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기 조종태 사의 표명, 29기 송경호 승진 가능성…25~26기 중 일부 ‘나가지 않겠다’ 버티는 분위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모두 사법연수원 27기인 가운데 고검장 승진 1순위로 거론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29기 고검장이 나오게 되면 기존 검찰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부합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25~26기 가운데 상당수가 사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문제는 최근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들 사이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버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25기 고검장 중 첫 사의 표명
현재 검찰에는 검찰총장보다 선배인 대검검사급은 12명에 달한다. 고검장 라인에는 △이주형 수원고검장 △최경규 대구고검장 △노정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상 25기) △이노공 법무부 차관(26기, 고검장급으로 분류)이, 검사장 중에는 △임관혁 서울동부지검장(이하 26기) △심우정 인천지검장 △노정환 울산지검장 △이수권 광주지검장 △문홍성 전주지검장 △류혁 법무부 감찰관(검사장급으로 분류) 등이 있다. 비수사부서 보직에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23기)도 있다.
이들 가운데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처음으로 사의를 표했다. 조 고검장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25기 고검장급 중에는 처음이다.
조종태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1996년 수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범죄예방기획과장,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춘천지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2022년 4월에는 검수완박 입법에 반발해 다른 고검장 5명과 함께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조 고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도 “편법을 앞세운 정치권의 공세를 끝내 당해내지 못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법은 목적과 수단, 내용 등이 모두 정당하지 못했다”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검찰의 입장이 달라져 보이는 ‘검찰의 정치화’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검찰 조직을 향해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인품이 좋기로 소문난 조종태 고검장은 “후배가 검찰총장을 하는데 선배가 남아있는 것은 검찰 내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며 주변에 사퇴의사를 거듭 밝혀왔다고 한다. 2023년 상반기부터 대검 측에 사의를 밝혔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금 더 도와달라’는 취지로 요청해 최근에서야 사의가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수사가 잘 된다는 판단 하에 인사가 늦춰지다 보니 조 고검장의 사의 표명도 늦어진 것 같다”며 “이제 본격적인 인사 시즌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잇따르는 사의, 8월 인사설 ‘솔솔’
이근수 제주지검장(28기)도 최근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 지검장은 200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대검 공판송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이던 2016~2017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이원석 검찰총장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공안·기획통이다.
그런 이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가족을 돌봐야 할 일이 생겨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인사에서 “옳고 합당하며 명분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며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갖춰 묵묵히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수행하는 명예로운 검찰로 지속되기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검과의 조율 하에 나온 잇따른 대검검사급의 사의 표명과 함께 검찰 내에서는 ‘8월 인사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올해 8월에는 인사가 날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얘기”라며 “문제는 25기와 26기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직서를 내 총장과 장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냐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고검장 라인이 26기 중심으로 구성되고, 27~29기 가운데 일부도 고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전히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기수(27기)에 비해 선배지만, 갑작스런 기수 조절은 인사폭을 너무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관측이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처럼 일부 27~29기의 승진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송 지검장은 현재 공석인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급)로의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럴 경우 26기와 27기 일선 지검장들 가운데 일부의 사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한다. 25기~26기들 가운데 “나가지 않겠다”며 버티는 경우들이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현재 공석인 대검찰청 차장, 서울·대전고검장, 법무연수원장과 광주고검장 등 고검장급 5자리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법무실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공석은 여전히 비어 있다. 때문에 추가 사의 표명이 제한적이더라도 승진 인사를 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총장과 장관보다 선배인 고검장·검사장이 남아 있는 것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의 한 검찰 관계자는 “25기와 26기 중 일부가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게 검찰 내에 공공연하게 도는 이야기”라며 “나갈 분들이 정리가 된 뒤에, 공석의 규모를 놓고 하마평이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나가야 할 분들이 나가지 않고 있다 보니 대검에서도 고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특수통 대거 승진할까
8월 인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특수통 중심의 승진 인사가 재연될 것인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인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인연이 있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약진해 형사·공안 라인 검사들 사이에서는 “친윤만 잘나간다”는 불만 어린 반응도 나왔던 상황이다. 김석우 법무부 법무실장(27기)을 승진시키는 등 올해 초에는 조직 안정을 도모하는 소폭인사도 했지만, 이번 하반기 인사가 사실상 이원석 총장의 첫 인사인 만큼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 출신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특수통만 중용했다”며 “이원석 총장이 과연 고루 배분하는 인사를 할지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수원지검처럼 굵직한 사건이 있는 곳에 누구를 보낼지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