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민주당 의원 관련된 검사 발표 두고 논란…검찰로 넘어간 라임펀드 관련자 횡령 혐의 자료도 주목
금감원 TFT 발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라임펀드에서 특혜성 환매가 있었고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에서 관련자들의 횡령 등 범죄행위 정황이 포착됐으며 △디스커버리펀드에서 불법적인 ‘펀드 돌려막기’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TFT 발표 이후 가장 먼저 논란이 된 부분은 라임펀드에서 특혜성 환매가 있었는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김상희 의원이 관련됐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다른 펀드와 회사 고유자금까지 동원해 김상희 의원 등에게 환매해 줄 자금을 마련한 것이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권유로 환매를 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금감원은 다시 합리적 의심이 불가피하다는 재반박 내용을 담은 자료로 맞섰다.
금감원은 8월 23일 자료에서는 “4개 라임펀드에서 투자자산 부실, 유동성 부족 등으로 환매해줄 돈이 부족하자, 다른 펀드 자금 125억 원과 라임운용 고유자금 4억 5000만 원을 이용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특혜성 환매로 다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자료만 보면 환매중단에 앞서 먼저 정보를 입은 유력 정치인 등이 환매를 요구했고, 라임운용은 이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상희 의원 등이 환매한 펀드는 개방형 펀드다. 투자자가 환매를 요구하면 운용사는 이에 응해야 한다. 금감원은 김 의원 등의 반박이 있은 후인 8월 27일 보충자료를 통해 라임운용이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한 달 전인 2019년 9월 31개 펀드에서 3069억 원의 환매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 의원뿐 아니라 상당수의 투자자가 환매중단 전 환매신청을 한 셈이다. 그리고 금감원은 김 의원 등에게 환매를 권유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환매를 권유한 이유와 배경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8월 29일 펀드 판매사의 역할과 관련해 "판매한 상품의 숨은 리스크가 무엇인지 항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감지가 됐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서 (펀드에서 돈을) 빼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라임펀드의 문제를 감지했다면 투자자에게 환매를 권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미래에셋운용 사장 출신이다.
라임운용이 4개 펀드의 환매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 불법인지 여부도 애매하다.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용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 집합투자기구에 출자한 지분(투자신탁의 경우 수익권)이 집합투자증권이다. 집합투자증권을 사모로만 발행하는 집합투자기구로 투자자 총수가 49명 이하면 사모집합투자기구다. 환매란 집합투자기구에 출자한 지분이나 수익권을 만기 전에 돈으로 돌려받는 것을 뜻한다.
집합투자증권의 환매절차를 정한 자본시장법 235조 5항에 따라 환매는 환매를 청구한 투자자 자금이 투자된 금전 또는 자산만 처분해서 마련해야 한다. 다른 투자자의 자산에 손을 대려면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한 4개 펀드는 자산을 라임운용과 라임운용이 운용하는 다른 펀드에 처분해서 환매자금을 마련했다. 환매가 청구된 집합투자증권을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의 고유자산이나 타인(다른 펀드)에 파는 것은 자본시장법(235조 6항)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투자자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해 규약에서 미리 정해진 값으로 사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235조 6항은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다. 어겼다고 해도 벌을 줄 근거가 없다. 게다가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 249조의8에 의해 235조 등 상당수 법규를 적용 받지 않는 특례가 인정된다. 설령 ‘특혜’라고 해도 불법이라 단정짓기 애매하다.
금감원이 라임펀드가 투자한 5개 회사에서 횡령 혐의를 적발한 사실도 환매특혜 논란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은 무려 2000억 원의 횡령 혐의를 적발했다. 금감원이 라임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재무상황에 대한 조사까지 했다는 뜻이다. 횡령 관련 수사는 검찰이 한다. 금감원이 “자금 흐름 및 사용처가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수사 과정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횡령된 자금의 행방을 살피려면 계좌추적이 필요하다. 검찰이 하려면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지만 금감원은 내부자거래 및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조사를 위해 무시로 금융회사에 계좌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도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 등을 불공정거래로 규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금감원에서 검사 과정에서 발견한 위법 혐의를 통보 받고 그동안 강제 수사가 필요한지 여부 등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금감원이 검사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8월 24일 금감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 이번 특별검사와 관련된 자료 일체를 가져갔다. 금감원이 이미 관련 계좌를 추적했다면 검찰은 영장 없이도 자료를 확보한 셈이 된다.
한편 민주당은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원장을 상대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추가 검사 배경을 추궁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증권부문 강화 까닭
금감원이 ‘정치의 바다’로 뛰어든 배경에는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 강화된 자본시장(증권) 부문이 있다. 전통적으로 금감원에서는 은행, 자본시장, 보험이라는 보이지 않는 순위가 있었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에는 증권부문이 대폭 강화되는 모습이다. 증권부문은 은행이나 보험과 달리 권력형∙부패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다. 금융의 울타리를 넘어 금감원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10명의 부원장보 가운데 가장 핵심인 은행, 금융투자,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를 교체한다. 박충현 은행검사 1국장, 황선호 자본시장감독국장, 김준환 은행감독국장이 각각 승진하면서 세 자리를 채웠다. 특히 황선호 부원장보는 1971년생으로 금감원 임원 가운데 최연소다. 사실상 발탁 인사다. 황 부원장보가 이끄는 자산운용검사국이 이번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TFT 담당이다.
검찰과의 협업도 이복현 원장 취임 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금감원이 올 들어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으로 검찰에 통보한 사건만 16건에 달한다. 2021년 9건, 2022년 20건인데 지난해 실적 가운데 이 원장이 취임 이후가 18건이다. 패스트트랙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겸직하는 증권선물위원장 전결로 이뤄진다. 김소영 부위원장이 금감원의 요청을 전격적으로 수용한다는 뜻이다.
한편 금융·증권범죄는 서울남부지검 소관이다. 검찰∙금융위∙금감원합동수사단도 남부지검에 있다. 남부지검 양석조 검사장은 이복현 원장이 검사 시절인 2016~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일했다. 양석조 지검장은 1973년생으로 이 원장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사법연수원은 29기로 3기수 선배다. 이복현 원장은 사법고시 전 공인회계사 자격을 획득하면서 법조계 입문이 다소 늦었다. 이 원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양 검사장이 후임 금감원장에 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