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은혜, 추미애-고민정 교통정리 관심…유승민 이준석 등 비윤계 낙천 시 행보도 변수
국민의힘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지난 2022년 4월 13일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될 때부터 ‘윤 대통령 황태자’로 불리며 정치권에 입성할 것이 점쳐졌다. 그 시점은 2024년 4월 총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출마를 한다면, 예상 지역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강남3구가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많다. 여권 내에선 한 장관이 경쟁력과 흥행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격전지 또는 상징성이 높은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청래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각각 현역으로 지키고 있는 마포을과 광진을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또한 ‘정치 1번지’ 종로 출마설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엔 여권 주류인 친윤계 내에서조차 한 장관 총선 출마가 수도권 선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 장관이 국회 법사위 등에서 보여준 말투나 행동을 보수 지지층에서는 속 시원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층에서는 ‘밉상’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다. 그런 꼿꼿한 태도로 선거운동을 뛸 수 있겠나. 오히려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 전체 선거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이 지난 7월 12, 13일 양일간 마포을 지역구 거주 남녀 5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청래-한동훈 총선 가상대결’ 조사 결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35.3%로, 27.0%의 한동훈 장관에 오차범위 내 8.3%포인트(p) 격차로 앞섰다. 한 장관 호감도 조사에서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54.4%로 절반을 넘겼다(‘호감이 간다’ 35.4%)(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해진 의원은 8월 23일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 ‘한 장관 총선 역할론’에 대해 “우리가 (한 장관에) 기대하는 건 혼자 당선되는 게 아니라, 어려운 수도권 선거를 비롯해 전체 선거에서 시너지를 불어넣고 어려운 지역에 표를 모아서 당선시키는 데 힘을 보태는 역할”이라며 “한 장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검증이 안 됐다. 본인이 그런 의사(출마)가 있다면 법무부 장관으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소양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수도권 총선 선거운동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대표 지역구는 인천 계양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민주당 내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인 만큼 종로 등 험지 출마 요구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안민석 의원은 8월 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 인천 계양이 아닌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 모습을 보여라”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다음 총선) 서울은 굉장히 어려워질 거다. 선거를 지키지 위해서는 누군가가 구원투수로 나와야 한다”며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서울 선거를 이끌고 승리해 내년 총선의 1등 공신으로서 기여하게 된다고 하면, 이 대표의 정치적인 위상도 훨씬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종로 지역구의 민주당 당협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다.
이 대표가 실제 종로 등 험지 출마에 나설지는 회의적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이다. 따라서 민주당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에 지난해 6월 보궐선거를 통해 들어왔다. 2년도 안 돼 지역구를 옮기는 것도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점도 고려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확장성 부분에 의문부호가 달린다는 점도 변수다. ‘개딸’로 대표되는 이 대표의 강경 지지층에 대해 무당층에선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수도권 선거가 무당층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 역할은 제한적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여권에선 안철수 의원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사이의 지역구 교통정리가 뜨거운 감자다. 김은혜 수석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김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2022년 6월 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다. 이로 인해 분당갑은 보궐선거가 발생했다. 여기에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출마해 승리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수석이 조만간 홍보수석직을 내려놓고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마 예정지는 본인 지역구였던 분당갑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현역인 안 의원과의 자리싸움이 불가피하다.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의 ‘부산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분당갑 재출마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안 의원은 8월 1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나는 재보궐로 분당갑에 들어갔기 때문에 임기가 1년 10개월로, 공약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며 “재보궐 선거로 나간 사람은 그 다음에 같은 지역에 나오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못을 박았다.
‘부산 출마설’에 대해서는 본인이 중도층에 대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수도권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데, 수도권에서 중도 소구력이 있는 선거를 그래도 앞장서서 지휘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부산에 가서 몇 명 당선시키는 것과, 수도권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비교가 안 된다”며 “이번에도 아마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수도권 승리에 견인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출마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이준석 전 대표는 서울 노원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곳에서 2016년 총선, 2018년 재보선, 2020년 총선에 연이어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일각에서는 ‘대구 출마설’도 제기됐지만, 이 전 대표가 “노원 출마하겠다고 계속 얘기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고향인 대구에서만 내리 4선을 지냈다. 하지만 차기 총선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다 해도 대구에서 나올 가능성은 낮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전적 등 때문에 대구에서는 유 전 의원에 대한 비토 심리가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이에 유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바른정당을 거쳤던 여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은 보수진영 인사 중 개혁적이고 엘리트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 호응을 끌어낼 매력이 있었다. 과거에도 주변에서 서울 출마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는 수도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유 전 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지사 후보로 국민의힘 경선을 치른 바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고리로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친윤’이 장악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7월 19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역시 8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핵관들이 노원병에서 나를 배제하기 위해 여러 행동을 했을 때 또는 그런 낌새를 비췄을 때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공천 배제 시 창당이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열어두겠다 밝혔다.
나경원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야의 여성 중진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몸풀기에 나선 모습을 보여 수도권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8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여당 지도부 인사와 현역 의원 30여 명, 지지자 600여 명이 참석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며 출마를 준비했지만, 결국 대통령실의 거친 압박 끝에 결국 중도하차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게 된다면 본인의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을이 유력하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나 전 의원은 동작을에서 판사 출신 이수진 민주당 후보를 만나 패했다. 내년 총선에서 두 사람이 동작을에 다시 나온다면 ‘여판사 대 여판사’의 리턴매치가 성사된다.
5선의 추미애 전 장관도 같은 날 충북 청주시에서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20대 의원을 역임하던 중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적 활동이 거의 없었던 추 전 장관은 지난 6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가 ‘추미애-윤석열 갈등’ 상황에서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추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복귀한다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지역구는 본인이 내리 5선을 지냈던 서울 광진을이다. 현재 광진을 현역 의원은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고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변인을 맡는 등 대표적 ‘친문’ 의원으로 분류돼, 갈등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에서는 추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의지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기류가 감지된다. 워낙 강성 이미지가 있는 데다, 자칫 총선이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대 윤석열 정부’ 구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도권엔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이 여의도로 복귀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