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티엑스홀딩스, 거래소 운영 차일들리와 인적구성·주소 겹쳐…신현성 측 “실제로 진행되진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말 발표한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중앙그룹 계열사는 전년 대비 35곳 늘었다. 신 대표 영향력 아래 있는 회사 30여 곳이 중앙그룹 계열사로 추가되면서다. 신 대표는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 셋째 아들 신황균 씨 아들로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의 처조카다. 홍 회장은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 첫째 딸 신연균 씨 남편이다.
신 대표 회사들은 1년 만에 중앙그룹 계열사로 다시 편입됐다. 앞서 신 대표 회사들은 독립경영을 이유로 2022년 중앙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신 대표 측 관계자는 "독립경영을 하는 건 맞다"며 "공정위에서 독립경영 인정 신청서류 일부가 미비하다고 판단했다. 독립경영 인정을 다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신 대표 회사 중 눈에 띄는 곳은 '비티엑스홀딩스'(BTX Holdings)다. 비티엑스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이미 신 대표 회사로 알려진 핀테크 기업 '차이코퍼레이션', 스타트업 지주회사 '더안코어컴퍼니'와 '패스트트랙아시아' 및 관계사, 신 대표의 부동산 회사, 신 대표 아내 이 아무개 씨의 회사 등이다.
일요신문은 테라폼랩스 관계사 '커널랩스'(Kernel Labs)의 존재를 최초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테라' 개발 관여 국내 법인 포착…검찰 합수단 1호 타깃 되나). 당시 커널랩스는 테라폼랩스와의 연관성을 감추는 것으로 의심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커널랩스는 법인등기부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 B 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을 성수동에 있는 또 다른 사무실로 옮겼다고 2022년 5월 11일 등기했다. 등기 시점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시작된 2022년 5월 9일로부터 이틀 뒤였다. 하지만 2022년 5월 13일 방문 당시 사무실 이전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커널랩스 사무실 바로 옆에는 한동안 테라폼랩스 코리아 서울 사무실이 자리했다. 테라폼랩스 코리아는 4월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 해산을 결정했다.
그런데 일요신문이 2022년 5월~6월 B 건물 방문 당시 촬영한 층별 안내도에 따르면 신 대표 회사인 비티엑스홀딩스 또한 B 건물 5층과 6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비티엑스홀딩스도 테라폼랩스, 커널랩스와 같은 건물에 위치했던 셈이다. 다만 비티엑스홀딩스 법인등기부에는 2022년 3월 설립 때부터 줄곧 본점 주소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다른 건물에 위치한 공유오피스로 기재됐다.
비티엑스홀딩스가 있었던 B 건물 5층과 6층 호실에는 현재 차일들리 주식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차일들리는 가상자산 거래소 BTX(옛 비둘기지갑)를 운영하는 곳이다. 유사한 이름부터 연관성이 의심된다. 더군다나 '홀딩스'는 보통 지주회사 이름으로 사용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차일들리는 2022년 5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서울 성동구 성수동 B 건물로 본점을 옮겼다. 차일들리가 주소를 옮긴 후 적어도 두 달간 차일들리 주소에 비티엑스홀딩스가 위치했다.
비티엑스홀딩스와 차일들리는 인적 구성도 다소 겹친다. 비티엑스홀딩스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 아무개 씨는 2022년 9월부터 차일들리 CSO(Chief Strategy Officer·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2021년 11월부터 차일들리로 이직하기 전까지는 신 대표 회사인 차이코퍼레이션에서 일했다. 일요신문은 이 씨 외에도 2022년 차이코퍼레이션에서 차일들리로 이직한 직원 2명을 더 파악했다. 국민연금 데이터에 따르면 차일들리 직원 수는 지난 4월 기준 15명이다. 차일들리 직원 최소 20%는 차이코퍼레이션 출신인 셈이다.
차일들리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BTX는 2022년 5월 11일 신 대표 회사 차이코퍼레이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차이' 앱을 통해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예치하면 최대 연 6% 보상을 제공하는 제휴였다. 제휴 이벤트로 첫 입금 시 1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 증정도 이뤄졌다. 이 같은 전략적 제휴는 BTX가 서비스명을 바꾼 직후 진행됐다. 차일들리는 2022년 4월 27일 공지를 통해 "5월 4일자로 비둘기지갑은 BTX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이코퍼레이션과 BTX의 제휴는 두 달 만인 2022년 7월 종료됐다. 당시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폼랩스와의 연관성을 의심받으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차이코퍼레이션 모회사인 차이페이 홀딩컴퍼니는 올해 들어 사명을 포트원 홀딩스로 바꾸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이코퍼레이션이 2020년 인수한 아임포트(현 코리아포트원)는 B2B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신현성 대표 측 관계자는 비티엑스홀딩스와 차일들리의 관계와 관련해 "두 회사는 지분 관계가 전혀 얽혀 있지 않다"며 "신 대표가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를 추진했던 것은 맞지만 실제로 진행된 것은 없다. 비티엑스홀딩스 법인은 서류상으로만 남아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비티엑스홀딩스 대표이사 이 아무개 씨와 차일들리 측에도 질의 내용을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권도형 국내 송환 더욱 막막
검찰은 암호화폐(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신현성 포트원 공동대표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사기, 배임 등 혐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두 사람이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5월 수사에 돌입한 후 줄곧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권 대표 신병은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신 대표에 대해선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권 대표는 지난 3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게 붙잡혔다. 하지만 국내 송환은 더욱 막막해진 상황이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지난 6월 19일 권 대표에게 위조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월을 선고했다. 이와 별개로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유력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현지 특별검찰청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점쳐진다. 권 대표에게 불법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는 인물은 밀로코 스파이치 '지금 유럽' 대표다. 지금 유럽은 2023년 몬테네그로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킨 정당이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사법 절차가 끝난 직후 국내로 송환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은 지난 3월 권 대표를 사기 등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겼다. 한국 검찰은 아직 권 대표를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만약 권 대표가 미국으로 먼저 보내진다면 미국에서 먼저 재판을 받게 된다.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형기를 모두 채운 뒤 한국에서 다시 재판받게 된다. 권 대표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보내질지는 몬테네그로 법원 결정에 달렸다.
검찰은 우선 신 대표 등 8명을 사기, 배임 등 혐의로 지난 4월 기소했다. 신 대표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7월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검찰은 신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지만 혐의 입증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신 대표의 몰수 및 부대보전 청구 기각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를 지난 2월 16일 기각하면서 "루나 코인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신 대표는 자신의 혐의는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권 대표 혐의에 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신 대표는 "2020년 3월 권 대표와 결별한 후 테라폼랩스 경영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