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과의 ‘브로맨스’ 케미로 시청자들 호평↑…“우도환, 정말 진국인 친구”
“제가 아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 중반 즈음에 제안을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 후로 3개월 정도 준비했는데 그 당시 인바디를 재 봤더니 체지방이 7%더라고요. 원래 77~78kg 정도 나가는데 그땐 한 72kg까지 내려갔을 거예요. 식단관리부터 수분 조절까지 정말로 복서처럼 보이려고 철저히 노력했죠. 지금은 비시즌기라서 이때처럼 엄청나게 식단관리를 하진 않고요, 그냥 헬스로 유지만 하는 정도예요. 저 오늘도 빵 세 개나 먹었어요. 너무 맛있더라고요(웃음).”
‘사냥개들’에서 이상이는 사채업자들의 사기에 휘말린 친구 건우(우도환 분)를 돕기 위해 사채업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 청년 복서 홍우진 역을 맡았다. 악랄한 사채업자들을 끝까지 쫓아 물고 늘어지는 ‘사냥개’로 활약하게 된 이들 듀오의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는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초반에 보여준 순박하고 착한 건우와 살짝 약삭빠르고 현실적인 우진의 뚜렷한 대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서로의 좋은 점에 물들듯 섞여들어가는 변화에서 호평이 절정을 이뤘다.
“건우는 우직하고 순박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헤어스타일도 투박해요. 아마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왁스를 안 발라 봤을 걸요(웃음). 반면 우진이는 과거에 좀 놀아본 경험도 있고, 일수도 해봤으니 나름 폼생폼사고 멋도 부릴 줄 아는 애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머리도 펌 헤어고, 옷도 컬러풀하게 입고 다니죠. 그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가 점점 서로가 서로의 것을 닮아가게 돼요. 건우는 머리를 자르고, 저는 머리를 앞으로 내리죠. 예전처럼 화려한 옷을 입지 않고 사냥개가 돼서 전투 모드에 들어가는 거예요(웃음). 초반엔 우진이가 건우를 이끌어 줬다면 6화의 갈등과 고난을 겪고 난 뒤부터는 오히려 건우가 우진이를 이끌어주는 그런 관계로 변화하죠.”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무엇보다 건우와 우진의 이런 관계성에 먼저 마음이 끌렸다는 이상이는 그 둘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넘치는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실제 배우들끼리도 비슷한 점이 많아 처음부터 빠르게 친해졌다며, 우진이가 건우에게 이끌리듯 자신 역시 우도환에게 마찬가지였다는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우진이가 건우에게 ‘복서의 심장’ 이야기를 하면서 투닥투닥 놀리잖아요? 초반엔 그러지만 한편으론 그 말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정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느끼게 돼요. 그래서 계속 넘어질 때마다 건우에게 ‘넌 복서의 심장이 있어. 우린 복서잖아’라고 북돋아 주는 거고요. 이 대사가 건우와 우진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도환이 같은 경우도 제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정말 진국인 친구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집요한 열정이 대단했어요. 그런 애들은 작품을 할 때 보면 얼마나 이 작품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딱 느껴지거든요. 꿈이나 목표가 생기면 그걸 향해 계속 달려가는 친구예요. 그래서 더 멋있고요.”
‘사냥개들’은 이상이에게 있어 첫 OTT 작품이면서 동시에 첫 액션 도전작이기도 했다. 우도환에겐 ‘근육 갑옷’을 입을 것을 주문했던 김주환 감독은 이상이에겐 반대로 가벼운 몸이 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인파이터 타입의 건우와 대비되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복서’가 우진의 이미지였다고. 몸을 만들기가 무섭게 쏟아지듯 밀려오는 액션 신을 대역 없이 모두 소화해내야 했으니 첫 도전치고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다. 그럼에도 이상이는 “이 액션, 두 번 하라고 하시면 당연히 한다”며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촬영 중간에 컷하고 쉴 때마다 악역 배우 분한테 가서 ‘미안하다, 우리 그만 싸우자’ 그랬어요(웃음).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정말 후회 없이 많이 싸웠죠. 8화만 보시더라도 큰 액션 신이 세 번이나 있는 데다가 전체로 보면 열 번이 넘게 싸워야 했거든요. 정말 여한 없이 싸웠는데 만일 시즌 2가 제작돼서 또 싸워야 한다면 저는 그때 가서 또 싸울 거예요(웃음). 이 작품은 제게 첫 액션 도전작이기도 했고 어떤 작품보다 시간과 에너지, 몸, 마음을 많이 썼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 있어서도 대표작이 될 수 있게끔 만드는, 기억에 남는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시즌 2가 만들어진다면 거기선 좀 더 기깔 나는 K-액션을 보여드리고 싶네요(웃음).”
극 중 건우와 우진이 제대로 된 의기투합을 하는 것이 7~8화에서 펼쳐지듯이, 이상이와 우도환, 그리고 김주환 감독의 의지도 그 회차를 찍을 때쯤 더욱 단단해졌다고 했다. 설정상 주요 캐릭터 중 하나를 맡고 있던 배우 김새론의 음주 사고가 터졌던 무렵이었다. 8화 중 이미 6화까지 찍어놓은 상황에서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들이 겨우 제정신을 잡고 모은 뜻은 “어찌됐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감독님도 오래 준비했던 작품이었고, 도환이도 군대 이후 첫 컴백작이었죠.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겼으니…. 놀랐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있으려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고서 감독님께서 저희에게 ‘이런 식으로 갈 거니까 몸은 이렇게 준비해 줘’라고 말씀하셨고 그 시점부터 저희 셋이 의기투합이 됐던 것 같아요. 만일 한 명이라도 힘이 빠진다거나 집중이 흐트러졌다면 남은 7~8화가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오히려 저희들은 ‘6화까지 찍어놨으니 절반 이상 찍었잖아. 끝까지 가야해’하면서 서로 더욱 의지하게 됐죠.”
함께 어려움을 딛고 완성해낸 작품이어서 그런지 ‘사냥개들’을 향한 이상이의 마음은 각별하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연출진과 출연진 모두 “성적보단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에 만족하자”고 했지만 이미 ‘사냥개들’은 공개 첫 주 넷플릭스 TV 시리즈 비영어 부문 시청 2위를 기록하고 바로 다음 주에는 마침내 1위까지 차지했다. 첫 OTT 도전작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 좋은 성적을 거둔데다 연기적으로도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이상이가 보여줄 또 다른 새로운 모습에 기대가 모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저는 앞으로도 존재감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요. 배우란 직업은 보통 누군가에게 불려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연기할 땐 누구보다 능동적이지만 그전까진 수동적일 수 있는 거죠. 언제 어디서든 이 배우랑 작업을 하게 되면 그 과정도 즐겁고, 결과물도 나쁘지 않고, 이 배우랑은 오래도록 작업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자존심 이런 건 별로 없는 편인데(웃음), 잘하고 열심히 하는 그런 배우라는 의식을 스스로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존재감만큼은 잃지 않고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