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아시안게임은 FIFA가 공인한 A매치가 아니기에 각 소속팀이 대표팀의 선수 차출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 각국 리그가 한창인 시기에 대회가 열리기에 선수가 선발된다면 팀의 리그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다만 각 소속팀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은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군복무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각 소속팀도 젊은 자원이 군복무 혜택을 받는다면 좋은 일이다. 손흥민도 토트넘 홋스퍼에 양해를 구하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각각 1회씩 참가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는 와일드카드로 '군미필' 자원들로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따내면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이미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황인범 등 A대표팀 주축 선수 대부분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최근 두 번의 올림픽에서는 이미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장현수,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선발되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이 눈독을 들일 만한 선수 중 일부는 이미 군복무를 마쳤기에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선수 본인이 의지가 있더라도 소속팀에서 차출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와일드카드를 포함해 대표팀 구성을 놓고 황선홍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