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지목한 전북·여가부 감사 대상 될 듯…야당의 ‘현 정부 책임론’ 돌파 위해 검찰 입증이 관건
#잼버리 끝나자마자 감사원 준비 착수
8월 12일 잼버리가 막을 내린 가운데 파행으로 진행된 잼버리 책임 검증을 위해 감사원이 나섰다. 감사원은 8월 1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감사 준비단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잼버리 대회와 관련, 내부 절차를 거치는 대로 신속하게 실지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대회 유치부터 준비 과정, 대회 운영, 폐영까지의 대회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감사 대상은 잼버리조직위원회를 비롯해 전북도 등 관계 기관,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 등 지원 부처를 망라한다.
어느 정도 예정된 흐름이다. 감사원은 잼버리 조직위·여가부·전북도청 등을 각각 감사할 수 있다고 이미 판단한 바 있다. 감사원법 제22조에는 국가의 회계, 지방자치단체의 회계의 경우 감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총사업비 중 722억 원(국비 303억 원, 도비 419억 원)이 세금이었기 때문에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 대상에 오른 곳들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새만금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최지 도지사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지금부터는 진상을 규명하고 교훈을 찾는 작업이 중요하고, 전북부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잼버리를 통해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를 구축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수십조 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 허위 사실을 주장해 전북인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며 “새만금 사업은 잼버리가 유치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국가사업으로 추진해 왔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과 입장 다른 야당의 공세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조직위와 전북도청·여성가족부까지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잼버리 파행 책임을 두고 국민의힘은 김관영 지사의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지사의 출석은 중요한 게 아니라며 대신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거듭 띄우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여야가 잼버리 파행 원인에 대해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8월 16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민주당 등 야당만 참석한 채 26분 만에 끝나기도 했다.
여야 입장 차이가 이처럼 큰 상황에서 감사원이 신속한 감사를 예고한 만큼, 검찰의 조기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와 여당이 ‘책임론’을 제기한 전북도청과 여가부를 상대로 한 수사에 조기 착수하는 방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가부의 부족함이 있었던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 당은 대회가 마무리되면 지원 부처로서 미흡했던 여가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북도청과 여가부가 핵심 타깃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검찰 고발장도 접수돼 명분은 마련됐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14일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혐의는 직무유기. 활빈단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전북도가 잼버리 대회를 빌미로 11조 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빼먹고 정작 잼버리 국제대회 운영은 ‘처삼촌 묘 벌초’ 하듯 방치했다”며 “관련자들을 죄다 엄정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등 증거가 확보되면 추가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 감사’를 시작으로 ‘검찰 수사의뢰’를 거쳐 ‘검찰 본격 수사 착수’ 수순을 주로 밟아왔다.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해 비리 정황을 발견했던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 사건도,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태안군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는 방식이었다.
국회에서 여야가 잼버리 파행 책임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빠른 감사를 통해 검찰 수사 의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유사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원래 정권을 잡은 정부마다 임기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을 동원해 최종적인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세월호 사건도, 이태원 참사도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 것인지 검찰이 판단하곤 했는데 이번 사건도 결국 감사원·국회를 거쳐 검찰에게 넘어오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감사원·검찰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결정들, 전북도청과 여가부의 책임을 얼마만큼 정교하게 입증해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가 예민해하는 사건은 여러 증거들과 법리적인 판단을 모두 고려해 ‘문제없게끔’ 해결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잼버리 사건의 경우 정부가 허락한 수사 대상에 대해서까지 유죄를 받아내고, 또 거꾸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부처 등에 대해서는 다른 수사주체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판단’이 나오게끔 입증해 내는 게 결국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