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경력 ‘3위에게 뭘 배우나’ 볼멘소리…3분기 실적 불안감 속 자회사 교통정리 가능성 제기
#KT 내부 분위기 살펴보니
KT는 오는 8월 30일 김영섭 후보자의 대표 최종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대표 선임과 함께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도 이뤄질 전망이다. 서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도 사내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윤경림 전 KT 사장이 사퇴하며 관련 안건들은 폐기됐고, 서 부사장도 사내이사에 오르지 못했다.
KT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서창석 부사장 외에 송경민 KT SAT 대표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즉, 당시까지만 해도 KT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3인의 사내이사와 7인의 사외이사 체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KT는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면서 사내이사를 대표이사 포함한 2인으로 줄이게 됐다. KT 관계자는 “지난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내이사 수가 기존 3인에서 2인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송경민 대표가 낙마하고, 서창석 부사장이 살아남았다. 이는 KT 비상경영체제를 수습할 김영섭 후보자의 파트너로 서 부사장이 선정됐다는 의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서 부사장의 라인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표 교체기마다 사내정치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KT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사내이사 자리를 두고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판에 대표이사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은 말할 것도 없다. KT는 지난 7월 28일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3인의 명단이 공개된 후 그간 물 밑에서 벌어지던 암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명 ‘김영섭 지라시’다. 해당 지라시에는 ‘김영섭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IT 카르텔 핵심 계보원’ ‘KT가 LG맨 재활센터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KT 내부 인사가 면접을 앞두고 뒷공작을 위해 만든 문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영섭 후보자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지만 KT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김 후보자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LG CNS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중 LG유플러스 경력에 대해 KT 내부의 우려 시선이 존재한다. 유선통신 1위 사업자 KT가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 출신을 대표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전 KT 회장의 사례가 있지만 삼성은 압도적인 국내 1위 기업이고, KT가 ‘삼성 DNA’를 전수받는다는 기대감도 있었다”며 “국내 IT 기업 중 가장 공채 순혈주의가 강한 KT 직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3위에게 배울 것이 있겠느냐’는 냉소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구조조정 이뤄질까
KT 내부에서는 김영섭 후보자가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이라는 것도 불안요소로 거론한다. KT는 이석채 전 KT 회장, 황창규 전 회장 등 외부 출신 대표가 등장할 때마다 구조조정을 겪었다. 김 후보자 역시 구조조정 전문가 출신이며 LG CNS 대표 재직 당시에도 매서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ATM(자동화기기) 사업부를 매각하고, 유세스파트너스와 에버온 등 자회사를 연달아 팔았다. 그 결과 LG CNS 임직원은 2015년 말 6505명에서 2017년 말 5314명으로 18.3% 줄었다.
KT는 지난해 말 기준 총 85개 계열사를 지니고 있다. 이 중에는 기능이 겹치거나 유명무실한 해외 법인들도 많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KT IS와 KT CS는 모두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KT 러시아 법인은 사실상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KT 직원은 본사만 2만 명이 넘고, 계열사를 포함하면 총 5만 8000명에 달한다. 10%만 감원해도 5000명이 넘어선다.
KT 이사회도 김영섭 후보자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뒷말이 나돈다. KT 이사회는 김 후보자를 택한 이유 중 하나로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 체계 정착 및 기업문화 개선 의지”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순혈·보신주의 혁파를 주문했다는 해석이 따른다. 김영섭 후보자는 대표 선임 후 임원 인사로 개혁 의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2021년 말 이후 제대로 된 임원 인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일요신문은 KT에 향후 구조조정 진행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지만 KT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T가 올해 2분기 예상을 뒤엎고 좋은 실적을 거둔 것도 김 후보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새로운 대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분기 ‘빅배스’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의외로 좋아 3분기에 빅배스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배스란 회계 처리 방법 등을 변경해 이익 하향 조정을 위한 회계 처리를 대규모로 수행하는 일을 뜻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T에 대해 “2분기 빅배스가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아직 새로운 대표가 오지 않았고 실적을 털어내야 할 임원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도 세부사항을 뜯어보면 좋지만은 않다. KT의 인프라 투자가 줄었고, 전체 이동통신 회선 수에서는 LG유플러스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무엇보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부터 추진한 인공지능(AI)과 콘텐츠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김영섭 후보자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KT가 주목받았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비통신 사업 성과였다”며 “언론에서는 신사업보다는 통신 본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방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