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영업정지 위기 ‘자이’ 브랜드 가치 상처…정유·유통업 전망도 불투명, 신사업 성과는 ‘아직’
#영업정지 유탄 맞은 GS건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8월 27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 회의를 통해 GS건설 컨소시엄 및 협력업체에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을 내리기로 했다. 이는 국토부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국토부는 이어 서울시에도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은 최대 10개월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의 행정처분은 청문 및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청문과 심의에는 약 3~5개월이 소요된다.
GS건설은 안단테 아파트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약속하고, 재시공에 소요되는 5524억 원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이미 2분기 실적에 재시공 예상 비용을 손실 처리했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2분기 413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S건설이 나름의 진정성을 보였지만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크기 때문이다. 원희룡 장관은 회의에서 “적용되는 규정이 영업정지 8개월로 못 박혀 있고 감경 요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GS건설은 “사회적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사고의 원인이나 행정제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한 후 청문절차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GS건설이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처분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한다. 비슷한 예로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광주광역시 학동 사고로 1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8개월 정지에 대해서는 과징금으로 대체하고, 나머지 8개월은 가처분 신청으로 영업정지를 피했다.
하지만 GS건설이 영업정지를 피한다고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GS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 수많은 하자가 발생한 것이 알려졌다. GS건설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받은 셈이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2022년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GS건설 관련 하자는 총 2818건이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평균인 795건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당 기간 동안 GS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 1조 원당 하자는 94.6건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99.6건에 이은 2위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럴 만한 회사들에서 붕괴 사고들이 벌어진 셈”이라며 “2002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워온 ‘자이’는 HDC의 ‘아이파크’처럼 됐고, 영업을 지속하더라도 입찰에서 GS건설이 선택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 다른 계열사는?
GS건설이 흔들려도 GS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승승장구하면 GS그룹 차원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타 계열사도 상황도 좋지 않다. 특히 GS그룹 전체 매출의 50%가량을 차지하는 GS칼텍스가 부진하다. GS칼텍스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6조 988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0조 7733억 원으로 33.1% 줄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2분기 2조 13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2분기에는 19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에 GS칼텍스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에 있어 GS칼텍스의 하반기 실적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최근 두바이유 가격은 85달러(약 11만 2300원)를 돌파하며 연초 대비 10달러(약 1만 3200원)가량 올랐다. 싱가포르 국제시장의 정제마진도 지난 4월 3달러(약 4000원)대에서 최근 12달러(약 1만 5800원)로 급등했다. 증권가는 GS칼텍스가 3분기 다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GS그룹은 전통적인 사업 기반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에 대응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GS그룹은 2010년대 초반 2차전지 소재사업에 눈독을 들였고, 2014년에는 양극재 생산업체인 코스모신소재 인수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대신 올레핀 등 기존 석유화학 사업 확대와 주유소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등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는 GS그룹이 전국에 보유한 2000개 이상의 주유소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탄소저감’이라는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맞춰 직영 주유소 매각에 적극적인 SK그룹과 대비되는 행보다.
GS리테일도 오프라인 매장인 편의점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적이 나지 않는 새벽배송과 H&B를 포기하고 기존 사업에 치중하는 전략이다. GS리테일의 최근 실적은 개선됐다.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11조 2264억 원, 영업이익은 2451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8%, 11.6% 늘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해소 효과가 포함됐음을 감안해야 한다. 또 GS리테일의 영업이익률은 2.2%에 불과하다. CJ올리브영이 지난해 1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GS그룹은 내부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수합병 건을 제외하고는 추진 중인 사업이 많아 투자의 과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신사업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GS칼텍스는 수소, 바이오연료, 플라스틱 재활용 등의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GS에너지도 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의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GS리테일 역시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을 중심으로 쇼핑 플랫폼 구축과 차별화 상품개발에 매진 중이다.
GS건설이 2012년 인수한 수처리 업체 스페인 GS이니마는 올해 상반기 매출 2183억 원을 거두며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또 GS건설은 2020년 유럽의 모듈러 업체인 단우드와 엘리먼츠를 인수하면서 모듈러 사업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명확한 비전과 그에 따른 성과가 없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GS의 주가는 지난 1월 4만 6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만 8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구조가 탄탄했지만 오랜 안주에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다”며 “신사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시장에 던져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