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주 급등락 속 일부 사업 실체 없어…‘최대주주 변경 후 신사업 추가 및 CB 거래’ 구조 주의
#급등하는 ‘2차전지’ 사업 진출 상장사들
주방용품 제조 회사인 A 사는 2022년 말 갑자기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22년 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기업을 인수하며, 배터리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위해 합작 벤처 회사 지분도 취득했다.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올해 초 4000원대였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3만 8000원대까지 올랐다. 그 후 1만 3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2차전지 테마 흐름을 타고 2만 2000원대까지 급등했다.
특수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B 사는 조금 더 수상하다. 2022년 2월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니 2차전지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초, 4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4월 중순 1만 6000원대까지 올랐다. 4배 넘게 오른 것. 최대주주를 비롯한 일부 투자조합들의 의무보호예수가 끝나는 시점(2월)과 맞물려 있었다. 심지어 B 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래핀 신소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던 곳이었다. 2차전지 사업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결정했지만 일정은 모두 변경됐다.
자본시장에서는 A 사와 B 사처럼 신규로 2차전지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경계’를 당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초부터 2023년 3월 말까지 2차전지 관련 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기업은 총 54곳에 이른다. 하지만 2차전지 사업은 투자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고, 이를 매출로 연결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자본시장 흐름에 밝은 상장사 대표는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홀딩스 등 2차전지 관련 실체가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뛰다 보니 무늬만 2차전지 테마주에 탑승한 종목들의 주가도 따라서 상승을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며 “2차전지 테마주를 노린 기업들이 전환사채(CB)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시장에 있는 2차전지 관련 기업 중 절반 이상은 모두 ‘주가’를 띄우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며 “최소 5년 전부터 2차전지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면 시장 경쟁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기업들이 2차전지 열풍에 편승해 주가 상승만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3년 동안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모든 사업의 추진 경과를 기재하도록 했다. 다음 달부터 나오는 반기보고서에는 올해 6월까지 추가된 사업의 추진 현황과 관련 위험,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향후 추진 계획 등이 담겨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조직 확보 현황, 제품 개발 진척도, 매출 발생 여부 등을 공시토록 했다.
#최대주주 변경 후 ‘신사업’ 추가 시 주의해야
특히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의 변경과 함께 이뤄지는 호재 발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대주주가 투자조합으로 되어 있는 경우, ‘세력’들이 주가조작을 위해 인수한 뒤 고의적으로 주가를 부양한다는 지적이다.
IB업계 큰손으로 통하는 한 인사는 “세력들 입장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졌지만 주가는 크게 움직인 적이 없는 기업 지분을 20% 정도만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뒤, 새로운 호재를 붙여 주가를 띄우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며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전환사채(CB)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되고 거기에 2차전지 사업 진출을 공시한다면 99.9% 주가조작 시도”라고 평가했다.
‘최대주주 변경(상장사 인수)→CB, BW 등 사채 발행으로 지분 확보→호재 발생 후 주가 상승 때 지분 처분’ 구조를 주의하라는 경고다. 철강재 업체인 C 사 경우가 대표적이다. C 사는 올해 초 필리핀의 니켈 광산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알린 뒤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3월 2000원대에서 거래되던 C 사 주식은 한 달여 만에 5400원대까지 올랐다. 2배 넘게 급등한 것.
C 사의 시작은 2018년부터였다. 그해 7월 최대주주 변경 양수도 계약이 체결된 뒤, 보물선 테마주에 이름을 올리고 주가가 급등했다. CB 발행도 급증했다. 현재 1분기 말 기준 C 사의 미상환 CB는 400억 원이 넘는다. C사 대표는 “실제로 필리핀에서 니켈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3800원대까지 급등했던 주가는 다시 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금융당국은 ‘2차전지 테마주’에 올라탄 주가조작 기업들을 솎아내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3년 초부터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2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테마는 초전도체 될까 ‘우려’
하지만 자본시장 업계는 이를 아랑곳 않고, 2차전지 다음 테마주를 찾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초전도체다. 한국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소식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제로(0)’이면서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말한다. 기존 영하(-) 180℃ 이하에서 생성되는 초전도체는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는데 연구진이 이를 30℃ 상온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특정 온도 이하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인데 초고속 컴퓨터, 자기 부상 열차,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선 개발 등에 활용되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초전도 선재 개발 전문업체 서남이 7월 25일 2905원에 거래를 시작해, 8월 2일 기준 8450원까지 올랐고, 덕성 역시 7월까지 2000원대였던 주가가 8월 2일 기준 7460원에 거래되고 있다. 7월 28일 상승세를 탄 후 4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앞선 IB업계 인사는 “아직 초전도체 관련 흐름은 보도에서 시작돼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사업 현실성이 낮아 보이지만 2차전지 테마 흐름은 다들 끝났다고 보기에 다른 테마를 찾고 있는 상황이고 초전도 테마주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이에 편승하려는 세력들이 분명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