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성장 이어가 분사 당시 반대 목소리 상기…KT클라우드 “산업 트렌드 맞게 유연한 의사결정 위한 것”
#일부 반대에도 분사, 이유 따로 있었나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KT 본사와 자회사인 KT클라우드,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KT클라우드가 지난해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의 지분을 지나치게 비싸게 매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등 경영진의 비위로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혐의의 중심에 서있는 KT클라우드는 2022년 4월 KT로부터 분사한 법인이다. 분사 당시부터 통신사로서는 이례적인 클라우드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KT 한 직원은 “업의 성격이 다르면 모를까 KT클라우드의 업무에는 KT회선과 연관된 업무들이 굉장히 많고 별도 영업망이 있거나 고객 기반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사 당시 구현모 전 대표가 KT클라우드를 분사 후 상장(IPO·기업공개)하는 방식으로 디지코 성과를 부각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같은 성과를 연임의 포석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구현모 전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에도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등의 상장을 추진하다가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분사 과정에서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도 나왔다. 성장성이 큰 핵심 신사업을 독립시킨 후 상장할 경우 주주 구성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이 경우 KT 본사의 주식이 디스카운트되면서 기존의 KT 주주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생긴다.
당시 일부 사외이사들이 상장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적정한 주가에 회사가 주식을 매입해주는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적용해줄 것을 KT클라이드 분사 조건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부 사외이사가 기존 주주들을 위해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와 아쉬운 목소리 나오지만…
KT클라우드 입장에서는 분사 이후 KT망과 회선 등 각종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경영지원을 위한 인력도 새롭게 충원해야 했다. 고객들의 부담도 커졌다. KT클라우드 분사 후 KT가 클라우드 이용 고객에게 연결접속비를 따로 청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KT 직원은 “회선 속도에 따라 다양한데 고객들은 한 달에 1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도 연결접속비를 따로 납부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분사 이후 비용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도 최근 업무 보고를 받은 이후 클라우드 사업부 분사에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굳이 분사하지 않고 KT 내부에서 자원을 투입해서 키웠으면 더 좋았으리란 취지로 말씀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KT클라우드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한 1538억 원이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본격화와 IDC(인터넷데이터센터) DBO(Design·Build·Operate) 사업 수주로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출범 1년 만인 올해 5월에는 기업가치를 4조 6000억 원 대로 인정받아 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투자자인 IMM크레딧솔루션이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해 약 14%가량의 지분을 획득했다. KT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분사시킨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통신사들은 IDC랑 클라우드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 KT는 핵심성장산업을 도려낸 상황”이라며 “KT클라우드가 외부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지분이 희석되고 있고 향후 상장하게 되면 투자자들과 과실을 나눠 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분사에 대해 다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내부에서 하나의 사업부로 존재할 때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었겠지만 KT 본사가 워낙 수많은 업무 영역을 총괄하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경영 효율화와 IPO를 통한 재원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KT클라우드가 ‘KT 패키지’를 넘어서서 어떤 망에 연결되든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다양한 고객사와 협력을 모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분사 결정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 또한 “KT에서 매번 몇조 원씩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외부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결국 언젠가 IPO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그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클라우드 관계자는 “산업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위해 분사를 했고 그 취지에 맞게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