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두 차례 전원회의 끝에 결론만 남겨…세아그룹 “공정위에 오해 충분히 소명”
공정위는 2021년부터 세아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과 부당지원 행위 여부를 조사해왔다. 이와 관련한 전원회의는 지난 8월 9일과 16일 두 차례 개최됐으며 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세아그룹 계열사들은 오너 일가의 회사와 거래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승계 작업을 하면서 오너 일가 회사와 지분이나 사업 양수에 대한 거래가 활발했다.
세아그룹은 2013년 3월 이운형 선대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그의 아들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으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당시 세아그룹은 이운형 선대회장과 그의 동생 이순형 회장이 공동경영을 했다. 당시 회장직은 이운형 선대회장이 맡았지만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세아홀딩스 지분 구조를 보면 이운형 선대회장(17.95%)과 이순형 회장(17.66%)의 보유 지분율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현재 세아그룹 승계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이태성 사장은 45% 가까이 되는 지분(이태성 사장 개인회사 에이치피피 지분 포함)을 확보한 세아홀딩스를 통해 세아베스틸지주, 세아특수강, 세아네트웍스, 브이엔티지, 세아엠앤에스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순형 회장과 그의 아들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은 지분 과반(간접지분 포함)을 확보한 세아제강지주를 통해 세아제강, 세아스틸인터내셔날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이태성 사장은 아버지 이운형 선대회장 별세 이듬해인 2014년 투자회사 성격의 에이치피피를 설립했다. 이후 이태성 사장과 그의 아내 채문선 씨는 유상증자를 통해 800억 원가량을 투입했다. 현재 이태성 사장과 채문선 씨가 보유한 에이치피피 지분율은 각각 93.2%, 6.8%다.
눈길을 끄는 점은 에이치피피와 계열사 간 관계다. 에이치피피는 2015년 11월 스텐관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씨티씨의 지분 100%를 한양이엔지와 특수관계자에게서 31억 2500만 원에 매입한 후 씨티씨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그룹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이 2019년 씨티씨를 새로 설립하고, 에이치피피의 스텐관 사업부문을 100억 원에 매입했다.
이태성 사장은 개인회사 에이치피피를 통해 '씨티씨 거래'로 3년여 만에 3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또 에이치피피가 씨티씨를 흡수합병해 '스텐관 사업부문'으로 두고 세아창원특수강이 같은 이름의 '씨티씨'를 설립해 이를 인수한 것으로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에이치피피에 인수됐을 당시인 2015년 옛 씨티씨의 매출은 62억 원에 불과했지만 에이치피피가 스텐관 사업을 양도했을 당시인 2019년 9월 해당 부문의 매출은 140억 원까지 늘었다. 4년 만에 매출액이 2배 넘게 증가했다. 씨티씨의 매출 성장 과정에서도 그룹 계열사와 거래가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씨티씨는 원재료를 주로 세아창원특수강에서 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태성 사장은 '씨티씨 거래'로 얻은 자금은 에이치피피가 세아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일부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피피는 세아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2023년 2분기 말 기준 지분율을 9.38%까지 끌어올렸다. 이태성 사장 입장에서 직접 세아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것보다 에이치피피를 통해 세아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향후 세아홀딩스의 배당금을 수취할 때 세금 감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비상장법인이 50% 미만의 지분을 확보한 기업에서 배당을 받는 경우 수익 배당금의 30%는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 수익금에서 제외된다. 현재 에이치피피의 출자금 대부분은 계열사 등의 지분 매입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이치피피가 세아홀딩스 지분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410억 원 규모다. 에이치피피의 총 출자금의 절반가량의 액수다.
그룹 재편 과정에서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사장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에이팩인베스터스(이순형 회장 지분율 78.02%, 이주성 사장 지분율 20.12%)를 통해 지배력을 높인 것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순형 회장, 이주성 사장, 이태성 사장, 이태성 사장 어머니인 박의숙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주요주주로 있던 에이팩인베스터스는 2015년 6월 감자를 단행했는데 이태성 사장과 박의숙 이사장이 지분을 소각 처분하고 각각 706억 원, 267억 원의 현금을 받으면서 사실상 이순형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가 됐다.
이 대목에서 세아그룹이 활용한 방법이 인적분할이다. 옛 세아제강은 2018년 9월 인적분할을 단행했는데, 기존 세아제강은 세아제강지주(존속법인)가 되고 신설법인 세아제강을 분할설립하면서 옛 세아제강(세아제강지주)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신설법인 세아제강 지분을 지급했다. 기존 주주들은 갖고 있던 세아제강지주 지분만큼 세아제강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그 결과 옛 세아제강 지분 11%가량을 가지고 있던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세아제강지주와 신설법인 세아제강 지분을 각각 11%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존속법인 세아제강지주는 신설법인 세아제강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설법인 세아제강 지분을 현물출자하면 그에 상당하는 가치만큼 세아제강지주 신주를 발급해 지급하는 것. 에이팩인베스터스는 가지고 있던 신설법인 세아제강 지분을 모두 세아제강지주에 넘기고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받았다. 그 결과 에이팩인베스터스가 확보한 세아제강지주 지분율은 19.36%까지 상승했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사장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세아제강지주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인적분할 전 세아제강 지분을 각각 11.34%, 11.20% 가지고 있던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사장은 인적분할 후 받은 신설법인 세아제강 지분을 세아제강지주에 넘기고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11.66%, 18.42%로 늘렸다. 이순형 회장이 이주성 사장보다 지분율이 적게 오른 것은 모든 신규 세아제강 지분을 넘긴 이주성 사장과 달리 이순형 회장은 지분을 남기고 유상증자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순형 회장의 세아제강 지분율은 7.82% 수준이다.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10년간 세아그룹은 이운형 선대회장 별세 후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이와 관련돼 진행된 승계에 문제가 없는지 공정위가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결론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아그룹 측은 “이번 건과 관련해 공정위가 전원회의 의결을 남겨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아그룹이 특수관계자에 부당이익을 몰아줬다는) 공정위의 오해를 충실히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