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름 알린 ‘국정원 댓글 사건’ 정치권 소환…직속 상사의 수사 외압 의혹 폭로 ‘닮은꼴’
대통령실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단호한 스탠스다.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의심받았던 국가안보실은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물타기용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는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이는 사태가 대통령실로까지 비화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우려와 맞닿아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집중 폭우로 인한 수해 때 우크라이나를 방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민지원에 나섰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채 상병 사건 조사에 부적절한 개입 정황이 드러날 경우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거셀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실 말고 또 어디 있겠느냐”면서 “단순히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렇게까지 해서 사건을 감추려고 하는 이유가 또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민주당이 책임지고 보호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선 박정훈 전 단장을 두고 10년 전 윤석열 대통령을 ‘오버랩’하며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이던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서 국정감사장에 출석, 직속 상사이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을 폭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윤 대통령이 남긴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세간에 회자되며 그를 강골검사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은 그 이후 좌천됐지만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결국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출발은 수사팀장이었던 셈이다.
앞서의 민주당 중진 의원은 “10년 전 윤석열과 지금의 박정훈은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 명칭은 다르지만 수사팀장이었고, 외압을 폭로했다. 각각 검찰과 군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면서 “여권에서도 무조건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혹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박 전 단장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