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최고가 구간 머물러 ‘라덕연 사태’와 달라…5개 종목 갑자기 대출중단, 극복 가능한 위기라 여겨”
―본인 시각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뭐라고 보는지.
"제가 주도하는 소액주주 운동은 의결권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가 설정된 상태였다. 충분히 달성 가능한 꿈이라는 희망으로 오랜 기간 저와 함께 많은 분들이 우호지분 확보에 노력을 쏟아왔다. 대한민국 경제민주화 달성을 위한 매우 중요한 변화를 완성시키기 직전까지 도달했었다. 그러나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대폭락 사태 후유증이 컸다. 이에 따라 발생한 시장 수급 악화로 주가폭락이 발생해 주주행동주의에 동참한 분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현재 검찰 등은 2020년부터 시세조종으로 104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 의문이다. 소액주주 운동의 핵심은 최대한 싸게 많은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늘리거나 주가를 올려야 할 이유가 없다. 장기간 우호지분을 늘리면서 필연적으로 주가가 오르거나, 매물 소진 상태에서 프로그램 매수 등으로 주가 급등이 발생했는데 일부 구간에서 몇몇 주주들이 매수해 주가가 상승한 지점을 침소봉대해 시세조종으로 간주한 듯하다. 저나 주주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분들의 계좌 상태가 지금 처참할 지경이다. 주주운동으로 막대한 지분을 추가 확보한 상태였다는 점은 간과하고, 주가 최고가 기준으로 계산된 평가이익을 부당이익으로 간주해 저런 숫자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시세조종 행위는 없었다는 게 진실이다."
―사건 터지기 닷새 전 미리 '사무실을 비웠다'는 보도가 있었다.
"저는 폭락 전날까지도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해 오전과 오후 2건의 미팅을 하고 귀가했다. 그날 제가 출근했던 증거는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매우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제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직후 폭락이 발생해 더는 그 사무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됐지만, 저는 입원 전날 퇴근 후 사무실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사무실 건물 곳곳에 CCTV가 있으니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혹시 누가 그 방을 치웠는지 확인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증권사의 대출 제한도 사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주주운동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도 문제 아닌지.
"성공이 확실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었기에 최종 목표한 지분 확보를 위해 자금을 쏟아 부은 것이다. 더구나 예정대로라면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었기에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주주운동의 최종 성공을 위한 마지막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절대 배반할 수 없는 확실한 자금을 사용한 것일 뿐이다."
―'통정매매' 의혹에 대한 반론은.
"그렇게 볼 여지는 아예 없다. 일례로 주가가 가장 높은 동일산업의 경우를 봐라. 코로나 사태로 급락했던 2020년 3월 이후 장기간에 걸쳐 증시 대외적 변화가 생길 때 꽤 큰 등락을 거쳐 상승했으며, 매년 그렇듯 주식양도소득세 이슈가 불거지는 연말에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했을 뿐이다. 혐의기간 중 최고가 기간인 2023년 5월 9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평균거래량이 456주에 불과할 정도였다. 특정세력이 차익실현을 위해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급증시켰다고 볼 수가 없다. 덧붙이자면, 동일산업의 주가 구간을 보면 전부 외국인 프로그램 매수로 상승한 사실이 명쾌하게 드러나 있지 않나. 2022년 12월 28일 18만 5000원에서 2023년 3월 6일 21만 7000원까지 상승했는데, 이 기간 외국인이 1만 2991주를 순매수하며 주가상승을 주도한 사실이 분명히 나와 있다. 모든 상승 구간에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5개 종목의 주가 흐름이 라덕연 사태 때와 비슷해 보인다.
"우호지분을 5%에서 40%까지 증가시켰다. 거래량은 줄어가고 매물도 차츰 없어지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작은 매수수요에 의해서도 주가가 밀려 올라간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의 기초 원리다. 최근 문제가 된 CFD 관련 종목들은 최고가 구간에 수일 동안 머물렀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오랜 기간 최고가 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보유자들이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이 아니라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목적을 함께 바라봤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를 위한 주식매수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때의 전형적인 모양이 나타난 것이다."
