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혐의 입증 자신감, ‘대통령 의중도 확인’ 관측…‘곽상도 아들 50억’ 수사도 진전
‘50억 클럽’ 멤버 가운데 곽상도 전 국회의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도 곽상도 전 의원이 박 전 특검처럼 대장동 개발 관련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특검과 곽 전 의원 수사 결과에 따라 나머지 50억 클럽 멤버들에 대한 수사에도 ‘가이드라인’이 세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 조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6월 12일 박영수 전 특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양재식 전 특검보(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이제 박 전 특검 소환만 남은 셈이다. 현재 박 전 특검의 조사일정과 출석방식 등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는데, 이번 주 중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일한 2014년 11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토록 해주겠다며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0억 원 상당의 땅과 상가건물 등을 받기로 약속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전 특검 측이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을 도와주겠다”며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해 왔던 정영학 회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정 회계사, 남 변호사와 비슷한 취지로 “‘박 전 특검이 도와줄 테니 금전적 대가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 흐름에 밝은 법조인은 “검찰이 우리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관계자 소환조사에서부터 ‘박 전 특검 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고, 이미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박 전 특검과의 금전 거래는 단순한 차용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우리은행이 컨소시엄 참여로 형태가 바뀌는 과정에서 약속된 200억 원이 50억 원으로 줄어든 것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원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려 했으나 내부 심사부의 반대로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 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덕분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 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 소환에 앞서, 양 전 특검보를 불러 조사하는 자리에서도 관련 흐름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양 전 특검보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는데, 이로 인해 검찰은 ‘박 전 특검 혐의 부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전관 변호사는 “소환조사에 앞서 혐의를 인정할 것인지, 부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방향을 잡고 진술 내용 중 수사팀이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고 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영장 청구 여부는 이미 가이드가 다 잡혀 있다”며 “이미 박 전 특검 신병에 대해서도 사실상 결정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관계다. 박영수 전 특검과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근무한 적도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이 중앙수사부장으로 있을 때 윤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함께 수사를 진행했다.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사건 수사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2016년, 박영수 전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 되자마자 인선 1호로 윤석열 당시 고검검사를 지목한 바 있다. 특검을 보좌해 20명의 파견검사를 통솔하는 수사팀장으로 앉힌 것.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는 ‘항명 파동’ 후 좌천되기만 했던 윤석열 검사가 다시 화려하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소환 및 영장청구 등을 놓고 ‘검찰이 윤 대통령의 의중도 확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앞선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이미 대통령실에도 보고가 이뤄지고 재가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50억 클럽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박 전 특검 부분에 대한 수사 승인도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곽상도 전 의원 향한 수사도 진행 중
50억 클럽을 향한 수사는 두 개의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2015년 하나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호반건설뿐 아니라 부국증권의 압력도 막아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2015년 호반건설이 하나은행 측에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중심이 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해 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넘어올 것’을 요구했는데 곽 전 의원이 이를 막아주고 그 대가로 50억 원의 뇌물(아들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가 곽 전 의원의 50억 원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뤄진 전면 재수사에서 이를 입증할 진술 등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 50억 클럽 멤버 가운데 2명(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의원)의 수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분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이나 김수남 전 검찰총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지만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3부가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428억 원 약정 의혹도 수사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사에서 다른 50억 클럽 멤버 관련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이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판단 하에 다시 하고 있지만 시간이나 수사 인력 규모를 감안할 때 ‘모두 다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관측”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