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아이콘’ 김태희 3년 만의 복귀 스릴러 연기 도전…‘더 글로리’로 주목 임지연 물오른 연기력 자신감 꽉
김태희와 임지연이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극본 지아니·연출 정지현)으로 만났다. 가수 비와 결혼한 뒤 연기 활동을 더 줄인 김태희가 3년 만에 참여하는 드라마이자, 임지연이 ‘더 글로리’ 촬영을 마치자마자 애정을 갖고 참여한 작품이다.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마당이 있는 집’은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김태희는 의사 남편의 든든한 지원 아래 넓은 마당이 있는 고급주택으로 이사를 왔지만 원인 모를 공포에 시달리는 ‘주란’ 역을 맡아 심리극을 이끈다.
임지연은 남편의 잔혹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임산부 ‘상은’을 연기한다. 데뷔 이후 줄곧 안정적이고 돋보이는 역할에 주력해온 김태희에게도,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가정 폭력 피해자 역할은 처음인 임지연에게도 연기 변신을 겸한 새로운 도전이다.
#40대 중반 김태희,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총 8부작인 ‘마당이 있는 집’은 6월 19일과 20일 1~2회를 공개했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 충실하면서 김태희와 임지연이 맡은 두 주인공 ‘주란’과 ‘상은’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상황을 심리극으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안온한 줄로만 알았던 집 마당에서 발견된 ‘여자의 손’, 폭력을 일삼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익사’를 보여준 드라마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뒤좇는 구성으로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아직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인 만큼 남은 6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의문의 죽음과 실종을 둘러싼 심리전을 그리는 만큼 빠른 김태희와 임지연이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드라마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태희는 의심과 망상에 사로잡혀 히스테릭하게 변화하는 과정으로 시청자를 설득해야 하고, 임지연은 남편의 익사 사고에 어떻게 연루됐는지 비밀을 감춘 채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야 한다.
서로 대결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경중을 따지자면 김태희의 어깨는 조금 더 무겁다.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대표작이 없을 만큼 배우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펙 덕에 데뷔하자마자 드라마 주연을 도맡고 CF스타로 인정받은 경력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대작 드라마 ‘아이리스’는 김태희보다 이병헌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타이틀롤을 맡았던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액션 드라마 ‘용팔이에서도 주연으로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결혼 뒤 출연한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그나마 모성애 연기를 펼쳐 변화를 시도했지만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존재감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배우로 경쟁력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향후 연기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마당이 있는 집’을 연출하는 정지현 PD는 그런 김태희에 대해 “한 시대를 풍미한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평했다. 정 PD는 과거 광고계에서 일하던 시기를 떠올리며 “당시 메인 모델이던 김태희와 작업했는데 그런 분을 (드라마에서) 만나니 영광”이라고 했다. 김태희와의 작업을 “영광”이라고 표현했지만, 연출자마저도 김태희를 평가하는 기준이 ‘현재’가 아닌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김태희의 승부수는 스릴러 도전이다. ‘마당이 있는 집’은 김태희가 데뷔 이후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란 점에서 주목받는다. “스릴러가 낯설었지만 대본의 몰입도가 높았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는 김태희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가운데 대사가 가장 적다. 그림으로 따지면 정밀 묘사를 하는 느낌이다. 온전히 주란의 입장에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태혜지 콜렉터’ 임지연 “전지현 선배님과도 꼭!”
임지연은 2022년 말과 2023년 초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 ‘연진이’를 지독하게 그려내면서 상대역인 송혜교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로 스타덤에 올랐다. ‘더 글로리’ 촬영을 마치자마자 ‘마당이 있는 집’에 참여한 그는 이번에도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임산부 상은은 단지 폭력의 피해자로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임지연은 속을 알 수 없는 상은 역을 통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자극한다. 드라마 초반 연기 대결, 캐릭터 대결, 카리스마 대결까지 모든 면에서 상대역인 김태희를 압도하는 양상이다.
“배우로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거나 연기력 인정을 받겠다는 마음보다 상은이라는 여자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임지연은 “상은이란 인물로 내면을 쌓았고, 그냥 서 있는 모습도 상은이로 보이고자 했다”고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전작(‘더 글로리’)에서 ‘새로운 발견’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더 새로운 발견 임지연’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솔직하게 꺼냈다.
3년 만의 연기 복귀라 부담감이 큰 김태희에 비해 임지연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태다. 자신감에 꽉 차 있기도 하다. 제작진 역시 그런 임지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정지현 PD는 “‘더 글로리’ 공개 전 우리 드라마의 대본을 전달했는데 이후 대박이 나서 ‘임배우님 덕 좀 보자’고 얘기했다”며 “촬영장에서 ‘글로벌 스타님 어서오세요’ 말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현재 가장 핫한 배우로 꼽히는 임지연과의 작업에 기대를 걸었다는 의미다.
내친김에 임지연은 이른바 연예계 3대 스타로 꼽히는 ‘태혜지’와의 연기 대결까지 공언했다. ‘태혜지’는 2000년대 중·후반 연예계 3대 톱스타로 꼽힌 김태희와 송혜교, 전지현을 뜻하는 수식어다. 송혜교와 ‘더 글로리’를 함께하고 이번에 김태희와 만난 임지연은 “‘태혜지 콜렉터’라는 말을 들었다”며 “존경하고 팬이었던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일이 후배 입장에서는 너무 행복한 일이다. 전지현 선배님과도 꼭 연기해보고 싶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