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주식 정복하기’ 운영자 히비야 “미·중 패권전쟁 수혜 가능성…반도체 후공정 관련주 주목”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가 늘며 서학개미에 빗대 소위 ‘일학개미’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일학개미가 얻을 만한 정보는 많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워낙 오랫동안 침체했던 일본 주식에 관심 두던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 주식에 비해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요신문은 일본 증권가에서 일하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A 씨에게 일본 주식 관련 동향과 관점을 들어봤다. 그는 ‘히비야’라는 필명으로 일본 주식에 관심 있는 한국인을 위해 ‘현직 일본 증권사 직원의 일본 주식 정복’이란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주식 고수의 수준 높은 견해도, 주식 초심자의 기초적인 질문도 그 나름대로 도움 되는 게 있다’며 채팅방 운영 배경을 밝혔다. A 씨는 일본 주식에 투자해 최근 연평균 25% 정도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와 전화로 일본 주식의 매력과 투자 포인트를 정리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증권가에 어떻게 근무하게 됐나.
“대학교를 일본에서 나왔다. 대학생 때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흥미 위주로 접근했지만, 취미 생활이 커져 일본 증권 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주식 경력은 10년 정도고, 일본 주식에 중점 투자하기 시작한 건 7년 정도 됐다.”
―최근 일본 증시가 크게 올랐다. 이를 둘러싼 주변 반응은 어떤가.
“일본인은 주식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주식은 도박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까지도 많다. 그런데 최근에 일본 주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증권사 전체적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일본인 계좌 개설 신청 건수가 10~20% 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내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투자연구회 경우에도 1년 전보다 더 많은 일본인 가입신청서가 들어오고 있다. 일본 주식에 관심 있는 한국인을 위해 오픈 카카오톡방을 만들었는데 여기로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 내 지인들이 일본 주식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건수도 늘었다.”
―일본 주식이 크게 오른 만큼, 하락이 찾아올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앞으로 일본 주식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나.
“앞으로도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패권전쟁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미·중 패권전쟁은 메가 트렌드다. 위대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대만 반도체회사 TSMC를 대부분 매도하고, 일본 상사 주식들을 대량 매수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버핏은 주주총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대만 투자를 대폭 축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일본을 전략적 요충지로 두고, 대만에 유사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반도체 등에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일본 증시에 최근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는 이유도 주변 환경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영향 외에도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뭔가.
“일본에는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라는 제도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에 양도세를 일정 금액 면제해 주는 제도인데, 이게 내년부터 새롭게 바뀐다. 그래서 올해 안에 NISA가 적용된 주식계좌를 만들고, 장기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또한 도쿄증권거래소가 주식의 PBR(주당순자산 비율)이 1 미만인 회사들에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는 개선책을 권고했다. 도쿄증권거래소 개선책에 기업들이 동의하면서 자본 효율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만큼 해외 투자자 자금도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이어져 자사주 매입이라거나 배당 증가 등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일본 주식은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하므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1주 단위로, 최근에는 소수점 단위로도 거래할 수 있는 한국 주식이나 미국 주식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맞다. 양도세도 20%를 떼기 때문에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적발표일이 저마다 다른 것도 불편한 점이다. 장점으로는 진입 장벽이 낮지 않은 대신 장기 투자를 쉽게 하기 위한 구조로 돼 있다. 이는 산업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가치투자를 좋아하는 투자자라면 좋은 투자처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본인 투자 스타일과 포트폴리오를 일부 공개해 줄 수 있나.
“나는 실생활에서 자주 보는 이해하기 쉬운 기업을 자주 매매하는 편이다. 또한 악재나 시장의 오해로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이후 이걸 풀어내면서 턴어라운드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을 좋아한다. 2020년 전례 없던 코로나 사태로 관광주 실적이 굉장히 안 좋았던 시기였다. 일본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라는 주식이 있는데, 이 주식 역시 일본 디즈니랜드가 사상 처음으로 장기간 휴업을 하는 악재가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일본인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해, 투자했고 좋은 성과를 낸 바 있다. 어린 일본 여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산리오’라는 캐릭터를 가방 등에 달고 다니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 캐치해, 이 캐릭터 회사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다.”
―일본 주식 중 눈여겨보는 섹터가 있다면.
“최근 나뿐 아니라 일본 반도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강하고, 일본은 전력반도체와 반도체 후공정이 강하다고 평가 받는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에 수요가 커질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많다. 대만 반도체 1위 기업인 TSMC 공장도 일본에 지어질 예정이고,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조 단위로 일본 기업에 투자해주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잘하는 후공정 관련 일본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반도체 외에도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섹터나 종목을 꼽아본다면.
“게임회사 닌텐도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미국 경제지도 주목했다. 닌텐도는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무비’의 엄청난 흥행이 실적 기록에 큰 힘을 보탰다. 닌텐도는 기존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게임 회사였는데, 최근 영화가 히트함에 따라 게임 회사가 아닌 종합 콘텐츠 회사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 닌텐도 월드’가 더 확장할 가능성이 큰 것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다만 하드웨어 판매 수익이 중요한 회사인 만큼 차세대 게임기가 얼마나 잘 팔릴지가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여 좀 더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하모닉 드라이브’라는 로봇 회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은 다양한 로봇 관련 회사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점유율도 높다. 앞으로 로봇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관련 회사를 지속해 살펴보는 게 좋아 보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은 금융 강국으로 커다란 은행들을 보유하고 있고, 모건스탠리를 보유 중인 UFJ처럼 해외 자산도 많이 갖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인데, 이 열기가 단순 투기로 끝나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투자 관심이 높고 학구열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금융환경과 투자 방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립돼 외화를 많이 창출하고, 많은 투자처와 기회를 발견해 금융 강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