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진행 중에도 M&A로 끊임없이 주가 띄워…“미국처럼 높은 수준의 처벌과 불법 이익 환수 필요”
#원 회장으로 번진 강종현 사건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채희만)는 6월 초 원 아무개 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해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다. 원 회장은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의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 회장은 과거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련 상장사 투자 및 M&A(인수합병)로 부를 불려온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다. 초록뱀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빗썸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비덴트 등과 자금거래를 했다. 원 회장은 강종현 소유의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등에 전환사채(CB) 등의 형식으로 투자를 해왔다. 오션인더블유 산하 엔터테인먼트기업 아이오케이와 각종 투자조합을 통해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 비덴트의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초록뱀미디어 및 계열사 산하 조합들을 통해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와 1000억 원이 넘는 거래가 있었다. CB를 활용해 비덴트 계열사 주식을 확보한 뒤, 주가가 오르면 처분했다. 원 회장이 강종현의 ‘쩐주’라는 평이 나온 지점이기도 하다.
강종현 씨는 이미 주가조작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빗썸 관계사에서 CB를 발행한 뒤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주가를 띄우는 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저가에 양도하는 배임 행위로 손해를 끼친 혐의와 빗썸 관계사에서 횡령한 혐의도 있다. 혐의 관련 금액만 129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강 씨를 구속 기소한 검찰은 최근까지 강 씨를 불러 원 회장과의 공모 관계 입증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검찰은 강 씨가 빗썸 관계사 등에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원 회장이 강 씨의 주가조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원 회장이 주식을 처분한 시점이 ‘고점’이었던 점을 염두에 두고 강 씨로부터 주가 관련 정보를 듣고 움직였을 가능성을 주목 중”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초록뱀그룹 압수수색을 하는 등 원 회장 관련 증거 확보에 집중해 왔다.
#가장 핫한 M&A 전문가도 구속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시장에서 가장 핫하다는 M&A 전문가 이 아무개 씨도 최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쌍용차 인수를 내세워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을 저지른 혐의로 6월 19일 구속됐다. 2022년 10월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회장이 구속된 이후 8개월 만이다. 검찰은 강 회장 구속 후 이 씨를 다음 수사 대상으로 삼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씨 일당에게 적용된 혐의는 입찰방해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이다. 영장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 씨 등 4명의 일당이 강 회장을 포함한 전체 판을 계획하고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 씨는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꾼’ 가운데 한 명이었다. 2021년에는 쌍용차 인수 시도를 내세워 에디슨모터스의 주가를 띄웠고, 경영권을 인수한 D 사에는 난소암 치료제를 호재로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 이들은 난소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캐나다 업체로부터 난소암 항암제를 양도받았다고 홍보해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이 밖에도 K 사를 필두로 S 사, H 사, R 사 등을 잇달아 인수했는데 이 모든 게 이 씨의 설계였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인수 과정도 이미 소유한 회사가 CB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하는 회사가 사들이는 구조였다. 자본시장 CB(전환사채) 투자 전문가는 “이 씨가 인수한다는 내용의 공시 등 이 씨 관련 기업의 투자 내용은 강남의 큰손들에게 인기 1순위 투자 종목이었다”며 “이 씨는 2차전지 등 최근 가장 핫하다는 트렌드를 주도해서 주가 부양을 설계했기에 다들 3~4배 이상 급등할 수 있었고 그만큼 이 씨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씨는 2022년 에디슨모터스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M&A를 진행하며 주가를 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씨가 이 과정에서 200억 원 안팎의 수익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씨는 원 회장과도 연결돼 있다. 이 씨가 주도했던 K 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5.8%를 가지고 있는 G 사인데, G 사 대표는 과거 황우석 테마주로 알려졌던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대표이사 시절 주가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사건에서 원 회장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업계에서는 짧은 기간 엄청난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점, 그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다들 주가조작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누군가 검찰 수사에 협조해 진술하지 않는 한 유죄 입증이 쉽지 않고, 기소가 되더라도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들이 많다 보니 재판을 받고 난 뒤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가조작은 형사처벌 특성상 입증 책임이 엄격해 검찰의 기소율도 낮은 편이다.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통보한 불공정거래 행위 중 불기소율은 55.8% 수준이다.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는 경우는 2020년 기준 59.4%에 불과했다. 40.6%가 집행유예를 받았다. 사건 중 절반만 기소되고, 그마저도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재판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한계다. 증권거래소 심리·금융당국 조사에서부터 검찰 수사, 그리고 최종 법원 판결 확정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된다. 주가조작 등을 통한 불법 이익에 대한 환수도 미흡한 실정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한 아이템으로 3~4 종목을 올리고 나면 적게는 20억 원, 많게는 5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보는데 수사당국에게 걸릴 경우 이 가운데 변호사 비용으로 20억 원만 쓰면 되고, 구속되더라도 3~4년만 살고 나오면 거액의 이익은 남아 있다”며 “미국처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처벌과 불법 이익 환수가 있어야 또 다시 시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