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불확실하지만 투자 접으면 글로벌 경쟁 밀려…네이버 “B2B 모델로 수익화”
#카카오 AI 투자비용 문제없나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르면 오는 10월 초거대 AI ‘코GPT2.0’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코GPT2.0을 카카오톡과 SM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휴먼 등에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은택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코GPT2.0은 튜닝을 통한 검증 중으로 매개변수(파라미터) 60억~650억 개까지 다양한 모델을 테스트해 합리적인 비용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홍은택 대표가 언급한 매개변수는 AI 성능 척도로 꼽히는 학습 데이터량을 뜻한다. 매개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다. 일례로 챗GPT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적용한 GPT3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매개변수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답변의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므로 그만큼 많은 컴퓨팅 파워와 전력이 필요하다. 즉, 카카오는 ‘비용 최적점’을 찾고 있는 셈이다.
AI 시대를 앞둔 카카오의 가장 큰 고민은 비용이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AI 관련 투자 증가로 카카오의 ‘뉴 이니셔티브(신사업) 손실 규모가 연간 3000억 원 후반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배재현 CIO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AI 모델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수수료 지출이 증가하면서 카카오브레인 영업손실이 확대됐다”며 “AI 관련 연구개발 인력 증가와 LLM(거대 언어모델) 개발에 따른 인프라 수수료 증가로 하반기 투자비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803억 원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AI 관련 투자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AI 학습을 위해 지불해야 할 클라우드 서버 비용도 뼈아프다. AI 개발에 따른 부담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 424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카카오가 지난 3월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 실적을 제외하면 카카오의 성적표는 더욱 나쁘다. SM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8040억 원, 10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 41% 감소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뉴이니셔티브의 AI 관련 인프라 상각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하반기 AI 타임라인을 제시한 네이버에 비해 아직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하반기에는 막대한 비용을 납득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꼭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AI의) 수익화·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비슷한 고민
네이버도 고심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로바X는 초거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외부 IT 기업들도 하이퍼클로바X를 사용할 수 있도록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개방했다. 네이버는 검색은 물론 쇼핑, 광고, 금융 등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매개변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2021년 공개한 전작 하이퍼클로바 대비 하이퍼클로바X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는 “오픈AI의 GPT3.5보다 한국어 자료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며 “GPT3.5 대비 75% 정도 승률을 보인다”고만 설명했다.
네이버는 AI의 실력 척도인 매개변수는 언급하지 않고, 한국어 학습량만 공개한 것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국산 제품이므로 한국어는 당연히 앞설 수밖에 없다. 실제 성능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글 기준으로도 GPT3.5 대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거나 답변량이 적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할루시네이션’이 자주 발견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네이버가 그간 AI 개발에 투입한 자본은 1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연간 인건비만 1500억 원, 인프라에 3000억 원, GPU 구매에 1500억 원 등 연 6000억 원가량이 쓰인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8조 22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3046억 원이다. 네이버 역시 카카오와 유사하게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AI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개발한 초거대 AI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IT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AI 수익 창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MS의 투자를 받은 오픈AI도 챗GPT 비용 부담에 일반 사용자에게 투입하는 자원을 줄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AI가 내세우는 ‘한국어 기반’도 결국 한국어 사용자와 국내 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는 냉소적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AI 번역 기술의 발전을 감안할 때 한국어 기반이라는 장점도 무색해지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결국 네이버와 카카오가 개발 중인 초거대 AI는 네이버와 카카오 자체 서비스 개선에만 쓰일 공산이 크다는 비관적 관측도 많다”며 “AI를 외부에 판매하지는 못하더라도 실제 서비스에 적용돼 새로운 시장성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AI 수익화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모델로 다른 기업에게 하이퍼클로바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는 방식이며 게임사나 금융사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어랑 영어 기반의 로컬라이징(현지화) 모델을 선보인 것이며 로컬라이징 모델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효할 것으로 본다. 로컬라이징 모델이 효율을 보이면 일본이나 중동, 동남아시아 등 수요가 있는 국가에서도 해당 모델 구축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