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사칭해 돈 내면 합격시킨다며 속여…이름 없는 ‘가짜 대학’ 400개 이르지만 규제 미비
허난성에 거주하는 왕팡(가명)은 올해 두 번째로 대입에 도전한다. 2022년 입시에서 어이없는 사기를 당해 진학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왕팡은 “처음엔 운이 좋아 쉽게 대학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왕팡의 전공은 미술이다. 예술계 수험생은 가오카오가 끝나면 각 대학의 실기 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왕팡은 경쟁자들보다 늦게 미술을 시작했다. 실력을 둘째치고 입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도움의 글을 올렸다.
왕팡은 얼마 뒤 한 예술대학교의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교 정원이 올해 대폭 늘어나 원서만 내면 바로 합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왕팡은 이 남성이 보내준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고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성은 왕팡에게 지원서 비용 400위안(7만 2000원)을 보내면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큰돈이 아니었기에 왕팡은 비용을 지불했다.
남성은 왕팡에게 1차 심사가 마무리됐고 곧 합격 통보가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왕팡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 합격된 줄로만 알고 입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다른 학교엔 원서를 넣을 수도 없었다. 결국 재수를 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가를 받지 못한 학교가 부정으로 학생들을 모집하는 사례도 많다. 이곳에서 딴 학위는 정식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수도사범대 교육정책법률연구원 부원장 채해룡은 “수업을 하지 않아도 학위를 준다는 등의 허위 광고로 부정모집을 하는 경우가 있어 수험생들은 속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자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학 입학 보장’을 광고하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전화번호와 함께 글을 남기니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돈을 내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면서 2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2만 위안(360만 원)을 내면 목표로 하는 대학 학과를 보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격은 6000위안(108만 원)가량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에 선착순으로 입학하는 안이다. 남성은 “이미 많은 수험생들이 지원하고 있어서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당연히 사기였다.
최근 들어 학생 모집 등의 과정을 중개기관에 맡기는 사립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중개기관들이 대학으로부터 받은 대리권을 남용하면서다. 이 기관들이 학력증명서를 부정으로 발급하거나 위조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학교의 입학을 내걸며 수험생을 유혹하는 손길도 있다. 교육 전문가 차이하이룽은 “대학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선 졸업장이 필요하다. 이런 사회적 배경이 가짜 대학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적발된 가짜 대학의 수는 392개다. 대부분이 기존 대학과 이름이 유사하다. 아예 이름이 똑같은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베이징우전대학을 본 딴 ‘중국우전대학’이다. 중국우전대학을 검색하면 베이징우전대학 링크가 나온다. 수험생 입장에선 자칫 혼동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교 홈페이지는 개설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을 해보거나 검색을 조금만 하면 가짜인지 쉽게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과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런 ‘눈’을 가릴 수 있다.
대입전형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법체계가 미비한 것도 이런 입시 사기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는 2014년 ‘입학사정관제 위반행위 처리에 관한 잠정조치’를 공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부처 규약으로 효력 등급이 약하고, 또한 적용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런민대학 교육대학 부교수 저우샹은 “입학 사기는 수험생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허위 정보를 걸러내고, 감독을 강화해 엄하게 처리해야 한다”면서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이들이 입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채널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우샹은 “가짜 광고를 올리는 플랫폼도 선제적으로 조치를 해야 한다. 허위라고 판단 시 바로 삭제해야 한다. 또 학부모와 수험생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해서 가짜 대학을 가려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사범대의 채해룡 역시 “입시전형을 비롯한 교육 시스템이 다양해졌다. 입학사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우후죽순 생겼다. 이들이 가짜로 광고를 하고, 부실 운영을 하면 결국 손해는 수험생이 본다. 그런데 이를 단속하는 법이 없다. 이 기관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철저하게 법에 따라 설립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