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시즌 30홈런 61도루…NL MVP 사실상 예약
아쿠냐는 전날까지 올 시즌 홈런 29개와 도루 61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홈런으로 올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아 MLB 최초로 한 시즌 30도루-6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앞서 에릭 데이비스(1987년)와 배리 본즈(1990년)가 두 차례 30홈런-50도루를 달성한 적은 있지만, 홈런 30개를 치면서 도루 60개를 해낸 타자는 아쿠냐가 역대 처음이다.
아쿠냐는 1회 첫 타석부터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어 2회 1사 만루 두 번째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다저스 선발 린스 린의 5구째 직구(시속 151㎞)를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이 됐다. 빅리그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이었다.
아쿠냐는 2018년 내셔널리그(NL) 신인왕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입단 2년째인 2019년엔 애틀랜타와 최대 10년 1억 3400만 달러(약 1765억 원)에 거액의 장기 계약을 해 가치를 인정 받았다. 계약 당시 22세였던 그는 첫해부터 2012년의 마이크 트라우트(당시 21세·LA 에인절스) 이후 최연소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면서 구단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했다.
다만 2021년 5월 경기 도중 오른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시즌을 조기 마감해야 했다.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MVP 레이스를 펼치던 시즌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워낙 심각한 부상이었던 탓에 그 여파가 지난 시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아쿠나는 올 시즌 마침내 후유증을 털어내고 '100%의 재능'을 다시 발휘하기 시작했다. NL '4월의 선수'와 '6월의 선수'를 휩쓸면서 사상 최초로 전반기에 20홈런-40도루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반기엔 결국 30홈런-60도루라는 전인미답의 이정표까지 세워 올 시즌 NL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사실상 예약했다.
이제 아쿠냐는 남은 시즌 동안 역대 최초의 40홈런-60도루 기록에 도전한다. 40홈런을 넘기면서 도루 50개 이상을 해낸 타자는 MLB 역사에 아무도 없었다. 호세 칸세코(1988년), 배리 본즈(1996년),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의 40홈런-40도루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