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비·인건비 올라 “2020~2021년 신축은 걸러라”…콘크리트 굳기 전 층 올리는 ‘세븐 데이 공법’도 문제
#주차장 지붕층 연쇄 붕괴…이천·평택서도 철근 누락
4월 29일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층 지붕층인 어린이 놀이터 예정 지점과 지하주차장 2층의 지붕층이 연쇄적으로 붕괴되어 무너져 내린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이뤄진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보강 철근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부족 △지상층 토사 과적 등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하주차장에 세워지는 기둥 전체 32개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철근이 필요했지만, 설계상 철근은 17개 기둥에만 적용됐다. 더군다나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했으며 최소 19개(60%) 기둥에 철근이 빠진 것도 확인됐다.
6월에도 경기 이천시에서 중견 건설사가 시공하는 880세대 규모의 한 공사 현장에서도 철근을 적게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서 지어지고 있는 오피스텔도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의혹을 받고 있다.
#“부실공사 예견된 일” 커뮤니티·유튜브서 화제
붕괴 사건을 비롯해 물이 새거나 옹벽이 붕괴되는 등 논란이 연달아 일어나자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했던 글이 주목받고 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2020~2021년 신축 아파트는 걸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철근 콘크리트 10개 들어갈 거를 6~7개만 넣는다거나 자재 엄청 아껴서 지었다”며 “안 그러면 하청업체들이 공사 진행을 할 수 없으니 감리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셜록 현준’에서 한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유 교수는 과거 구조 수업을 듣던 때를 회상하며 “한 교수님이 과거의 기술로는 건물이 안 무너지기 위해 10개가 무너지더라도 괜찮도록 20개의 기둥을 박았다”며 “안전계수를, 지수를 많이 넣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그러면서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공사 현장에서 하도 철근을 빼먹기에 계산이 정확하더라도 감리가 제대로 안 되면 건물이 무너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같은 사건이 났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자재비·인건비 상승, 짧은 공사 기간 등 원인 다양
‘건물의 뼈’라고 일컫는 철근을 포함해 시멘트 등 건물자재비가 오르고, 인건비도 상승한 것이 부실공사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경기 안산시 소재 철근 납품 업체 사장은 “2021년 6월 당시 철근 1톤에 130만 원까지 올랐는데, 2020년 6월 대비 2배 이상 폭등했다”며 “최근 5~6월에는 철근 1톤이 96만~97만 원선에서 거래가 되는데, 2020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소재에 또 다른 철근 납품 업체 대표는 “최근 철근 값이 하향세인 것에 비해 인건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시공 입찰 경쟁으로 인해 원청사가 제시하는 공사비는 그대로인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재비나 인건비는 오르는데 하청업체에 주는 건설비는 그대로니 건설자재를 덜 넣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의 황종덕 교수는 건설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한 것과 더불어 고층 건물을 빠른 시간 내에 지으려 하는 것도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교수는 “1980~1990년대 당시 높이가 30층을 넘어가는 아파트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40~50층까지 높게 짓고 지하 건설을 깊숙하게 진행한다”며 “입주 일정 전에 완공하지 못하면 페널티가 생기기에 급하게 건설할 수밖에 없다. 한 주에 한 층씩 올리는 소위 ‘세븐 데이(7 day) 공법’으로 건설하는데,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기 전에 올리다 보니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