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사퇴 총투표 부결 때 혁신은 물건너가…류호정 장혜영 제3세력? 그분들이 할 소리 아냐”
정의당은 그동안 자강론과 신당론이라는 재창당 노선을 두고 6개월간 갈등을 겪어왔다. 전·현직 당직자들이 탈당한 뒤에서야 신당론을 채택하고 발표했으나,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새진추뿐 아니라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정치그룹 ‘세 번째 권력’을 출범시키며 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월 18일 정호진 새진추 운영위원장을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들이 탈당하게 된 전말이 궁금하다.
“2022년 9월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안 당원 총투표가 부결됐을 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당을 혁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강력한 인적 쇄신을 통해서 당이 다시 시작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당원 40%가 찬성을 했다. 적지 않은 수다. 안타깝게도 당 지도부와 주류 세력은 이를 거절했다. 변화의 물꼬를 트는 기회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이후 (이정미 대표를 선출한) 당직 선거가 있었으나, 또 해왔던 대로 걸었다. 변화나 혁신에 대한 동력을 상실했다. 진보정당으로서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의당은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파 갈등으로 인해 탈당하자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가 회자된다.
“정파 갈등으로 인한 탈당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정의당 가장 큰 정파가 정치 현안에 대해서 분명하게 주장했더라면 모르겠는데, 주요 현안이나 당내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물었다. 당직 선거나, 공직선거 경선 있을 때마다 힘자랑만 했다. 생각을 말하고 입장을 제시해야 하는데, 힘자랑만 해서 문제였다. 정파 간 갈등이 아니라,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신당 추진을 선언했다.
“정의당을 대체하는 진보 제1정당을 하기 위해서다. 거대 양당뿐 아니라 진보정치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을 두고 빨갱이 정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연한 정책이라고 여긴다. 진보정당 역할 중 하나가 시대정신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진보정당 역할은 유효하다.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 등 극변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거대 양당은 극단적 대결 정치만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피로하고 지쳐 있다. 이때 정의당이 진보정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 그래서 정의당을 대체해서 대표 진보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20대 국회 때 조국 전 장관 사태로 인한 외적 후폭풍이 컸다. 심상정 대표도 오판이라고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 의결기관의 압도적 다수가 조 전 장관 임명 찬성을 했다.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후폭풍이 컸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좌고우면, 눈치 보는 정당이 됐다. 대표적으로 2중대 프레임에 발목 잡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갈 길을 잃었다. 2중대를 벗어나는 것을 당의 정체성으로 규정했다. 다른 정당과 비교해서 정체성을 정하는 건 자존감 낮은 정치다. 당원들도 실망하고 지지자들도 떠났다. 그동안 진보정당이 주장과 대안을 소신을 갖고 밀어붙인 것과 배치된다. 그렇게 시민들 마음에서 당이 멀어졌다.”
―정의당도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개월 재창당 논의 속에서 귀결된 게 신당 창당이다. 당초 자강론을 얘기했다. 자강 없는 자강이었다. 이번에도 자기 주도 혁신 방향성이 없다. 허울뿐인 신당 창당이 될 것이다. 정의당이 진보세력과 함께하겠다고 하나, 같이 하겠다고 하는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이 기후·녹색, 노동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그런 가치가 없어서 이런 상황이 됐나. 정의당이 최초로 제기한 가치인가. 이미 주장해왔던 가치다. 맛없는 식당이 간판을 바꾼다고 손님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내년 총선 앞두고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실패 예상된다.”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은 어떻게 보나.
“거론이 많이 되는 금태섭 전 의원 신당만 보면, 잊을 만하면 소환되는 중도다. 같이 하고자 하는 분들이 가치가 충돌하고, 일치되지 않는다. 중도 정체성도 밝히지 못했다. 가치와 노선이 충돌하는 정당은 짜깁기 정당이다. 총선에서 의석 만들 수는 있으나, 그 이후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본다. 양당 싫다는 정서가 강하다. 어떤 당이 싫어서 만든 당은 오래가지 못한다. 양당 정치에 피로도가 쌓이면서 일시적으로 제3정당 효과를 보고 있지만 가치와 정체성이 불분명해서 오래갈 정당으로 보지 않는다.”
