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강기혁, 투자 권유하고 소액주주운동 나서…성과 없는 노력에 구설수 겹치자 투자자들 우려 목소리
강 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 씨는 바른투자연구소 게시글에서 “회원 대부분은 IS동서 주주카페라고 오해할 정도”라며 “제로섬 매매게임을 해야 하는 종목은 소개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고 밝혔다.
강 씨가 언급한 대로 바른투자연구소 카페에는 2012년 개설 당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IS동서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IS동서가 2010년대 초중반 유망한 건설업체로 평가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IS동서는 2010년 부산광역시 용호만매립지를 매입한 후 69층 규모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분양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IS동서는 용호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입지 선정 및 분양 노하우를 보여줬고, 외형도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마침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사 및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해 요업 부문 실적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IS동서에 투자한 바른투자연구소 회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바른투자연구소에 IS동서 관련 정보글을 꾸준히 올리는 한편 소액주주행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3월 IS동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대리 행사에 나섰다. IS동서가 추진하는 정관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IS동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를 발행할 경우 특정인에게 신주 인수 청약권을 부여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신주 인수 청약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강 씨는 이를 놓고 기존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강 씨의 IS동서 소액주주운동은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IS동서의 정관 변경도 막지 못했다. 사실 강 씨의 주주총회 승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주사인 IS지주의 IS동서 지분율은 44.49%이고,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한 지분율은 54.80%로 과반이 넘는다.
소액주주행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주주총회 승리는 어려워도 주주환원 정책 등을 이끌어내 주가 부양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실제 IS동서의 주가는 2013년 1만 원대에서 2015년 7월 한때 8만 99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2015년 이후 8년이 지나도록 당시와 같은 주가는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IS동서의 주가는 3만 원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S동서는 시가총액이 1조 원이 넘는 회사인데 이 정도 규모면 어지간한 세력에 의해 주가가 좌지우지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강 씨가 2014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IS동서, 대한방직, 조광피혁, 삼양통상 등 4개 종목에 대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 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공교롭게도 강 씨의 시세조종 시기는 IS동서 주가가 정점을 찍을 때였다. 다만 강 씨는 당시 유죄 판결과 최근 하한가 사태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강 씨의 궁극적인 목적은 IS동서 경영권이 아닌 감사위원 자리 확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감사위원 선임·해임 관련한 단일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바른투자연구소가 소액주주를 결집하면 감사위원 선임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감사위원회는 경영진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도록 견제·감독·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위원회다. 강 씨가 IS동서 감사위원 한 자리를 확보하면 경영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감사위원을 선임할 정도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IS동서도 딱히 소액주주를 의식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다. IS동서는 지난해 204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올해 무배당을 실시했다.
오히려 강 씨가 최근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IS동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6월 14일과 다음날인 6월 15일, IS동서의 주가는 각각 전날 대비 4.67%, 4.08%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6월 14~15일 이틀 동안 IS동서 주식 거래량은 각각 29만 5303주, 39만 8262주였다. IS동서 주식의 6월 12~13일 일 거래량이 10만 주 이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IS동서 관계자는 “안 좋은 소문이 돌면서 개인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최근 하한가 사태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강 씨의 활동이 당분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른투자연구소 회원들의 입장을 IS동서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려워졌다. IS동서에 투자한 바른투자연구소 회원들로서는 어두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강 씨는 IS동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강 씨는 투자자들의 가교 역할에 충실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강기혁 씨는 일요신문에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수백 개의 건설 회사를 검토했고, 주택 시장 위축을 큰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기업을 찾던 중 IS동서를 알게 됐다”며 “사업 안목으로 기존 사업뿐 아니라 신규 사업 추진 능력도 탁월하다는 판단에 방대한 분석 리포트를 인터넷에 소개한 후 14년 동안 IS동서가 진행한 모든 사업에 대해 심층 분석글을 게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이어 “저와의 인연을 통해 IS동서에 계속 투자 중인 분들이 많고, 그분들이 제 의견과 도움을 요청하시는 상황에서 저는 위임받은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론 좋지만…' IS동서 폐배터리 신사업 진출 앞과 뒤
IS동서의 실적은 성장세에 있다. IS동서의 매출은 2021년 1조 6084억 원에서 2022년 2조 2784억 원으로 41.7%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08억 원에서 3451억 원으로 11.0% 상승했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특히 IS동서의 프로젝트는 영남권에 집중돼 있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미분양 위험에 취약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IS동서의 지난해 매출 2조 2785억 원 중 72.32%인 1조 6478억 원이 건축·토목 부문에서 발생했다.
IS동서는 최근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IS동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2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화합물의 개발·제조·가공 및 판매업 △2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화합물의 수출입업 및 대행업 △재생용 금속 가공 원료 생산업 △비철금속 수출 및 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IS동서는 이에 대해 폐배터리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S동서는 올해 1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TMC를 인수했다. 지난 5월에는 IS동서의 자회사 IS비엠솔루션이 경기도 화성시에 8250㎡(약 2495평)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파쇄)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IS동서는 IR자료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 후 5~10년 사이에 폐배터리로 전환되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춰 (폐배터리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며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한 생산 능력 극대화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TMC 인수를 필두로 또 다른 캐시카우를 확보하면서 신사업 투자에 대한 저력과 건설 사업의 장기 성장성에 투자자들의 고민을 타파시켰다고 판단된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부문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률 35%를 기록하며 고마진세를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폐배터리 사업에 대한 전망은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사업 투자가 IS동서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투자 관련 자금 소요에 따른 차입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규 사업 관련 용지 구입 및 대여금 제공 등의 자금부담 가능성이 있고, 사업포트폴리오 확충을 위한 투자 부담도 잠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