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부터 누아르에서 코믹액션으로 변경…관객 평점 하락세 4편에 영향 미칠 수도
‘범죄도시’는 이미 2편이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 팬데믹 상황에도 1269만 명을 모았다. 시리즈 영화가 ‘쌍천만 영화’로 기록되는 건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두 번째다. ‘극장의 위기’ 속에서 충무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분명 반갑다. 하지만 ‘범죄도시3’의 성공이 오히려 충무로의 불황을 확인시켰다는 반응과 더불어 “4편의 흥행은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왜일까.
#볼 영화만 본다?…심각해지는 양극화
‘범죄도시3’가 개봉하기 전까지 한국 영화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2023년 1월 1일∼6월 27일 사이 기록을 살펴보면, 흥행 톱10 안에 든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 ‘영웅’ ‘교섭’ 등 세 편뿐이다. ‘영웅’이 지난해 개봉해 해를 넘긴 것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와 ‘교섭’뿐이다.
두 영화의 괴리는 크다. ‘범죄도시3’는 1000만 영화 계보에 합류한 반면, ‘교섭’은 172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100만 고지를 넘은 영화도 ‘교섭’ 외에 ‘드림’밖에 없다. 손익분기점 달성도 요원하다. 300만∼400만 명을 동원하며 충무로를 지탱하는 ‘허리’급 영화의 실종이다.
반면 외화의 다양성은 커졌다. ‘스즈메의 문단속’(553만 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468만 명)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상반기 개봉한 외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420만 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39만 명) ‘존 윅4’(192만 명)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유명 시리즈, 애니메이션 등이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풍성한 볼거리’와 ‘이름값’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미 ‘너의 이름은.’으로 한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존 윅4’ 등은 유명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팬덤이 형성돼 있으며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차별화된 작화나 대규모 액션과 VFX 기술 등을 활용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결국 관객들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볼 때 쾌감이 큰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티켓 값을 지불한다. 반면 스마트폰 화면으로 봐도 무방한 스토리 위주 작품의 경우, 굳이 극장까지 가서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한 영화 관계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대중이 극장 가기를 꺼리던 팬데믹 시절을 거치며 관람 행태는 완전히 바뀌었다. 극장에서 ‘볼’ 영화와 ‘아닌’ 영화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게다가 이 기간 한국 영화 관람료가 30%가량 오르면서 대중이 느끼는 부담도 커졌다”면서 “이런 양극화 현상은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아 예전과 같은 극장의 성수기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범죄도시3’ 성공의 역설
‘범죄도시3’의 성공에 이견을 제기하긴 어렵다. 압도적인 흥행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제작에도 참여한 배우 마동석은 앞서 “8편까지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이 시리즈가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데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관객 평점으로도 확인된다. 6월 2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점 기준 ‘범죄도시3’는 7.76점이다. 여성(8.27점)보다 남성(7.36점)의 만족도가 더 낮은 편이다. 이를 1, 2편과 비교해보자. ‘범죄도시1’의 평점은 9.28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남성은 9.34점, 여성은 9.21점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범죄도시2’는 어떨까. 8.99점으로 다소 낮아졌으나 시즌3보다는 확연히 높다. 남성은 8.95점인 반면 여성은 9.05점이었다.
평점이 꾸준히 하락한다는 것은 이 시리즈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2편에서 3편으로 오면서 하락폭은 커졌다. 마동석을 중심으로 한 액션의 크기는 커졌지만 부실한 스토리, 즉 내실을 기하지 못한 탓이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보다는 빤한 말장난으로 실소를 이끌어내는 데 그친다.
빌런의 매력이 반감한 것도 큰 요인이다. 1편의 장첸(윤계상 분), 2편의 강해성(손석구 분)에 비해 3편의 주성철(이준혁 분),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악당을 2명이나 등장시켰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의 평점이 더 크게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장르의 변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즌1은 누아르적인 요소가 강했다. 마석도 형사와 장첸 간 긴장감, 그리고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의 흡인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2편부터 ‘범죄도시’ 시리즈는 코믹 액션으로 장르가 바뀌었다. 기존 관객들이 기대하던 장르적 쾌감은 사라졌다.
물론 이로 인한 성과는 있다. 관람 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에서 15세 관람가로 낮아졌다. 그 덕에 1000만 등극도 가능했다. 역대 1000만 고지를 밟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없다. 이 같은 선택으로 흥행은 잡았다. 하지만 완성도는 놓쳤다. 장기적 흥행을 위해서는 둘 사이의 조율이 필요하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범죄도시3’를 보고 실망했다는 반응도 적잖다. 이는 시즌4 개봉 때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시즌4는 무술감독 출신인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하지만 액션의 크기와 강도를 키우는 데만 급급하다면 이 시리즈는 예전과 같은 호평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