―정의당은 금태섭 전 의원·양향자 의원 등과 내년 총선 때 연대·연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진보노선이 아니라 다른 길을 걷겠다고 버젓이 이야기했다. 진보 정치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지 않다. 연대·연합을 할 수 있지만,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없다. 정의당이 그토록 비판했던 정치 이합집산에 스스로 부정하고 뛰어든 것이다. 사실상 해당 행위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가치와 비전보단 몇몇 사람 국회의원 배지 다는 것에 급급해서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꼭 정의당을 찍어 달라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제3지대도 성원해 주시면 (중략) 다원적 민주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문제 있는 발언이다. 정의당 안 찍어도 되니 다른 당 뽑아달라는 건, 금태섭 전 의원 신당을 찍으라는 것인가.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는 리더가 할 말이 아니다. (심 의원이) 제3지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새진추는 장혜영 류호정 의원의 ‘세 번째 권력’과 선을 그었다. 류호정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제3지대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바뀌는 것은 신념이나 이념이 아니다. 발의한 법안 통과 가능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 실현 가능성 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인터뷰] 류호정 의원 “정의당, 거대 양당과 똑같아…부끄러운 줄 알아야”).
“류호정 의원이 말한 걸 제3세력 프로젝트에선 할 수 있고, 정의당에선 왜 못하는가. 이해가 안 되고 동의할 수 없다. 류 의원이 ‘진보정치 낡았고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에 대한 국민적 평가 끝났다’고 했다. 정의당이 힘들어진 상황에 두 분 역할이 컸다. 두 분이 할 소리가 아니다. 두 분은 비례대표를 했기에 정의당에선 지역구 출마를 해야 한다. 그러면 국회의원 배지 달 수 없어서, 다른 길 모색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 목표는.
“내년 총선은 원내진출을 목표로 한다. 비례대표 정당이 되길 바라진 않는다. 저희는 비례대표와 지역구에 동시 출마가 가능토록 하는 것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정당과 달리 작은 정당은 지역구 돌파가 쉽지 않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기라성 같은 진보 정치인들도 지역구에 처음 출마했을 때 다 떨어졌었다. 지역구에서 꾸준히 출마하고 헌신한 분들이 매번 떨어지시고, 지쳐서 정당 활동을 중단했다. 그래서 비례대표로 과열되는 양상이 적지 않았다. 이를 막고 지역에 헌신한 분들에게 공직 진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새진추의 대표 공약이 궁금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중간평가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신임, 불신임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되면 임기 끝날 때까지 책임 정치 안 하고, 무소불위로 하는 거 막고자 한다. 평가받지 않으려는 정치인은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정의당에 대한 비판이 공약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진보정당은 그동안 당을 통해서 성장한 사람이 공직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외부 인사 영입이 활발해졌다.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 청년 할당을 과도하게 적용했다.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1~2번에 전략 할당됐다. 당을 통해서 성장했던 정치인들이 (류호정 장혜영 의원보다) 당내 당원 투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밀려났다. 두 의원은 당적 경험과 공감대가 충분히 감지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청년 비례대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정의당은 국회의원 6명뿐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당으로 비친다.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과거 진보정당 국회의원 모습과 다른 모습에서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오는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아직 확답을 드리긴 어렵다. 7월 말 새진추 제안자 발족식을 하고, 8월 말쯤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울 예정이다. 연내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궐선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해봐야 한다.”
―어떤 인물들을 영입할 예정인가.
“덜 유명하더라도, 당을 통해서 성장하고 검증된 분들이 국민 앞에 서서 정치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노회찬 심상정 권영길 등은 민주노동당에서 대중적 검증을 마친 뒤 2004년에 원내 진출에 성공한 분들이다. 선거 때마다 유명세 있는 인물을 영입하느라 셀럽의 장이 됐다. 본말전도다. 인물 영입을 내세우는 정치보다는,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선거 구도가 돼야 한다. 물론 어느 정당이나 부족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으면 인재 영입해야 한다. 같이 해야 하는 분들을 모시는 걸 게으르게 할 생각은 없다. 국민들에게 진보정치인으로서 뉴페이스를 선보이려고 노력하겠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