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로 주당 2만 8000원 제시 예정…급하지 않은 현대카드 응하지 않을 가능성 높아
#지난해 공개매수가에 불만 품은 이유
현대카드 소액주주연대는 현대카드에 공개매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공개매수 요청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는 71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31만 5787주다. 공개매수 요청에 동참한 소액주주의 주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314만 3777주, 현대카드 지분율 1.96%)의 10.04%다.
공개매수 요청에 나서는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주식매수 청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6월 현대카드 주주인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전체 주식(485만 1112주, 지난해 기준 지분율 3.02%)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카드 IPO 계획이 철회되자 이익실현이 어려워진 현대카드 주주들을 달래는 차원이었다. 매도를 원한다며 주식매수 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169만 8956주(지난해 기준 1.1%)였다.
현대커머셜은 당시 1만 3757원에 현대카드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였다. 공개매수가는 앞서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주식을 사들일 때 책정된 가격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었다. 2021년 8월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을 갖고 있던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로부터 현대카드 보통주 641만 8611주를 약 868억 원에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지분인수 가격은 주당 1만 3532원이었다.
당시 일부 현대카드 소액주주는 공개매수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대카드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현대카드 소액주주 중엔 2007년 온라인 투자자문기관 추천으로 투자한 주주들이 많다. 2007년 현대카드 장외시세는 1만 5000원~1만 6000원 정도였다. 2007년 1만 6000원에 전환사채를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전환사채 표면금리였던 4% 복리로 계산하면 현재 현대카드 주식 가격은 2만 8000원 정도라는 것이다. 현대커머셜은 2021년과 지난해 보유하고 있는 현대카드 장부금액을 8589억 원, 1조 3008억 원으로 산정했다. 주당 장부금액은 2만 1812원, 2만 3430원이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현대카드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대카드 대주주인 현대커머셜, 대만 푸본금융그룹, 현대자동차 등에도 공개매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을 밝혔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현대카드에 공개매수를 요청하면 지난해처럼 현대커머셜이 공개매수를 하는 식으로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대주주 외에 경쟁 카드사에도 가리지 않고 매각을 추진할 생각이다. 엑시트를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다만 공개매수 요청이 받아들여질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현대카드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향후 추가적인 소액주주 주식 공개매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의 요청대로 2만 8000원의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자금 부담도 있다. 만약 현재 남아있는 현대카드 주주들이 모두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880억 원이 필요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아내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입장에서도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필요성이 다소 낮아지기도 했다. 현대카드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지난해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은 현대카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현대카드 지분을 보유한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정 부회장 내외가 향후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계열분리를 추진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소액주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50% 이상의 전체 우호 지분율을 확보하려할 것이란 예상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공개매수 직후 현대카드 지분은 현대차와 기아가 48.44%, 정 부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커머셜, 대만 푸본금융그룹이 49.6%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공개매수 때와 달라진 상황
하지만 이후 현대카드 주주 지분에 변동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현대커머셜은 기아가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5%(802만 3265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현재 현대차그룹의 현대카드 지분은 43.44%, 정 부회장 측 우호지분은 54.6% 됐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54.6% 지분만으로는 정관 개정 등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항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사선임은 가능해 안정적으로 지배권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소액주주들이 요청한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응할 시 지난해 공개매수에 참여했던 주주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때 현대카드는 장외에서 1만 2000~1만 4000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현재는 1만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공개매수를 진행한다면 지난해와 올해 주가 변동성이 얼마나 있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지난해와 올해 시가가 비슷한데 공개매수가가 높게 책정되면 지난해 매수청약에 참여한 주주 입장에선 뒷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잠정 중단된 현대카드 IPO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현대카드 IPO를 요구했던 어피니티는 2022년 5월 대만 푸본금융그룹과 현대커머셜에 현대카드 지분을 매각하며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PO 부담을 덜었고 당장 회사에서 자금 마련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태영 부회장 내외 입장에서는 현대카드 IPO보다 현대커머셜 지배력 강화가 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커머셜 지분은 현대차가 37.5%, 정명이 사장이 25%, 정태영 부회장이 12.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엔 어피니티의 특수목적회사가 현대커머셜 지분 25%를 갖고 있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어피니티의 지분을 가져오는 것이 지배력 측면에서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 측 입장에서는 푸본금융그룹이 갖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을 현대커머셜이 가져와야 하는 과제도 있을 듯하다. 현재 애플페이 같은 호재가 있음에도 이러한 복잡한 이유로 IPO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될 것 같다”며 “때문에 합당한 가격으로 다시 공개매수를 요청하려는 것이다. 공개매수가 힘들다면 공개매수 요청에 참여한 주주들의 주식만이라도 블록딜 형식으로 매입해달라고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