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유발 가능성에 반감기 1570만 년…“자손들에게 방사능 물려주는 것” 지적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해수부)에서 받은 ‘수산물 방사능 검사 사업’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수산물 검사 핵종(원자의 종류)으로 요오드131과 세슘-134·137만 선정했다.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요오드129는 포함되지 않았다.
요오드129는 원자력 발전시 우라늄 핵연료봉에서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방출되는 물질로서 핵분열 부산물이다. 해수부와 식약처는 이 요오드129를 검사 항목에서 제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요오드129처럼 반감기(방사성 물질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긴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짧은 물질에 비해 오랜 기간 동안 적은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요오드129는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양이 매우 적고 검사 시 1~2주가 소요돼 수산물 검사할 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정부 설명과 달리 요오드129를 검사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오드129가 적은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반감기가 길어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자력 학계에 따르면 요오드129는 안전한 물질로 붕괴되는 데 1570만 년이 걸린다. 해수부와 식약처가 검사 항목에 넣은 요오드131은 반감기가 8일이다. 앞서 지난 19일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큰 규모의 해수 순환에 따라 후쿠시마에서 배출된 오염수가 해류를 통해 이동하는 경우 약 10년 정도 후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한 바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유입될 때면 요오드131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반면 반감기가 1570만 년인 요오드129는 소량이지만 해역에 유입돼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요오드129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소량으로 들어 있지만 반감기가 길어 (우리 해역에 유입되면) 우리가 자손들에게 방사능을 물려주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요오드129가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히 수치를 알고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므로 관리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 따르면 요오드129는 인간의 갑상선을 손상시킨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 소속 의원들이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만났던 시마 아케미 후쿠시마현 다테시의회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갑상선암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일본 정부는 갑상선암 환자에 대한 통계 발표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후쿠시마현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당시 18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건강 조사를 벌여 총 173명이 갑상선암으로 진단됐다고 밝혔다. 또 2019년 7월 내과 전문의인 우시야마 모토미는 일본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에서 열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의한 건강피해의 실태에 대한 강연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5세 이하였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갑상선암의 발병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요오드129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고 있어 우리 해역 유입 시 국민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많다. 김용환 교수는 “요오드129가 있는 물에서 잡은 물고기를 국민들이 먹었을 때뿐 아니라 그 물을 흡수한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양한 피폭경로(방사성 물질이 환경에 유출됐을 시 인간이 방사능에 노출되기까지 거치는 다양한 경로)로 국민들 신체에 흡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0대 직장인 남성 조 아무개 씨는 “국가가 국민을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적은 양이더라도 신체에 흡수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왜 이를 방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대 대학생 이진현 씨는 “방사성 물질의 양이 많든 적든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모든 방사성 물질에 (정부가)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신문i’가 확인한 2019년 규슈환경평가협회에서 발표한 기술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해 ‘향후 요오드129와 요오드131에 대한 검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와 동시에 요오드129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적혀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게 국가의 책무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가 우리 미래세대들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투기 행태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