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에 칩셋 위탁해 성능·발열 문제 개선…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는 불안 요소
갤럭시 S23은 최고의 품질을 판매 전략으로 내세웠다. 갤럭시 S23에는 신형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Gen2) 칩셋이 탑재됐다. 애플의 아이폰에 뒤처진다고 비판받아온 성능·발열 문제를 잡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가격과 마진율이다. 갤럭시 S23의 가격은 갤럭시 S22에 비해 15만 원가량 상승했다. 최상위 기종인 갤럭시 S23 울트라의 가격은 196만 2400원으로 200만 원에 육박한다. 또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제작해왔던 ‘엑시노스’ 칩셋을 포기하고, 경쟁사인 대만 TSMC에 칩셋 제조를 맡겨 수익성 악화 우려도 나온다.
#'역대 최고 성능?' 갤럭시 S23에 쏠리는 시선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갤럭시 언팩 2023’을 열고 갤럭시 S23 시리즈를 공개했다.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S23 시리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능의 기준을 재정의하고 성능과 품질면에서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최고라는 확신을 드릴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S23은 퀄컴의 최신형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오버클럭해 탑재했다. 오버클럭은 칩셋의 최대 출력을 기본값보다 더 높이는 기술이다. 정격 출력보다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칩셋의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스냅드래곤8 2세대 중 ‘양품’만을 골라내 갤럭시 S23에 적용한 것이다.
갤럭시 S 시리즈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은 아이폰에 비해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IT업계에서는 퀄컴의 설계 역량이 애플보다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애플의 자체 설계 칩셋인 ‘A’ 시리즈와 퀄컴 스냅드래곤의 성능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IT업계는 지난해까지 퀄컴과 애플의 설계 역량이 약 2년의 격차를 보인다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퀄컴이 지난해 스냅드래곤8 2세대를 공개한 후 평가가 뒤바뀌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에서는 애플이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A16 바이오닉에 뒤처지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는 A16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갤럭시 S23으로서는 아이폰과의 성능 격차를 좁힌 셈이다.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갤럭시 S22의 경우 발열 및 배터리 관리를 위해 강제로 성능을 제한하는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GOS(Game Optimizing Service)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를 의식한 듯 갤럭시 S23 전 모델에 한층 넓어진 베이퍼챔버(증기 방열판)를 탑재해 냉각을 강화했다. 갤럭시 S23의 칩셋이 개선돼 더 적은 발열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고, 냉각도 강화한 만큼 “아이폰 대비 저성능에 발열도 많다”는 비판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에는 노태문 사장의 성공 가능할까
문제는 가격이다. 갤럭시 S23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는 15만 원가량 인상됐다. 최저가 모델인 갤럭시 S23 기본형 256GB는 115만 원, 최고 사양인 갤럭시 S23 울트라 1TB는 196만 원을 넘어선다. 성능 강화와 함께 고가 전략을 펼치는 구도다.
갤럭시 S23의 가격 정책은 노태문 사장의 데뷔작인 갤럭시 S20을 떠오르게 한다. 갤럭시 S20은 당시 최상위 칩셋에 12GB D램을 탑재하는 등 초고성능을 갖췄지만 출고가가 최저 124만 8500원에 달했다. 높은 가격은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갤럭시 S20 시리즈의 첫해 판매량은 2600만 대에 불과했다. 전작인 갤럭시 S10의 판매량이 3500만 대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갤럭시 S20의 실패 이후 노태문 사장은 가성비에 방점을 뒀다. 갤럭시 S21은 메모리와 카메라, 냉각 부품 등을 다운그레이드하는 대신 가격을 99만 원대로 인하했다. 갤럭시 S22 역시 갤럭시 S21과 같은 가격에 출시했다. 그러나 이는 원가절감 논란을 빚었고, GOS 논란 이후로는 해외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가성비 정책도 결과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갤럭시 S21과 갤럭시 S22의 첫해 판매량은 각각 2400만 대, 2200만 대에 머물렀다. 노태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한 후 3년 동안 갤럭시 S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노태문 사장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럭시 S23의 성공이 절실하다.
그러나 IT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어 갤럭시 S 판매량 증가에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총 판매량은 전년보다 11%가량 줄어든 12억 4000만 대에 머물렀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12억 6200만 대 수준으로 예상돼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수익성 개선도 숙제
비록 갤럭시 S 판매량은 부진했어도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여전히 글로벌 1위다. 애플과 중국 업체들이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지만 노태문 사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이다. 갤럭시 A, 갤럭시 M, 갤럭시 F 등 중저가 라인업으로 인도·동남아시아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덕이다.
그러나 물량공세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부문(옛 IM부문)의 매출은 2020년 99조 5900억 원에서 2022년 120조 81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조 4700억 원에서 11조 3800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2.5%에서 9.4%로 3.1%포인트(p) 감소했다. 중저가 공세로 몸집은 키웠지만 수익성은 낮아진 셈이다.
갤럭시 S23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을 포기했다는 것도 수익성 악화 우려를 더한다. 퀄컴은 지난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만들었다. 이는 예상보다 낮은 성능 지표로 이어졌는데 애플 칩셋을 만드는 대만 TSMC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에 퀄컴은 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을 TSMC에 맡겼다. 갤럭시 S23의 성능은 개선됐지만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부품 가격 상승에 2022년 1~3분기 모바일AP 가격이 2021년보다 8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IT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S23이 잘 될수록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배가 아프고, 전사 차원에서는 TSMC에 지불해야 하는 부품값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자체 설계·생산을 포기한 만큼 마진율 악화는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S23 수익성 등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