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이준석 이기인 동참, 자칫 ‘오점 박제’ 가능성…정치 청정 이미지 얼마나 오래갈지도 의문
#5일 만에 1억 명 돌파
7월 5일 메타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스레드를 출시했다. 스레드는 트위터처럼 짧은 글 위주의 SNS 서비스다. 스레드는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3000만 명을 넘어섰고 5일 만에 1억 명을 돌파했다. 두 달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챗GPT’보다 빠른 수치다. 한국은 7월 11일 기준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군(18)은 인스타그램과 계정을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스레드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말했다. 오 군처럼 기존에 사용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으면 스마트폰에 스레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계정 연동을 하면 스레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약 13억 명이 스레드의 잠재 고객인 셈이다. 오 군은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스레드에 가입했다. 서로 연동돼 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질리면, 스레드에 있는 글이나 콘텐츠를 본다”고 말했다.
스레드로 옮겨간 다른 이유도 있다. 스레드는 트위터에 비해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는 글이 적다. 음란물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아직 많지 않다. 오 군은 “트위터는 정치적인 다툼이 지나치게 심하다. 또 좀 지저분한 이미지도 있다. 그래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스레드를 계속 쓸 것 같다”고 했다.
스레드에서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힌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은 “트위터의 경우 팔로하는 계정 가운데 약 70% 이상이 익명이다. 그래서 누군지 가늠조차 못한 채 정치적 사안에 대해 그 사람과 다투거나 논쟁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스레드는 사실상 실명제로 운영된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면서 대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 말처럼 이용자는 스레드 계정과 연동된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살펴보면 상대방의 실명까지는 알 수 없어도 그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인지는 파악할 수 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초기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SNS 공간이 지나치게 정치화된 지점이 있다”며 “여기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하나의 해소 창구로서 새로운 SNS가 만들어질 때마다 이렇게 이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 넘는 건 한순간인데…'
스레드만의 새로운 문화도 흥미를 모은다. 먼저 다양한 신조어가 나왔다. ‘쓰팔완’은 ‘스레드 팔로 완료’를 줄인 말이다. ‘쓰레고침’은 스레드가 재미있어서 인스타그램을 하다 다시 스레드를 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신조어를 쓰며 상대방에게 반말을 한다.
일부 정치인들도 이에 동참했다. 7월 10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스레드에 “반말로 질문하면 퇴근하면서 답글 달아보겠다”는 글을 올렸다.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용자들은 김 지사에게 “파인애플 피자 좋아해?”라는 개인적인 음식 취향에 대한 질문부터 “장애인 아동 권리 보장해 달라”는 민원까지 다채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김 지사는 질문에 일일이 반말로 답변했다. 이 모습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화제가 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스레드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했다. 음식, 여행 사진 등을 주로 올렸다. 이 전 대표는 어느 이용자가 “준석이 형 우리 아빠가 형 아주 좋아해”라는 댓글을 달자 “너는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 돌려서 하지 마라”같은 농담 섞인 답변을 했다.
이기인 의원은 스레드로 민원을 원활하게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기도에 수해를 입은 곳이 있으면 연락을 주라고 하니 실제로 제보가 왔다”며 “(스레드의) 격의 없는 문화가 시민들에게 의원에게 직접 연락해도 되고 무언가를 부탁해도 된다는 것을 체감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격의 없는 문화가 정치인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레드를 이용하는 최 아무개 씨(28)는 “유명 정치인과 반말로 소통한다는 게 재미있긴 했다”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된다. 선을 넘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레드는 게시물을 수정할 수 없다. 정치인이 논란이 될 수 있는 글이나 반말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박제’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최재용 소셜미디어진흥원 원장은 정치인들이 스레드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 원장은 “젊은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SNS를 안 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면 스레드를 정치적인 색깔을 지나치게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소통 창구로만 쓰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트위터 대체? 글쎄…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은 7월 17일 스레드 이용률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1년 반짝 인기에 그쳤던 SNS ‘클럽하우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스레드가 다른 SNS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것도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이 약간 갸우뚱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신규 가입자가 정체기에 들어가면 기존 이용자들이 이 SNS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레드가 트위터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스레드는 한 게시글에 담을 수 있는 사진이 최대 10장, 영상은 최대 5분이다. 글자 수는 500자로 제한돼 있다. 트위터는 사진 최대 4장, 동영상 최대 2분 20초, 글자 수 280자 이하다. 스레드가 더 많은 분량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트위터는 특정 단어로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해시태그 기능이 있어 검색하기 편리하지만, 스레드는 그 기능이 없다. 스레드는 특정 이슈를 검색하기 불편하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DM(다이렉트 메시지) 기능도 트위터에만 있다.
스레드의 정치 청정구역 이미지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메타는 스레드를 정치 뉴스보다는 일상이 주로 공유되는 새로운 형태의 SNS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 미국 정치인들이 잇달아 가입했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사들도 공식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치인들도 속속 스레드 계정을 만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유력 정치인들이 공식 계정을 만들었다.
송경재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치 기사나 정치인의 메시지를 막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입장에 따라 모든 메시지를 정치적이면서 비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정치적인 콘텐츠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는 취지다. 송 교수는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하면 (트위터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SNS가 될 것이라는 메타의 주장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앞서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스레드를 사용하기 위해 오고 있다”며 초기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7월 18일(현지시간) 스레드는 누가 자신을 팔로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팔로 탭(Follow tab)과 텍스트 번역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