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숙 40점 유영철 38점 최악, 클린턴·케네디도 그쪽 성향…온라인 떠도는 검사만으론 진단 불가
정유정의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검찰은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가 ‘묻지마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은 억눌린 내적 분노의 표출 대상이 필요했던 정유정에게 그런 행동을 저지르는 데에 거리낌 없는 성격적 특성(사이코패스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력 범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검사를 직접 해보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미국 기준인 30점 넘긴 강력 범죄자는 소수
사이코패스 지수가 또 한 번 화제가 된 계기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역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에서 27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같은 점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모두 20개 문항, 40점 만점으로 일반인의 경우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정유정은 이보다 10점 이상 높은 사이코패스 지수가 나왔는데 미국에서는 30점 이상, 한국에서는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강력 사건 범인 가운데 가장 높은 사이코패스 지수를 기록한 당사자는 엄인숙으로 알려져 있다. 무려 40점 만점에 40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인숙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주변인들을 희생시킨 희대의 범죄자다. 남편과 모친, 친오빠와 동생 등 가족들을 살해하고 방화를 저질렀는데 사망 3명, 중상해 6명, 강도 피해 1명 등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20명을 살해한 최악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38점을 기록해 2위로 알려져 있다.
40점을 기록한 엄인숙과 38점을 기록한 유영철은 이례적으로 높은 사이코패스 지수를 기록한 범죄자들이다. 세간에 엄청난 화제가 됐던 강력 사건의 범죄자들 가운데 사이코패스로 판명됐지만 미국 기준인 30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미국 기준인 30점 이상을 기록한 범죄자는 몇 명 더 있다.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의 서진환이 31점을 기록했다. 서진환은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2012년 8월 20일에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서 가정주부를 살해했다. 또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계곡 살인사건’의 이은해도 31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명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29점, 경기도 일대에서 10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이 27점을 받았으며 여중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 및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25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헤어가 개발한 PCL-R 검사가 보편적
정유정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로 인해 사이코패스 지수가 크게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에서 직접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해보는 시민들도 많다. 기자 역시 실제로 온라인에서 검사를 진행했는데 11점이 나왔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민은 15점 전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받아 본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너무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간단한 검사로 정말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명할 수 있냐는 반응도 많았다.
사이코패스 판별 목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진단 검사는 PCL-R(Psychopaths Checklist-Revised)이다. 1991년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Robert Hare)가 처음 개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로 국내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들여와 번안했다.
이 검사는 모두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고 총점은 40점이다. ‘아니다’는 0점, ‘조금 그렇다’는 1점, ‘그렇다’는 2점을 주는 방식으로 각 문항의 답변을 더해 사이코패스 지수가 나온다. 20개의 문항에는 말을 잘하는 것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 일상생활에서 정신적인 자극이 많이 필요한지, 충동적인지, 어릴 때 잔인한 짓을 많이 했는지 등의 질문들이 포함돼 있다.
사실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PCL-R 검사만으로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실제 검사를 진행해 보면 일부러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답변을 할 여지가 충분한 질문들이 다수 눈에 띄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에서 쉽게 접하는 PCL-R 검사는 실제 수사기관이나 학계에서 활용하는 게 아닌 문항 요지와 개수, 선택지 등을 비슷하게 만든 테스트용에 불과하다. 게다가 실제 사이코패스 진단은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과거 행형 기록과 학교 생활기록부 등 다양한 자료를 제공받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피평가자 면담도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기만이나 거짓이 개입될 여지가 없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결국 PCL-R 검사는 자기 보고식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테스트용인 온라인 PCL-R 검사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PCL-R 검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모든 단계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PCL-R 검사가 이뤄진 뒤 검찰에서 통합심리분석을 통한 재검증이 이뤄진다. 이후 대검 과학수사부에서 임상심리평가를 시행해 인지적 특성, 성격, 재범 위험성 등을 판별한다. 이처럼 PCL-R 검사를 바탕으로 10가지 이상의 도구를 사용해 종합적으로 사이코패스 여부가 확인된다.
실제로 ‘파주 동거녀·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범죄자 이기영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진단 불가’ 판정이 나왔다. 종합적인 판단을 근거로 한 PCL-R 검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주변인 진술 등 일부 항목의 근거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기영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대검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사이코패스로 판정이 났다.
#케네디와 클린턴이 사이코패스라고?
눈길을 끄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 대학의 심리학자 스콧 릴리엔펠드는 한 명 또는 다수의 미국 대통령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한 121명의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미국 역대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콧 릴리엔펠드의 연구진은 ‘사이코패스 성격 목록’(Psychopathic Personality Inventory)이라는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개발해 조사를 벌였다. 로버트 헤어의 PCL-R 검사가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스콧 릴리엔펠드는 범죄와 무관한 사이코패스의 성격에 대한 조사였다.
그 결과 가장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게 나온 이는 존 F. 케네디와 빌 클린턴이었다. 가장 악명 높았던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은 오히려 사이코패스 성향이 매우 낮게 나왔다.
이런 스콧 릴리엔펠드의 연구 결과는 독일 매체 슈피겔을 통해 보도됐는데 이 기사는 ‘사이코패스에게 이상적인 직장 중 하나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며 심리학자 벨린다 보드와 카타리나 프리츠존의 연구 결과도 언급했다. 성공한 사이코패스는 연쇄살인범과 달리 자신의 인격 장애를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추진해 돈과 명예, 권력을 손에 넣는다는 것. 그 비결로는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현실 직시, 실행력 등이 손꼽혔다.
이처럼 사이코패스 결과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모두 강력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사이코패스 성형이 없는 강력 범죄자도 많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강력 범죄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김태현이나 ‘신당역 살인 사건’의 전주환 등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나왔다.
사이코패스 진단 체크리스트
다음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PCL-R 검사 가운데 하나다. 각 문항의 답변에 ‘아니다’는 0점, ‘조금 그렇다’는 1점, ‘그렇다’는 2점을 주는 방식으로 총점을 계산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평가한다. 40점 만점으로 미국에서는 30점 이상, 한국에서는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의 경우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다만 실제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PCL-R 검사는 아니고 문항 요지와 개수, 선택지 등을 비슷하게 만든 테스트용에 불과하다. 또한 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진단되는 것은 아니고 평가자가 다양한 자료를 제공받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1. 말 잘하는 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2. 자신의 가치를 자랑하고 다닌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3.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4. 속임수를 경멸하거나 아주 싫어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5. 범죄를 저질러도 별로 양심의 가책을 안 느낀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6. 감동적인 것을 봐도 감동인지 잘 모른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7. 매사에 냉담하고 남들이 말하는 것에 공감을 못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8. 책임감이 없거나 부족하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9. 일상생활에서 정신적인 자극이 많이 필요하고, 지루함을 많이 느낀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0. 남들에게 빌붙어 산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1. 나쁜 행동을 자제하지 못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2. 어렸을 때 비행경험이 많이 있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3.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를 잡고,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4. 매사가 충동적이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5. 무책임하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6. 어릴 때 잔인한 짓을 많이 했었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7. 약속을 쉽게 깨거나 지키지 않는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8. 아무데서나 성적인 행동을 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19. 연애를 짧고 많이 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20. 범죄적인 재능이 타고 났으며, 범죄에 재능을 이용하려고 한다.
①아니다 ②조금 그렇다 ③그렇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