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차별화 필요성 속 허치홍 상무 역할도 주목…GS리테일 “신중 출점 통한 가맹점 수익성 위주 전략 펼 것”
#GS25의 실적 부진 앞과 뒤
GS리테일은 지난 8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조 708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 9586억 원으로 6.7%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9억 원에서 879억 원으로 12.9% 감소했다. GS25 점포가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은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줄어든 것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H&B(헬스·뷰티) 시장에서 철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인력이 대거 편의점부문으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GS25의 인건비가 크게 늘어났고,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GS25에 대해 “수익성 측면에서 인건비 등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감익이 지속됐다”며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더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편의점 실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GS25의 성장이 정체된 사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U와 GS25의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만 6787개, 1만 6448개로 CU가 더 많다. 하지만 CU의 지난해 매출은 7조 5778억 원으로 GS25의 지난해 매출 7조 7800억 원에 비해 뒤처졌다. 지난해까지 점포수는 CU가, 매출 규모는 GS25가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CU가 실적에서도 GS25를 위협하고 있다. CU가 매출마저 GS25를 앞서면 이견 없는 국내 편의점 1위 업체가 된다. CU의 1분기 매출은 1조 8384억 원, GS25의 1분기 매출은 1조 8667억 원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BGF리테일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 982억 원을 거뒀지만 이 중 CU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BGF리테일 매출에서 CU가 차지하는 비중이 99%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CU의 매출은 GS25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GS25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 919억 원이다.
CU의 실적 성장 요인으로는 CU가 단독으로 판매하는 상품 ‘연세우유생크림빵’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 등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현정 연구원은 “BGF리테일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FF(신선식품)와 HMR(가정간편식)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사 대비 동일점 성장률 우위에 있다”며 “2분기 기저부담과 비우호적 영업환경 속에서도 높은 외형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GS25는 이마트24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마트24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이마트24 행사장을 찾아 “편의점 사업은 가장 유망한 업종 중 하나”라며 “이마트24의 점포수를 밥 먹듯이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GS25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GS25는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개최하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세계잼버리)’ 야영지에 독점으로 입점했다. GS25는 세계잼버리 행사를 통한 홍보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재화 GS리테일 편의점 지역팀장은 세계잼버리를 앞두고 “전세계에서 방문한 청소년들이 K편의점의 편리성과 재미있는 일상 소비 체험까지 할 수 있도록 좋은 추억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GS25는 세계잼버리 내에서 일반 점포보다 비싸게 제품을 판매해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일례로 GS25의 얼음물은 700원이지만 세계잼버리 행사장 내에서는 1500원에 판매하고, 2300원인 코카콜라(500mL)는 2500원에 판매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GS25는 지난 8월 3일부터 모든 상품을 시중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GS25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총 매출 1위에 엄청 큰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출점 전략을 통해 가맹점 수익성 위주 전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치홍 상무 주목받는 내막
위기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GS그룹 오너 4세인 허치홍 상무가 주목받은 이유다. 허 상무는 2016년 GS리테일에 입사해 신사업추진실장, 편의점5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 편의점MD부문장에 취임했다. 그가 맡은 MD부문의 주요 업무는 인기 있는 상품을 물색하고, 이를 GS25에 공급하는 것이다. GS25는 최근 경쟁사에 비해 상품 구성이 뒤떨어지고, 이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허 상무가 MD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GS25도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GS25의 비용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점 성장률이 회복돼야 하고, 이는 상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며 “결국 상품군 차별화를 통해 경쟁사와의 기존점 성장률 간극이 줄어드는 모습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GS25도 최근 각종 상품을 내놓으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GS25는 지난 6월 스팀파우치를 활용한 반찬·안주류 상품을 출시해 초간단 냉장간편식 상품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와 협업해 5가지 상품을 출시했고, 넷플릭스와 협업해 ‘넷플리스 팝콘’ ‘넷플릭스 핫도그’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 ‘대박 제품’은 나타나지 않아 CU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GS25의 또 다른 돌파구는 해외 진출이다. GS25는 최근 베트남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25는 2018년 1월 베트남 GS25엠프리스타워점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월 말 기준 21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GS25는 현재 베트남 남부 지역 운영 점포수 1위 업체고, 베트남 전 지역으로 살펴보면 서클케이에 이은 2위 업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GS25의 베트남 수익 비중이 크지 않다.
허치홍 상무는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서홍 (주)GS 부사장 등과 함께 차기 GS그룹 회장 후보로 꼽힌다. GS그룹은 LG그룹과 달리 명확한 승계 원칙이 없기 때문에 경영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가 열려있다. 허 상무의 경우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해 경력에 비해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한 부서 내 근무 기간이 길지 않아 내세울 만한 성과는 부족하다. 따라서 허 상무의 올해 하반기 성과는 GS25의 실적뿐 아니라 본인 앞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은 경영에 참여 중인 오너 일가가 워낙 많아 후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오너 일가 개인이 보유한 지분 차이도 크지 않아 오너 일가의 지지를 받는 쪽이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각자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