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 해제 호재지만 외교 문제 변수 부각…중국 외 동남아 등 판로 개척 필요 지적도
#실적 회복 꾀할 수 있을까
NHN커머스가 지난 6월 9일 총 6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자에는 최대주주인 모회사 NHN과 투자전문회사 스탠더스가 참여해 각각 신주 보통주 4476주(약 300억 원)를 배정받았다. NHN의 지분은 67.68%에서 65.78%로 소폭 낮아졌다. 증자 목적은 ‘사업규모 확대와 경영상 목적을 달성’이다. 앞서 NHN커머스는 2019년과 2020년 케이스톤파트너스와 KB증권으로부터 각각 400억 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NHN커머스는 국내외에서 1인 마켓부터 대형마켓까지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들을 위한 홈페이지 툴을 제공하는 쇼핑몰 솔루션 지원 사업을 영위 중이다. 매출 비중이 더 높은 건 해외사업부다. NHN커머스의 중국 법인인 에이컴메이트는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을 취급하는 국내 브랜드들이 타오바오 등 중국 이커머스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면서 수수료를 수취한다. 역직구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NHN커머스의 실적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5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7%, 직전 분기 대비 31.6% 감소했다.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에도 여전히 기세를 못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IPO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NHN커머스는 최근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사업부는 지난 5월 10일 쇼핑몰 구축 솔루션인 ‘샵바이’ 그랜드 오픈을 통해 D2C(소비자직거래)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에 앞서 4월 24일에는 대만 최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잠보 라이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대만 이커머스 시장에 신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경우 현재 쿠팡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국산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향후 NHN커머스의 역직구 사업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NHN커머스는 올해 3월 초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전개 중인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 ‘더블유랩’을 와우벤처스로부터 인수했다. 더블유랩은 2021년 광군제에서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 기업이다. 3월 말에는 중국법인 에이컴메이트가 글로벌 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 틱톡 ‘도우인’의 수입 상품 공급사로 선정됐다. NHN커머스는 5월 초 중국 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키타오와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결국은 판로 다변화가 숙제
NHN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사업자 등 작은 브랜드들은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해외 쇼핑몰에 입점하는 절차에 밝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해외 플랫폼과 중개해주는 업체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달리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크지 않아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또한 “한류로 인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데다 중국은 거대한 나라기 때문에 한국 제품을 충분히 소화할 만한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커머스 쪽으로 판로를 뚫어놔야 소비 심리가 올라왔을 때 급격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중 외교 관계가 최대의 변수다. 올해 1분기 대중국 수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어들면서 중국이 최초로 무역 적자 1위국에 올랐다. 지난 1~4월 한중카페리항로 컨테이너화물 수송량도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이 사드배치 보복 차원에서 2016년 이후 제한한 한국 단체 관광 금지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파문 역시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개인 간 역직구도 타격을 입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2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판매액은 1조 8417억 원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판매액을 기록했다. 직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역직구 규모는 5조 3915억 원이었던 2021년에 비해 58%가량 줄었다. 전체 역직구 비중의 80%를 넘게 차지하는 중국의 감소세가 두드러진 까닭이다. 중국의 봉쇄와 고강도 방역을 고려하더라도 소비 심리 위축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HN커머스가 판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동남아 쪽이 가장 좋은 시장이다. 인구가 수십억 명에 달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한류가 각광받고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고 향후 중동, 유럽 등으로 확장해 나가기도 좋다”며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먼저 성공한 후 국내로 다시 들어와서 동남아 쪽 역직구 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것만 봐도 그쪽 시장이 먹힌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B2B 중개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역직구는 사실 물류비용이 문제다. 배송비가 셀러나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데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날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있는 상품이 아니고서야 주문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차후 입점 셀러를 늘리는 게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교훈 교수는 “게임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IT관련 업종을 영위하다보니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며 “비자산형 유통물류기업으로 머무르기보다는 일차적으로는 현지 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해 로컬의 노하우를 잘 배우고 향후 물류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NHN커머스 관계자는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중국의 커머스 시장이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이번 600억 원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지역 곳곳으로 판로를 다변화해 국내 셀러들이 중국 외 시장까지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끔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