―수술로 입원하게 된 날과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진 날짜가 같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또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사건 발생 하루 뒤 보도됐는데, 이전부터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나.
"주주행동주의 성공을 위해 여러 리포트를 쓰고 주요 파트너 확보를 위한 미팅을 반복하는 게 저의 핵심 역할이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나흘 동안 말 한마디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중요 미팅이 줄줄이 미뤄졌다. 그러다보니 수급악화가 발생했다. 매도 가능성이 있는 물량을 가장 싸게 매입하고, 이를 의결권 지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시장에서 중요한 매수주체 역할을 해왔던 제가 자리를 비우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발생한 것 같다. 이에 평소였으면 매수에 가담할 투자자들이 머뭇거리고, 와중에 소량의 매물이 지지선을 무너뜨리면서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주가 폭락이 발생한 것 같다. 수술 받고 막 마취에서 깬 직후 입원실로 압수수색이 들어왔기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카페에 공개한 글을 보면, 사건 발생 한 달여 전부터 '대출 연장 안 된다'는 문자를 계속 받았다고 했다. 진즉에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가 없었는지.
"향후 대출 연장이 안 된다거나 대출로 추가 매수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중요한 시그널이 된다. 당연히 대출이 없던 주주들마저 우려감에 매도 후 재매수를 검토하게 된다. 그런 수급악재 상황을 인지했기에 대출조건이 나쁜 증권계좌의 주식을 매도한 뒤 조건이 더 좋은 증권사로 자금이나 주식을 이체해 새로 매수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주주행동주의를 최종 성공시키기 위한 자금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노력을 다했다."
―5개 종목들에 대해 증권사들도 이미 신용거래 불가 명단에 올렸다고 한다. 역시 일찍이 사태를 예상할 수 있는 지점 아니었는지.
"5개 종목 모두 장기간 증권사들이 별 이슈 없이 오랜 기간 대출과 만기연장을 해주면서 VIP 대우를 해줬었다. 늘 만기와 이자율을 감안해 투자여력을 맞춰왔던 것인데 갑자기 줄줄이 대출중단을 하는 바람에 양질의 자금 마련에 열중했다. 다행히 누구나 경영권을 원하는 좋은 투자 대상이란 사실을 보여줄 리포트들을 만들어 놓았기에 극복 가능한 위기라 여겼다."
―핵심 파트너 가운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매도했을 가능성은.
"제가 입원하기 전까지 그런 창구는 보이지 않았다.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한 분들의 경우 보유수량이 워낙 많아 보유주식을 내다파는 것은 대단히 비합리적인 행위다. 일부 주주운동 참여자가 폭락 발생 후 깜짝 놀라 뒤늦게 매도한 경우가 있을진 몰라도 먼저 투매에 나서진 않았을 듯하다. 얼마 회수도 못하면서 담보 부족을 자초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락 당일 거래량을 확인해 봐도 대량보유하고 있던 주주운동 참여자의 선행매도 행위는 없었다."
―검찰이나 금감원 등 조사 일정은 잡혔나.
"6월 22일 검찰에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술 때문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병실까지 찾아와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대해 유감이지만 협조하기로 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전할 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우리 소액주주들은 연대해서 멋지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상장회사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달려왔다. 그런 저의 꿈을 지지하고 함께 헌신해 주시다 엄청난 파도를 맞고 경제적으로 파탄 나는 비극에 처하게 돼 선장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저는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행군을 진두지휘한 패장이기에 비난은 감수하겠다. 다만 이상을 실현하려다 뜻밖의 시장 수급악화가 발생한 것인데도, 마치 수익에 눈이 멀어 시세조종 행위를 벌이다 폭락을 초래했다는 누명을 쓰는 상황은 벗어나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저와 함께 해주신 분들의 명예를 지켜내겠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