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의혹 받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은 즉각 사퇴…장남 김요한 부사장 지분 승계 정지작업 시선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주가 폭락 직전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매각했다. 서울도시가스는 지난 4월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서울도시가스의 시가총액은 2조 원대에서 4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폭락 일주일 전인 지난 4월 17일 서울도시가스 지분 2%를 456억 9500만 원에 매각했다. 매도 시점 때문에 사전에 관련 정보를 인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지부는 “서울도시가스의 주가는 2021년부터 2년 사이 약 9배 치솟았는데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 때문에 시장에서는 작전세력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며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이 있었던 것과 주가가 대폭 폭락하기 직전 주식을 매도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득한 것, 이 두 가지의 사실이 결코 우연일 리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20일 다우데이타 지분 3.65%를 팔아 605억 4300만 원을 챙겼다. 이후 4월 24일부터 다우데이타 주가는 폭락했다. 김 전 회장은 사전에 정보를 인지했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그는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인 문제가 없었더라도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민 회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논란과 별개로 조만간 경영에서 은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1945년생으로 만 78세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경영권 세습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김영민 회장은 2남 1녀를 두고 있다. 이 중 유력한 후계자로는 김 회장의 장남 김요한 부사장이 꼽힌다. 김영민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요한 부사장은 여러 대외 활동을 진행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국제가스 & 수소산업전’에도 김 부사장은 서울도시가스를 대표해 참석하기도 했다.
반면 김 회장의 장녀 김은혜 씨와 차남 김종한 씨는 개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은혜 씨는 한때 서울도시가스에서 근무했지만 현재는 서울도시미디어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도시미디어는 ‘웰던몰’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김은혜 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종한 씨는 커피 도매 업체 피델리 대표로 근무 중이다.
김요한 부사장의 남은 숙제는 지분 승계다.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개발 지분 98.04%를, 서울도시개발은 서울도시가스 지분 26.27%를 각각 갖고 있다. ‘김영민 회장→서울도시개발→서울도시가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서울도시가스 지분 9.54%를 갖고 있다. 김영민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대성홀딩스도 서울도시가스 지분 13.20%를 갖고 있다.
김요한 부사장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은 0.01%에 불과하다. 김은혜 씨가 가진 서울도시가스 지분도 0.02%뿐이고, 김종한 씨는 아예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김요한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서는 아버지 김영민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아야 한다. 이 경우, 증여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요한 부사장의 개인회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요한 부사장의 대표적인 개인 회사로는 SCG솔루션즈가 있다. SCG솔루션즈는 IT 관련 업체로 김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SCG솔루션즈는 지난해 3월 LS그룹으로부터 SCG그리드(옛 대한가스기기)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SCG그리드는 가스미터 등 가스 관련 기기를 제작·판매하는 업체다. SCG솔루션즈는 SCG그리드 인수 당시 “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국내 가스계량기 업계의 선진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CG솔루션즈는 지난해 매출 3265억 원, 영업이익 149억 원을 기록했다. SCG솔루션즈의 매출은 △2017년 1014억 원 △2018년 1175억 원 △2019년 1894억 원 △2020년 2264억 원 △2021년 2646억 원으로 매년 성장세에 있다. SCG그리드 역시 SCG솔루션즈에 인수된 후 실적이 개선됐다. SCG그리드의 매출은 2021년 136억 원에서 2022년 174억 원으로 27.94% 상승했다. SCG그리드는 2021년 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지만 2022년에는 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했다. 이 밖에 김요한 부사장이 지분 약 5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CG랩도 지난해 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도시가스와 김요한 부사장 개인회사와 거래도 활발하다. SCG솔루션즈의 지난해 매출 3265억 원 중에서 13.51%인 441억 원이 서울도시가스 및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SCG그리드는 지난해 서울도시가스와 거래를 통해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5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SCG랩도 지난해 매출 39억 원 중 약 66%인 26억 원이 서울도시가스로부터 발생했고, 올해 1분기에는 7억 5155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
SCG솔루션즈는 2009년에 출범해 15년 차를 맞은 만큼 김요한 부사장도 어느 정도 현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사장이 SCG솔루션즈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는 SCG솔루션즈와 서울도시가스를 합병시켜 김 부사장이 합병 법인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현재가 지분 승계의 적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서울도시가스 주가가 하락한 현재 증여를 진행하면 과거에 비해 증여세가 낮게 측정될 수 있다. 그러나 현 분위기에서 지분 승계 작업을 진행하면 적지 않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도시가스는 이와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밝힐 만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