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 잇따르자 사형제 부활 여론도 커져…법원 “절대적 종신형, 현행법상 형 종류 해당 안 돼”
당시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 시장의 사형 집행 의지는 지지율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흉악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 여론이 뜨겁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흉악범죄는 거듭되고 있다. 최근에도 ‘정유정 또래 살인 사건’이나 ‘조선 신림동 칼부림 살인 사건’ 등이 연이어 벌어지며 사형 집행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997년 12월 3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대한민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사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판결한다. ‘노원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6-3부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나 오랜 기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형제가 형벌의 실효성을 상실한 현재의 시스템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관련 질의를 받고 “사형제는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으로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며 “사형제도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질의를 한 조정훈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묻지마 살인사건에도 사형 집행이 어렵다면 최소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필요하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대신 법원의 사형 선고가 활용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 법원에서는 이런 방식은 정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22년 12월 15일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부장판사)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입법 문제”라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건 정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대법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한 첫 판단이 나왔다. 7월 13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 아무개 씨(28)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씨는 2019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이었는데 2021년 12월 21일 공주교도소 수용 거실 안에서 40대 수용자를 살해해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에게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정 기간 지나면 가석방이 되는 무기징역과 달리 사형은 사면이나 감형이 없는 한 계속해서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어야 해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고 사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절대적 종신형은 형법, 형사소송법, 형집행법상 형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원심이 사형 선고의 근거로 든 내용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만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두고도 반대의 목소리는 분명 존재한다. 사형보다 더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은 물론이고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