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논란’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넘기고 신주 챙겨…CJ(주) “회계법인 평가 거친 합리적 수준”
CJ(주)는 CJ CGV가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CJ CGV는 오는 9월 27일 상장 예정인 총 5700억 원(7470만 주) 규모의 신주 발행을 추진하는데, 48.5% 지분율로 CJ CGV 최대주주인 CJ(주)는 6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발행 추진 신주의 10%가량이다. CJ(주)의 이러한 행보에 최대주주의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기존 유통 주식이 4772만 주인 상황에서 신주를 7470만 주 발행하는데 최대주주가 신주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CJ(주)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는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참여 방식은 현물출자다. CJ(주)는 100% 자회사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J CGV에 넘기고 CJ CGV가 3자배정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CJ(주)는 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를 4500억 원으로 판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CG CGV의 신주를 받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CJ(주)가 주주배정으로 희석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배정과 3자배정 방식의 증자가 마무리되면 CJ(주)는 40%대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CJ(주)가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고평가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올리브네트웍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51억 원으로 전년 476억 원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도 222.7%에 이른다. 자산 총계가 139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3100억 원가량의 영업권을 보장해준 셈이다.
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를 고평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회계사는 “비상장사는 평가 방식에 따라 가치가 변할 수 있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이에 대한 근거가 반드시 있기 때문에 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네트웍스의 고평가 논란은 예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CJ(주)는 2019년 오너 일가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전부 가져와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는 그 대가로 CJ(주) 지분을 받거나 그 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을 챙겼다. 당시 올리브네트웍스의 주당 교환가액은 6만 6123원으로 책정됐다. 주당 자산가치는 2만 9060억 원에 불과했지만 주당 수익가치가 9만 832원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수익성이 탁월하다고 보고 주당 교환가액이 자산가치보다 크게 뛰었다. 이 당시 발행 주식 수 약 820만 주를 감안한 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는 5424억 원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올리브네트웍스의 재무구조가 평가 당시보다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CJ(주)가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인수를 위해 공시한 2018년 말 재무구조를 보면 부채총계 1931억 원, 자본총계 2471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78%로 양호한 모습이었다. 자산총계는 4403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듬해 자산총계는 4733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부채총계는 3049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자본총계 1683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부채비율은 181.1%로 10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CJ(주)가 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를 평가할 당시 재무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의 시각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2019년 올리브네트웍스가 오너 일가 손을 떠나 CJ(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뒤 고평가의 기준이 됐던 수익성은 급격한 하향세를 겪고 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을 보면 2019년 9.7%, 2020년 9.1%, 2021년 8.5%, 2022년 5.2%로 매년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상장사인 CJ(주)가 오너 일가로부터 고가에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매입했다면 CJ(주) 일반주주 입장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CJ(주)의 최대주주는 지분 42.07%(보통주 기준)를 가지고 있는 이재현 CJ 회장이다. 이재현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우호지분은 47.78% 수준이다.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은 오너 일가와 무관한 일반주주가 가지고 있다.
당시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올리브네트웍스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좋다. 자회사 편입 직전연도 올리브네트웍스의 주주명단을 보면 CJ(주) 55.01%,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17.97%, 이재환 CJ파워캐스트(현 올리브네트웍스) 전 대표 14.83%,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6.91% 등이다.
특히 CJ그룹 승계를 노리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 입장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J(주)에 넘기고 받을 수 있는 CJ(주) 자사주 몫이 늘어난다. 승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 회사에 대한 가치 평가를 두고 이해관계자 간 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거래처럼) 오너 일가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당하기 쉽기 때문에 회사가 나서서 투명하게 정보를 일반주주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사업을 하다보면 재무구조 등이 변한다”며 “회계법인을 통해 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만큼 (올리브네트웍스) 고평가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