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 침체 전망 속 매달 100만 박스 알리 주문량 확보…CJ대한통운 “글로벌 시장 열려 있다 판단”
#직구 시장에 본격 참전?
알리 익스프레스가 7월 들어 대규모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알리 익스프레스 홈페이지에는 7월 13일 기준 인기상품들이 약 1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99%까지 할인을 제공한 슈퍼딜 상품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주목한 지점은 무료 배송·반품과 배송 기간 단축이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인기 제품을 3~5일 내에 배송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 익일 배송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게는 1~2주일가량 소요되던 해외 직구 상품 배송기간을 크게 줄인 셈이다.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국내 물류 파트너인 CJ대한통운과 제휴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는 서울 인근에 물류센터를 열고 중국 물류거점인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9월 차이냐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CJ대한통운은 올해 기준 매달 100만 박스의 알리 익스프레스 상품을 인천공항에서 최종 소비자한테 배송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배송된 상품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도맡은 셈이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국내에서 제일 많은 터미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알리 익스프레스 입장에서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배송을 담당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은 셈”이라며 “CJ대한통운 입장에서도 메인 터미널, 허브 터미널, 영업소 등의 가동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단위당 원가는 낮아지고 매출은 높아지는 이익 구조가 창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는 직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을 모두 끌어안게 된 큐텐은 직구·역직구 카테고리 중심으로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쿠팡 역시 미국과 중국, 홍콩 시장 상품을 2~3일 안에 들여오는 ‘로켓직구’ 서비스를 론칭한 데다 지난 6월 대규모 할인판매를 제공하는 로켓직구 쇼핑 페스티벌을 열어 이목을 끌었다. 11번가와 G마켓 역시 직구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할인판매 행사 등을 통해 고객 끌어모으기가 한창이다.
국내 직구 시장은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다. 올해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해외직구 동향에 따르면, 2022년 해외직구 규모는 9612만 건, 47억 25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 건수와 금액 기준 모두 최초로 중국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이목을 끌었다. 올해 국내 직구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5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량과 가성비로 밀어붙이고 있는 알리 익스프레스가 인기를 끌면서 CJ대한통운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로 눈 돌리는 CJ대한통운
알리 익스프레스와의 제휴를 두고 CJ대한통운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는 쿠팡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구축해 ‘쿠세권’을 만들어놓은 쿠팡은 지난해 12월 물류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택배 사업에 재진출했다. 배송인력을 CLS로 옮기면서 일반 택배업인 ‘3자 물류’를 강화한 셈이다.
2021년 1분기 CJ대한통운은 전체 택배 물동량의 50.8%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44.8%로 하락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퍼센티지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시장의 반 이상을 먹은 것과 아닌 것은 굉장히 결정적인 차이다. 대한통운이 심각성과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복합기업인 쿠팡과 달리 CJ대한통운 같은 물류기업은 파생산업인 까닭에 스스로 물량을 창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타 유통사와의 협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 동맹을 맺고 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에게 풀필먼트 시스템을 제공하며 라스트마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며 고정 물량의 중요성을 인지한 까닭에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사 다변화 전략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 익스프레스와의 제휴도 생태계 확장의 일환인 셈이다.
국내 택배산업이 정체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CJ대한통운이 직구 시장에 눈을 돌린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물동량은 2019년 27억 8900만 상자였으나 2020년 33억 7300만 상자, 2021년에는 36억 2900만 상자로 늘었다. 지난해 1~11월까지 택배물동량 역시 37억 3285만 상자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2%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으로 앞으로 이 시기와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의 구교훈 교수는 “팬데믹 3년보다 택배 주문량이 늘어날 수는 없다.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 탓에 국내에서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배달 업종도 위기를 겪고 있다”며 “앞으로는 답보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알리 익스프레스와의 제휴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5월 4일 동영해운과 함께 한국, 일본, 베트남과 몽골을 잇는 복합물류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고 5월 10일 사우디에서 글로벌권역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중동 해외직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16일에는 대만의 세계적 해운사인 에버그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6월 28일에는 미국과 6000억 원 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협약을 맺었다. 7월 10일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업부를 국내와 해외로 나누고 글로벌사업기획실을 신설하는 등 글로벌 사업 조직을 보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글로벌 물동량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월 7일 기준 931.73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3% 하락한 수치다. 최근 SCFI는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상컨테이너 운임 하락은 물동량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분기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사업 부문 매출액은 약 1조 2428억 원이었지만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2023년 1분기에는 1조 3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가량 줄었다. 2분기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탓에 전세계적으로 교역이 줄어들고 있어서 물류업계가 당분간 고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알리 익스프레스와 제휴하게 된 것은 입찰 시 저희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던 덕분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이라며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이 열려 있다는 판단 하에 해외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미국 중심으로 반도체나 2차전지를 공급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글로벌 물류 인프라 구축에 더욱 힘쓰는 측면도 있다”고 밝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