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소득 본회의 통과 성과…10·29 참사 유족 위로 등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목표 달성을 위한 김동연의 행보는 바빴다. 국내에서는 31개국 외국 대사, 외국 정부 고위층과 만나 교류했고 미국, 일본 등 해외 출장에선 그레첸 휘트머(Gretchen Whitmer) 미시간 주지사를 비롯해 산지브 람바(Sanjiv Lamba) 린데 CEO 등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과 만나 경기도 세일즈에 나섰다.
미국 출장에서 김동연 지사를 만난 ESR켄달스퀘어 측은 3조 원을 투입해 경기도에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규 고용효과 5000명, 경제 유발효과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초거대 투자계획이다. 일본 출장에선 반도체 진공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일본 알박(ULVAC)그룹이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개발 연구소를 경기도에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알박의 해외지사 중 현지 인력이 기술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경기도가 최초다.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4위 장비 기업(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에이에스엠엘,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의 미래기술 연구소를 모두 경기도에 유치했고,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한 기업(온세미, 린데 등)을 유치하는 등 불과 1년 사이에 ‘경기도 반도체 메가 벨트’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김동연 지사 자신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출범 1년 만에 외자에서만 약 10조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인데 ‘김동연’ 브랜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임기 초 100조 원이던 목표는 1년도 되기 전에 125조 원으로 상향됐다. 6월 21일 경기도는 투자유치 125조 원이라는 목표를 재설정했다. 글로벌기업 유치 30조 원, 연구개발(R&D) 및 클러스터 유치 58조 원, 테크노밸리 등 조성 유치 37조 원 등이다. 김동연의 최대 장점을 ‘경제’로 보는 해석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다.
투자 유치가 눈에 보이는 성과라면 기회소득은 김동연이 보여주는 '정책 운용의 묘'다. 지난 6월 28일 예술인 기회소득, 장애인 기회소득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예술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에게, 장애인 기회소득은 활동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기회소득은 한정된 대상에게 한시적으로, 조건을 달성해야만 지급하기에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에서 자유롭다. 그저 지역화폐를 쓸 뿐인 기본소득과 달리 ‘예술에 대한 투자’와 ‘사회적 비용 감소’라는 측면이 강조된다. 분명한 목적성을 지닌 정책이다.
여기서도 김동연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김동연은 조건 없이 퍼주지 않는다. 예상되는 목표(K-컬처, 예술 향유)를 설정하고 리스크는 최소화(중위소득 120% 이하, 연 150만 원)한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려는 관료 스타일이 여기서도 보인다. 그저 예산을 풀기에만 급급한 정치인의 구호가 아닌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최적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김동연의 알고리즘이다.
투자 유치와 기회소득이 김동연이 추구하는 도정, 정책의 일환이라면 은연중 보이는 약자를 향한 따뜻함, 공감 능력은 김동연의 숨겨진 특징 중 하나다.
김동연에게는 늘 경제전문가, 경제부총리, 장관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녔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고위직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에선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문재인 정부에선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김동연을 잘 모르는 일부 대중들은 그를 차가운 경제통이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동연은 잇단 사회적 참사와 비극의 현장에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픔을 함께 나눴다. 타인의 고통에 누구보다 깊게 공감하는 사람. 김동연의 또 다른 모습이다.
김동연은 10·29 이태원 참사에서 피해자의 편에 섰다. 서울시가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분향소를 만들려 하자 “피해자를 차가운 지하에 가두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에서 분향소가 헤맬 때 경기도청 1층에 분향소를 만들어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했다.
김동연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도청 구 청사도 내어줬다.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센터를 안산시 선감도에서 수원으로 옮기고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떳떳하게 지원받아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생활 안정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터지자, 긴급 복지 핫라인을 개설해 생활고로 고통 받는 도민을 살폈다.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연락 달라고 당부했다. 어린 시절 청계천 무허가 판자집에서, 강제 이주 당해 천막촌을 전전했던 김동연에게 가난은 활자 속 이야기가 아니다. 김동연은 "승자독식의 사회를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가 약자의 희망이 돼야 한다며 '기회'의 손을 내밀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