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화 지연에 자금 압박,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도…솔루스첨단소재 “하반기 유럽과 북미 설비 투자 본격화”
#자꾸만 미뤄지는 흑자전환의 꿈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7월 26일 룩셈부르크 소재 자회사인 Volta Energy Solutions S.a.r.l.(VES)에 운영자금 1844억 2080만 원을 금전대여해주기로 공시했다. 자기자본의 20.09%에 달하는 금액으로 이자율은 4.6%다. 운영자금을 대여한 VES는 7월 28일 자회사인 헝가리 소재 법인 Volta Energy Solutions Europe Kft.(VESE)를 통해 손자회사인 Volta Energy Solutions Hungary Kft.(VESH)에 891억 3000만 원을 출자키로 했다. 헝가리의 전지박 공장 증설을 위한 자금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공시된 솔루스첨단소재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011억 원, 영업손실은 238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4% 줄었고 영업손실은 213.16% 늘어난 수치다. 유럽 전력비가 고점을 유지하면서 유럽법인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동박은 전력비 상승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올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고객사들의 동박 수요가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솔루스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68.11%다. 올해 솔루스첨단소재는 3000억 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 7월 4일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 바이오 사업부문을 영위하던 솔루스바이오텍을 3423억 원에 영국의 크로다 오버시즈 홀딩스에 매각했다. 솔루스바이오텍은 2021년 10월 물적분할을 통해 독립한 법인으로 매각 전 매출 비중은 7% 수준이었다. 매출의 71%가량을 차지하는 전지박·동박 사업부문의 사업 확대에 집중하기 위해 투자금 확보 차원에서 매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 소재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와 자금조달 압박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급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수익을 통한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솔루스첨단소재에 대해 “향후 2조 원 정도는 투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을 못 내고 있다 보니까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조달할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고 올해까지는 투자를 늘리는 게 가능하겠지만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내년, 내후년 생산능력 확대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솔루스첨단소재가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하반기에 흑저전환이 예상됐는데 올해 하반기로 밀리더니 지금 와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2년 넘게 수익성이 개선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부담 요소다”라고 말했다.
#장점이 분명한데, 체력이 문제
동박은 구리를 얇게 가공한 판으로서 가전제품부터 스마트폰, 통신·군사기기, 우주항공산업 등 모든 전자제품의 근간을 이루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부품이다. 전지박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을 일컫는다. 전지박은 주요 배터리 제조사나 전기차 기술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완성차 업체에 직접 납품되는 소재로 전지박 시장은 전기차 시장과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현재 국내 동박·전지박 제조사 중 유일하게 유럽에 생산거점을 갖춘 업체다. 유럽 내에 공장을 보유한 배터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납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유럽 내 동박 수요는 향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1~2위를 다투는 동박 제조사인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각각 폴란드와 스페인에 대규모 생산거점 확보를 추진 중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소재 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사들과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을 경우, 고객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다른 회사들도 유럽에서 현지 공급을 추진하며 초기에 수율 안정화 등 시행착오를 겪게 될 텐데 솔루스첨단소재가 선제적으로 노하우를 쌓아 경쟁력을 확보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국의 동박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예전에는 글로벌 6개 업체들만 하이엔드 동박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봤었는데 지금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국내 동박 기업의 재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각각 12.1%와 11.6%를 기록한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각각 0.2%와 3.7%로 하락한 상황이다.
더욱이 동박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입지 못해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동박은 2차전지의 4대 구성요소인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 중 음극재의 핵심 소재다. IRA에 따르면 양극재, 음극재 등은 핵심광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FTA 체결국에서 가공되기만 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2차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분리막도 원래 공급과잉 상태였지만 부품으로 인정받으면서 배터리 제조사들 사이에서 북미에 공장을 건설한 국내 업체 위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그러나 동박은 광물로 분류되면서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판가압박을 계속 받고 있고 수익성은 계속 저조한 상태”라고 말했다.
SNE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 동박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SK넥실리스가 22%, 중국의 왓슨이 19%, 대만의 창춘이 1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가 1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중국의 자위안커지(9%), 뉘더구펀(7%)과 일본의 니폰덴카이(5%)에 이어 후루카와와 함께 나란히 2%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선두권과 점유율 등에서는 아직 격차가 상당한 셈이다.
‘체력’만 버텨준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해볼 만한 경쟁이라는 분석도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전기차용 전지박 수요는 약 35만 톤(t) 규모이나 2027년에는 약 2.4배 성장한 122만t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의 증권사 또 다른 연구원은 “일단 솔루스첨단소재가 전기박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지금은 과실을 따기 이른 시점이다. 여전히 탈중국화 요구가 높고 고객사들도 현지 납품을 선호하는 상황인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 시장 자체가 아직 성장 초기 국면이고 수요가 워낙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유럽과 북미 쪽 설비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헝가리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제2공장 양산이 시작되면서 생산능력이 1.5만t에서 3.8만t으로 늘어나게 될 예정이며, 캐나다 공장도 초기에 계획한 1.8만t에서 2.5만t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