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 방치된 ‘육군체력단련장’ 골프공 보이는 것만 수백 개…육군 “주기적으로 유실볼 수거할 것”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자운대는 국군 3군 통합 군사교육 및 훈련시설이다. 1992년 대전 서구에 있던 육군통신학교(현 육군정보통신학교)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군사교육기지 조성이 시작됐다. 육군대학·해군대학·공군대학(현재는 합동군사대학교로 통합), 국군간호사관학교, 군의학교, 육군교육사령부 등이 차례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곳에는 9홀로 구성된 골프장인 자운대 체력단련장과 실외 골프연습장이 있다. 자운대 체력단련장은 2004년 12월 1일 개장했으며, 육군 인사사령부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나온 연습공으로 보이는 골프공 수백 개가 수거되지 못한 채 인근 하천에 방치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체력단련장과 골프연습장 사이로는 지방 하천인 탄동천이 흐른다. A 씨는 최근 산책 중 탄동천 초입에서 골프공을 발견했다. A 씨가 주운 유실볼은 수백 개를 웃돌았다. 그마저도 A 씨가 자신의 눈에 띄어 주운 유실볼 개수다.
'일요신문i'가 지난 13일 탄동천 부근을 방문해 하천의 흙을 걷어내니 유실볼이 끊임없이 발견됐다. 훨씬 더 많은 유실 골프공이 탄동천에 침적돼 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탄동천은 체력단력장과 연결돼 있어 이들 골프공이 골프연습장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골프공에 ‘육군체력단련장’이라는 글귀가 찍혀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자운대 골프연습장은 좌우와 전면 모두 그물망으로 막혀 있다. 전장은 약 270m로 길지만, 골프장 위가 개방돼 있어 골프공이 좌우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A 씨는 골프장 관계자에게 탄동천에 방치된 골프공을 회수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군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으로서 예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유실볼 회수 예산은 책정돼 있지 않아 직접 가서 회수하거나 인근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 않는 한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실볼을 연습장에서 회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민간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대게 공들이 유실되면 주민들이 관할구청에 민원을 넣는다. 그럼 공무원들이 관련 지역 시찰을 나와 확인 후 해당 골프연습장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연습장에서는 공들이 다른 곳으로 유실되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하고, 유실된 공은 직원이든 수거 업체든 당연히 직접 수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실된 공을 방치한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덴마크골프협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프공은 자연 분해되는 데 100~1000년이 걸린다. 침적된 골프공을 수거하지 않으면 토양·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탄동천은 갑천과 연결돼 금강으로 유입된다. 유실볼이 탄동천뿐 아니라 갑천이나 금강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체력단련장은 사용자 편의와 환경오염 방지 차원에서 전문 수거업체와 계약해 주기적으로 ‘유실볼’을 수거하고 있다. 자운대의 경우에는 ‘연습장 유실볼’은 수시로, ‘필드 및 장외(하천 등) 유실볼’은 분기 1회 계약업체가 수거하고 있다. 육군은 지역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유실볼을 수거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군 골프장의 골프공 유실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군의 제18전투비행단 체력단련장 내 골프연습장에서 골프공이 유실돼 해안가에 침적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습장은 해안가의 1~2km 근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마크가 새겨진 골프공이 발견됐음에도 공군은 처음엔 부정하다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