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100엔당 900원 아래로…강세 전환 제약 많아 투자했다면 환전 시기 잘 택해야
지난 6월 16일 100엔의 원화가치는 899.05원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가 900원 아래가 된 것은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이다.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외채 비중이 낮다. 엔화는 주요 국제 통화 가운데 하나로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안전자산으로 주목을 받는다. 달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달러와 유로가 모두 급락한 2012년에는 1달러당 77엔까지 가치가 높아졌다.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가 회복되면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1달러당 110엔 선에서 안정된다.
지난해 미국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엔화 가치가 다시 요동친다. 기축통화국이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함께 긴축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본은 긴축 대신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한 채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지속했다. 엔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지난해 7월에는 달러당 150엔 선까지 추락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함께 긴축에 나서면서 100엔의 원화가치도 1000원을 밑돌기 시작한다. 엔화 값이 싸지면서 엔화 자산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지난해 전세계 증시가 긴축 공포로 급락했지만 일본 증시(니케이225)는 9.37% 하락하는 데에 그치며 선방한다. 올해에는 27.5% 오르며 29% 상승한 나스닥과 함께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일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양날의 칼이 됐다. 일본 증시에 투자해서 수익이 나더라도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로 바꿀 때 환손실이 난다. 환차익만 노려 엔화만 보유하는 전략도 가능하지만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의 단기금리는 마이너스다. 4년짜리 국채부터 0%를 넘어선다. 우리나라 국채는 최소 3.5% 이상이고 미국 단기 국채는 5%가 넘는다. 환차익이 채권 이자보다 높아야 수익이 남는 셈이다. 엔화 가치가 높아야 수익이 난다.
결국 일본 중앙은행이 언제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를 포기할지가 중요하다. 주요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과 달리 최근 일본은 물가는 높은 수준의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랜 기간 낮은 물가가 유지됐던 만큼 아직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 정도의 부담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연내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전망도 엔화 강세 반전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일본에 투자한다면 원화로의 환전 시기를 잘 택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바뀌기 전에는 의미 있는 반전이 어려울 수 있다. 일본 증시에서 수익이 났다면 통화정책 전환으로 엔화 강세가 뚜렷해진 후에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 외국인들은 일본에서 싼 이자로 차입을 해서 금리가 더 높은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딩(Yen Carry Trading)이 인기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국채 금리는 4~5%대로 일본보다 높은데 환율은 엔화와 마찬가지로 달러와 반대로 움직여 환손실 위험이 적다. 일본 증시에 투자한다면 변동성은 낮지만 안정적인 이자 또는 배당 수익이 가능한 종목을 잘 골라야 기회비용을 줄이고 환차익은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