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금 대비 손실 예상, 당장 매각 어려운 회사도 여럿…한전 “재무건전성 확보 위해 최선”
9월 8일 한전은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주식 매각을 위한 자문회사 선정에 나섰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는 특허권을 사고팔거나 로열티 등을 거래하는 IP(지식재산권) 전문기업이다. 앞서 2011년 한전은 50억 원에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주식 100만 주를 취득했다. 이후 감자 등을 거쳐 현재 한전이 보유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주식은 20만 주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이 보유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지분율은 6% 수준이다.
한전이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자금을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영업이익은 126억 원으로 2021년(72억 원) 대비 75% 증가했다. 한전이 보유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지분 취득가액은 50억 원이지만 장부가액은 9억 5400만 원으로 크게 하락한 상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부가액이 현재 시장가격은 아니기 때문에 손실 혹은 이익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전이 국내 출자법인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워낙 한전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손실은 32조 6552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8조 4500억 원이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외에도 한전은 국내 출자 법인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한전은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출자 법인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이 수익창출 목적으로 출자한 국내 법인은 △켑코이에스 △켑코솔라 △한국해상풍력 △제주한림해상풍력 △희망빛발전 △한전산업개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대구청정에너지 △켑코우데 △카페스 등이다. 한전의 이들 기업 지분 최초취득액 총액은 3500억 원 정도다. 한전은 한전산업개발을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 회사에서 아직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했다.
물론 지분 매각에 성공한 사례는 있다. 한전은 지난해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지분 전량을 매각해 17억 원에 처분했다. 한전은 2015년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28억 원을 출자해 2021년 말 기준 지분 17.5%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2015년 설립됐다. 한전과 KT,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법인 설립에 참여했다.
하지만 국내 출자 법인 중에는 투자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켑코이에스, 제주한림해상풍력, 대구청정에너지, 켑코우데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켑코이에스는 2021년 대비 적자 전환했으며, 나머지 세 기업은 2021년보다 영업손실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해상풍력, 제주한림해상풍력, 희망빛발전, 대구청정에너지, 켑코우데는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면서 자본잠식에 접어든 상태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매각을 추진해도 제값을 주고 팔기 어려운 셈이다.
매각이 성사될지도 미지수다. 2020년에도 한전은 대구청정에너지 지분 28%를 매각하는 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대구청정에너지는 한전, LG CNS, 대성에너지 등이 2017년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한전은 1억 4000만 원을 출자한 바 있다.
청산 및 해산에 이르는 국내 법인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한전 이사회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기술 도입 및 사업 개발을 위해 2011년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그룹의 우데사와 합작 설립한 켑코우데 법인을 해산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켑코우데 장부가액은 2억 원으로 취득가액(77억 원) 대비 크게 줄었다. 당시 한전 이사회는 “경제성과 정부 정책의 변화로 불가피하게 해산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밀어주면 한전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정부가 해외 자원 투자를 강조하면 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식이다. 전문 인력이 아닌 사람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전 내부적으로도 투자 결정과 회수에 책임감이 크게 없다”며 “지분 매각을 하려면 (해당 법인의) 경영 상황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매각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전 적립금이나 자본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매각금액이 취득금액보다 낮을 가능성은 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답변이 어렵다”며 “출자회사의 출자금 회수전략이나 계획은 공개가 불가능하다. 현재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옥 매각도 임대도 뜻대로 안 되는 한전
한전은 자산효율화 일환으로 지방에 산재한 사옥과 사택, 업무지원시설 등 부동산 매각과 임대를 추진 중이다. ‘매각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것이 한전의 원칙이다. 2021년 한전이 재정건전화계획을 통해 부동산 매각 계획을 밝힌 후 제주전력지사, 제물포지사 사옥, 제주본부 사택 등은 매각이 완료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매각에 난항을 겪는 곳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한전 경기북부본부 구사옥은 7번 유찰됐다. 세종지사 사옥도 2번 유찰됐다.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대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한전 서수원지사 3층 업무시설 일부 공간, 남양주지사 1층, 서울 중구 명동 상가용 및 업무용 건물, 하남지사 3층 일부 업무시설, 서대구지사 별관 3층 임대 공고도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영향이 있어 보인다”며 “임대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주요 업무지구 중심으로만 회복됐다. 특히 지방은 일자리가 많지 않아 그만큼의 사무실 수요도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 또 경기 상황도 예년만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취임 후 한전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방 후보자는 지난 9월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기요금) 인상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재무개선 계획을 세워 이행 중인데 추가로 필요한 재무 조정이 있으면 다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