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더·측면 공격수 기존 선수들 버티는 데다 추가 보강 움직임…“주전 자리 비관적이진 않아”
#중소 클럽에서 ‘슈퍼 클럽’으로
파리는 프랑스를 지배하는 팀일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메가 클럽이다. '부자구단'을 꼽을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막대한 카타르의 '오일 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투자청이 2011년 구단을 인수, 파리는 유럽 전체에서 주목받는 구단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사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티아고 실바(브라질), 지안루이지 부폰(이탈리아) 등에 이어 현재의 킬리앙 음바페(프랑스), 네이마르까지 슈퍼 스타들이 파리 유니폼을 입었다.
이강인의 직전 소속팀 마요르카와 크게 다른 환경이다. 연고지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 수도 파리와 달리 마요르카는 스페인 동부의 섬이다. 섬 전체 인구가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홈 구장 규모도 마요르카 손 모시 구장의 수용 인원이 약 23000명인 반면,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는 월드컵과 올림픽 등을 치른 수용인원 약 5만 명 내외의 대규모 구장이다. 수천억 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훈련 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성적 면에서도 파리는 유럽 최강을 노리는 클럽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리그 우승 8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준우승 2회조차 프랑스리그의 이변으로 여겨질 정도로 파리는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파리가 빅클럽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히 일정 이상의 성과를 냈다. UEFA 클럽랭킹에서 파리는 6위에 올라 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첼시(잉글랜드), 리버풀(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파리 앞서 있다.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복귀
자국 내 독주 체제를 완성시킨 파리의 지상 과제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2020년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차기 시즌에도 파리는 챔피언스리그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도 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예정이다. 그에게 유럽대항전이 처음은 아니다. 발렌시아 시절인 2019년, 챔피언스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다만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지 못했다. 10대 유망주 시절로 팀 내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출전한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 선발 출전은 단 1회였다. 그나마 조별리그 경기에서만 출전했고 토너먼트에선 벤치를 지켰다.
파리에 합류한 이강인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도 나설 전망이다. 파리는 아직 우승은 없으나 최소 조별리그 통과 이상을 보장하는 구단이다. 카타르 투자청의 구단 인수 이래 파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소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왔다. 파리가 지난 시즌 프랑스리그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점도 조별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프랑스리그 우승국은 조추첨에서 1번 시드를 받는다.
#빅클럽 주전 가능할까
개선된 환경, 더 강해진 전력의 팀에서 뛸 이강인에게 주전 자리까지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은 절대적 에이스였다. 경고 누적에 따른 징계로 빠진 두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리그 36경기 중 33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전방 공격수 베다트 무리키에 이어 팀 내 공격포인트 2위에 올랐다. 맹활약 이후 마요르카를 떠나며 남긴 이적료는 2200만 유로(약 312억 원)로다. 이는 100년이 넘는 마요르카 구단 역사를 통틀어 역대 2위 기록(1위는 2004년 사무엘 에투)이다.
파리는 세계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몰려드는 구단이라 이강인이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파리의 주요 자원 중 하나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증명했다. 이전까지 주로 맡았던 공격적인 미드필더 역할 외에 측면에서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파리가 미드필더 3명 체제로 운영한다면 마르코 베라티(이탈리아)와 마누엘 우가르테(우루과이)가 한 자리씩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미드필드 후방 지역에서 경기를 조립하거나 수비적인 능력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들의 조합에 이강인이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자리를 두고 파비안 루이스(스페인), 카를로스 솔레르(스페인) 등과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이들은 지난 시즌 하락세를 겪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비티냐(브라질)도 유력 경쟁 상대 중 한 명이다.
이강인이 측면 공격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 파리는 음바페와 네이마르라는 세계 최고 공격수를 보유했다. 현실적으로 공격진에서 이강인이 뛸 수 있는 자리는 오른쪽 측면 자리다. 이 자리에서 뛰기 위해선 마르코 아센시오(스페인)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아센시오는 이강인과 같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롭게 영입된 자원이다. 예리한 왼발을 가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루이스 엔리케(스페인) 신임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 시절 아센시오를 중용했다는 점도 이강인에겐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추가 영입이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메시가 이탈하고 우가르테, 이강인, 아센시오 등을 데려왔으나 추가 영입 가능성도 있다. 파리는 현재 라스무스 회이룬(덴마크), 두산 블라호비치(세르비아) 등 최전방 공격수와 루머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격자원 영입이 성사된다면 이강인은 미드필더로 뛸 기회를 엿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명의 파리 영입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 베르나르두 실바(포르투갈)다. 실바가 파리 유니폼을 입는다면 공격적인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등 활동 범위가 크게 겹치기에 이강인에겐 달갑지 않은 경쟁자가 된다. 실바의 파리 입단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실바는 파리 이외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윤 MBC 스포츠해설위원은 이강인의 팀 내 주전 경쟁에 대해 "최근 수년간 한국인 선수들은 굉장히 똑똑한 선택을 하고 있다. 주전 경쟁 상황에 대해 충분히 판단을 하고 이동하고 있다"며 "이강인도 어느 정도 자신이 뛸 수 있다는 계산은 하고 들어갔을 것이다. 실제 팀 내 상황도 그렇게 보인다. 300억 원 정도 이적료가 나왔는데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