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 격차 좁히자 신제품 공개 한 달 앞당겨…사상 첫 한국 개최에 정부 요청 있었단 뒷말도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26일 코엑스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Z플립5, 갤럭시Z폴드5, 갤럭시워치6, 갤럭시탭S9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공개 시점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기며 일명 ‘폴더블 대세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 대수는 1420만 대다. 올해는 이보다 50.5% 증가한 214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폴더블폰 출하량 예상치는 4810만 대에 이른다. IDC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연평균 2.6% 성장하는 반면 폴더블폰은 연간 27.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폴더블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다양한 폴더블폰과 패널을 내놓으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DSCC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5%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2위는 중국 오포(21%), 3위는 화웨이(15%)였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점유율이 지난해 한때 80%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시장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또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출시됐음을 감안하면 1분기 만에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중국 제조사들의 신형 폴더블이 쏟아지고 기기 성능도 개선돼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 판매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했다”며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 타이밍을 앞당긴 이유”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출시하고, 관련 시장을 이끈 배경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이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폴더블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이는 애플이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지 않으면 폴더블폰 출시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BOE 등 적지 않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폴더블 패널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폴더블 패널 제조 능력은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DSCC는 올해 1분기 중국 BOE가 폴더블폰을 포함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패널 시장에서 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BOE 역사상 최고 점유율이다.
DSCC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애플은 물론 화웨이, 오포 등에 공급을 늘렸다”며 “2022년 1분기 18%였던 점유율이 매 분기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2분기에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OE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좁혀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나마 폴더블 패널 기술 격차가 남아 있는 ‘골든타임’ 동안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 언팩 행사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언팩 행사에서 공개될 제품 이미지가 최근 유출돼 삼성전자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인도의 IT전문매체 ‘마이스마트프라이스’가 최근 갤럭시Z폴드5의 마케팅용 사진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다. 마이스마트프라이스는 갤럭시Z플립5, 갤럭시워치6 등의 이미지도 연달아 공개했다.
삼성전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유출된 이미지는 실제 현지 마케팅에 쓰일 초안으로 최종 ‘컨펌’을 받기 전 단계에서 흘러나와 유출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며 “제품 외관이 모두 공개돼 내부적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 중”이라고 귀띔했다.
갤럭시Z플립5 이미지가 유출된 점이 특히 문제로 꼽힌다.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워치6 등은 전작과 외관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갤럭시Z플립5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다. 디자인 변경을 ‘깜짝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언팩 행사를 한 달 앞두고 세간에 알려지면서 행사 자체의 힘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언팩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마케팅을 위해서는 북미 지역에서 행사를 개최해야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언팩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지난 6월 1일 호암상 시상식에서 언팩 행사에 대해 “서울이 중요하니까”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삼성전자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를 위해 한국 개최를 요구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심지어 올해 초 삼성전자 언팩 행사 개최 장소로 언급된 곳은 서울이 아닌 부산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부산 개최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그나마 ‘세계적 도시’로 위상이 높은 서울로 타협하고 부산에서는 부대행사를 여는 선에서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에서 언팩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한국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끌 철학과 비전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특히 서울은 한류를 넘어 미래를 이끌 혁신 기술의 메카로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유출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은 어렵다”고만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