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지원 부담과 OTT 공세 등 낙관 어려워…CJ CGV “영화 이외의 콘텐츠 글로벌 확장 계획”
#1조 원 규모 자금 수혈보다 중요한 것들
지난 6월 20일 CJ CGV는 57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현재 상장 주식수(4772만 8537주)의 1.5배에 가까운 7470만 주가 주당 7630원에 새로 발행될 예정이다. 유상증자 자금 5700억 원 중 3800억 원은 채무 상환에, 나머지는 시설자금(1000억 원)과 신사업 운영(900억 원)에 쓸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CJ는 4500억 원 가치로 평가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CJ CGV에 현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CJ CGV는 재무 부담을 덜었다. CJ CGV의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912%에서 24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기준 CJ CGV의 사채 및 차입금은 7534억 원이었다.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낸 CJ CGV는 4DX, 스크린X, 프리미엄관 등 특별관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CJ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활용해 극장 운영을 효율화한 스마트시네마도 구축할 예정이다.
CJ CGV 입장에서는 당면한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해외 법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거느린 CJ CGV 중간지주사격인 CGI홀딩스는 1분기 4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규모가 지난해 1분기(17억 원) 대비 147% 늘었다. CGV 중국 광저우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도 29억 원, 6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CGV 베트남 법인과 중국 광저우 법인의 자본총계는 각각 마이너스(-) 856억 원, -240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CJ CGV는 해외 계열사에 3000억 원이 넘는 채무보증을 선 상태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1분기 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은 CJ CGV가 진출한 해외 국가 중에서 운영 중인 극장 사이트가 가장 많은 나라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흥행작이 나오는 등 중국의 극장 산업 자체는 나쁘지 않다. 중국에서는 OTT 문화가 대중화돼 있지도 않다”며 “다만 중국에서도 자국의 영화관 체인이 많이 생겼다. 양국 외교 상황도 변수다. CJ CGV는 한때 한국의 흥행작을 중국 관객들에 소개하고 중국의 최신작을 한국 관객들에 소개하는 중국 영화제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멈춘 상황”이라고 했다.
그나마 베트남에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CJ CGV는 1분기 베트남에서 영업이익 93억 원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 멀티플렉스가 발전하게 된 건 쇼핑몰 문화가 발달한 영향이 크다. 베트남은 아직 개발이 이제 막 진행 중인 곳들이 많아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평가받는다.
미국 시장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CJ CGV는 미국 부에나파크,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에 영화관을 열었는데 올해 3월부터 샌프란시스코점은 휴업에 들어갔다. CJ CGV 미국 법인(CJ CGV AMERICA LA, LLC.)은 지난해 51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영화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현지 업체들이 입지가 공고해 CJ CGV가 미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4DX 기술을 현지 업체들에 수출하는 것은 몰라도 극장 확장 전략을 펴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국내 사업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CJ CGV는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1764억 원, 영업손실 19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109%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56% 줄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바타: 물의 길’ ‘스즈메의 문단속’ 등이 흥행한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매출 2488억 원, 영업이익 73억 원)에 비하면 아직 실적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다. CJ CGV 영업손실액은 2020년 2036억 원, 2021년 1636억 원, 2022년 124억 원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75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영화관 가격이 오르면서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를 선정하는 데 소비자들은 더욱 신중해졌다. 하지만 최근 투자가 위축되면서 ‘범죄도시3’처럼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영화가 줄어들고 있다. ‘창고에 쌓이는 작품’만 많아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영화를 극장에 내놓기도 애매해진다. 쿠팡플레이 같은 OTT도 개봉작을 동시에 상영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전반적인 영화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J CGV도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특별관을 늘리는 한편 남는 상영관을 클라이밍짐이나 골프연습장으로 바꾸고 있다. 6월 21일에는 특허청에 ‘모인츠(MOINTS)’라는 상표도 출원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는 서비스를 구상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 교수는 “체험관을 늘리는 등 부가가치를 늘리는 전략도 도움은 될 테지만 근본적으로 영화관 시장 자체를 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CJ CGV 관계자는 “해외에서 빠르게 회복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 만한 독자적인 콘텐츠를 계속 확보할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 영화 이외의 콘텐츠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CJ, 유상증자로 뭇매 맞고 자회사 실적은 부진
지주사인 CJ는 CJ CGV 유상증자로 뭇매를 맞고 있다. CJ CGV 지분 48.50%를 보유한 CJ는 이번 CJ CGV 유상증자에 약 600억 원을 들여 784만 주를 인수한다. 지분율대로라면 2765억 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로 기업가치가 상승한 CJ올리브네트웍스 덕분에 CJ는 현금출자를 지분율만큼 하지 않아도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며 “CJ가 현물출자하기로 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CJ CGV에 실제 현금이 유입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CJ CGV 경영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2021년 말 이재현 CJ 회장은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건강(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4대 성장엔진에 2023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라이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 CJ ENM ‘티빙’은 지난해 KT ‘시즌’을 인수해 합병했지만 1분기 38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CJ ENM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도 1분기 4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천랩을 인수해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CJ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영업손실은 75억 원이었다. CJ는 상장 자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497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293억 원으로 하락했다.
실적 부진으로 CJ의 주요 상장 자회사들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6개월 전인 1월 31일과 비교했을 때 6월 27일 종가는 CJ ENM이 10만 7100원에서 6만 3700원으로 41%, CJ제일제당은 34만 5000원에서 27만 4000원으로 21%, CJ대한통운은 9만 2000원에서 7만 4800원으로 19%, CJ CGV는 1만 9070원에서 9590원으로 50% 하락했다.
이와 관련, CJ(주)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전에도 CJ CGV에 자본을 많이 투입한 상황이었다. 지주사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투입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