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하고’ 전망 속 미국발 긴축 여파 지속…가파른 지수 상승보다는 개별 종목 급등 가능성
올해 들어 6월 15일까지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30% 상승했다.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높은 수익률이다. 일본 니케이와 우리나라 코스닥도 30% 가까운 상승폭을 보였고 대만 가권지수도 22% 올랐다. 반도체와 전기차∙2차 전지 테마 덕분이다.
반면 미국 경제 전반을 반영하는 S&P500의 상승률은 나스닥의 절반 수준인 14%에 그쳤다. 코스피도 17% 올랐지만 코스닥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등의 비중이 낮은 유럽 증시의 상승률도 10%에 머물렀다. 경제 전반을 반영하는 주요국 간판 증시 대부분이 지난해 낙폭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상반기 증시는 지수보다 일부 테마가 시장을 이끌었다.
많이 오른 반도체와 전기차 관련주는 가격 부담이 커졌다. 다른 업종들도 올라줘야 시장의 가격수준(Valuation)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증시 상승세에 힘이 실리게 된다. 경기를 짓누르는 금리의 무게가 줄어야 한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상단을 지금보다 0.5%포인트(p) 높은 5.5~5.75% 수준까지 열어 두며 금융비용 부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소비 부진 우려를 지우기 쉽지 않다.
연준의 딜레마는 물가안정은 장담이 어려운데 구인난으로 임금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은 데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미국 경기를 확실히 냉각시켜야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증시는 경기를 반영한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식히려 드는데 증시가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15일 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 이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멈췄다.
최근 전세계 물가상승세가 주춤해진 데에는 국제 유가가 하락한 덕분이 크다. 지난해 5월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근월물 선물가격은 현재 70달러를 밑돌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방역 완화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원유 수요 부진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진정되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주춤해졌고 달러화 강세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비(非)달러화 자산의 가격 매력을 높였다. 최근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반도체 업황 개선 조짐과 달러 강세 진정에 따른 원화값 상승 기대가 겹친 효과다.
하반기 유가는 중국에 달렸다. 지난 13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2.00%에서 1.90%로 0.1%p 인하했다. 시중은행에 돈을 더 풀겠다는 경기부양책이다. 이후 국제 유가가 반등했고 상승세를 이어가던 글로벌 주요 증시가 멈칫했다. 중국 경기가 개선돼 원유 수입이 늘어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세계 주요국의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서비스업 비중이 큰 미국은 물가가 안정되면 소비도 늘어나는 특성을 갖는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고용시장이 뜨겁다.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임금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임금이 높아져 소득이 늘면 소비 확대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부채 한도에 막혀 사실상 지출을 멈췄던 미국 연방정부도 하반기에는 재정을 다시 시중에 풀 예정이다. 미국의 재정 지출 재개로 경기의 냉각 속도가 연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긴축도 끝나기 어렵다. 증시가 긴축의 무게에서 벗어나려면 미국 경기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진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 상단은 2650~2900선이다. 지금보다 올라봐야 10% 남짓이다. 미국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S&P500은 사상 최고치까지 불과 11%의 상승만 남았다. 다만 투자심리는 그리 나쁘지 않다. 개인들의 증시 참여가 활발하다. 하반기에는 의미 있는 지수 상승보다는 특정 종목이나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