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 이용 개발 단발성 앱, 퀄리티 낮고 조작 불편 이용자 극히 적어…예산 쏠림·낭비 지적 잇따라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준비 부족이라는 말과 달리 예산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등 주최 측에 따르면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총예산은 약 1171억 원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정부·지자체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약 231억 원이 투입돼 총사업비는 약 1402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예산 낭비도 컸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잼버리 관련 또 다른 예산 낭비 사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모바일 기반 ‘세계 잼버리 메타버스’가 꼽히고 있다. 이 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예산을 두고 2022년 5월 한국전파진흥협회는 사업 공고를 냈고, 약 1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세계 잼버리 메타버스가 공개됐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메타버스 앱 필요성을 두고 ‘150여 개국, 4만여 명에 달하는 세계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이 온라인에서 교류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잼버리 대회가 열리기 한 달 먼저 메타버스를 열어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앱은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는 스카우트 대원들만 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월드와 일반인도 가상의 잼버리 대회장을 즐길 수 있는 월드로 나뉘어 있다. 잼버리 메타버스 매뉴얼에 따르면 앱은 일반적인 메타버스 앱과 마찬가지로 아바타를 꾸며서 월드에서 돌아다니고 다른 유저와 소통하는 게 기본이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내에서 국궁, 미로 탈출 등 다양한 미니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주 한옥마을, 부안 영상테마파크 등 총 7종의 전북지역 문화 체험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세금을 통해 만든 이 앱이 10억 원 가치를 하느냐는 것이다. 홍보를 위해 잼버리 대회보다 일찍 지난 5월 25일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공개된 잼버리 메타버스는 다운로드 횟수가 ‘1만 회 이상’이라고 뜬다. 1만 회 이상이란 뜻은 1만 회 이상 5만 회 미만이라는 뜻이다. 잼버리 대회 참가자만 4만여 명에 달하고, 일반인 홍보를 주목적으로 만든 앱 치고는 지나치게 낮은 다운로드 횟수다. 사실상 대회 참가자조차 사용을 했는지 의문이 드는 다운로드 횟수다.
다운로드 횟수만 낮은 게 아니다. 잼버리 대회가 한창 개최 중인 8월 초 잼버리 메타버스에 들어가 봤지만, 이 앱을 플레이하는 사람을 만나보기는 힘들었다. 1명도 만나기 힘들다 보니 여러 명이 참가해야 실행할 수 있는 미니 게임도 대부분 즐길 수 없었다. 미니 게임 중에서도 최소 2인이 필요한 국궁, 제트스키 등은 1시간을 기다려도 같이 즐길 1명이 없어 게임이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없었다. 최소 4인이 필요한 술래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아바타도 없지만, 현재 메타버스에 접속한 사람이 총 몇 명인지도 표시가 안 되기 때문에 미니 게임을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난감한 상황이다.
조작도 상당히 불편한 편이다. 빠르게 이동할 때는 킥보드를 탈 수 있는데, 킥보드를 타고 있으면 방향 전환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동을 하다 보면 시야와 방향이 갑자기 틀어져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한번 접속을 종료하면, 종료한 지점을 기억해 놓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와 시작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결국 이 앱이 10억 원을 들여 만들 이유가 있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은 앱 퀄리티도 상대적으로 낮고 이용자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이 앱은 메타버스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A 업체가 보유한 B 툴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10억 원 예산을 두고 일요신문이 만난 업계 전문가는 지나치게 큰 돈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IT 산업에 종사하는 C 씨는 “제로 베이스가 아닌, 기존에 있던 B 툴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큰돈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훨씬 더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액수가 적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만, 고려할 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역시 IT 업계에 종사하는 D 씨는 “10억 원 예산이 적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특정 엔터테인먼트 회사 공간을 개발하는데 개발비로 억 단위로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긴 하다”면서 “다만 앱을 새로 다운받게 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사용자가 많은 네이버 제페토 같은 플랫폼에 잼버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생각은 든다. 그렇게 하면 사용자 확보도 상대적으로 쉽고 예산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D 씨는 “계획대로 개발한 업체 책임보다는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들겠다고 실제 기획했지만 앱을 활용하지 못한 조직위원회 등 잼버리 실무진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측에 이와 관련 문의를 해보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잼버리 메타버스를 만든 A 업체에 앱과 관련된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메타버스 관련 국가나 지자체 예산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2023년 1월 서울시가 만든 ‘메타버스 서울’은 약 24억 원을 들였지만, 앱 설치 건수가 2만 건이 채 되지 않았다. 메타버스 서울에 서울시는 2022년 예산 24억 원을 썼고, 2023년 예산 28억 원을 편성했다. 이렇게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서울시 직원 수보다 훨씬 적은 500여 명 이하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2023년 메타버스 예산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규모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메타버스가 유행하자 지나치게 예산 쏠림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2021년에는 블록체인이 유행이라고 예산을 편성했다가, 2022년에는 블록체인 예산을 삭감하고 메타버스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했다. 이처럼 유행이라고 굳이 필요 없는 곳에 돈 낭비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