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취는 순전히 운’ 불안·의심…긍정적인 면 주목하고 성과 기록, 의견 잘 주고 받는 습관 들여야
의외로 가면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많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가면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여성이나 소수집단 사이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불안한 심리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데 있다. 스스로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성취욕을 잃거나 더 심한 경우 자기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메일온라인’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소개하는 가면 증후군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케빈 코클리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를 최소화하거나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심리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심리 현상이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 가능한데도 말이다. 코클리와 연구진들은 또한 이런 심리 상태가 불안과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반드시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 사례를 글로 기록하라
아무리 작더라도 자신이 이룬 소소한 성취 목록들을 글로 작성해본다. 이렇게 하면 스스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너무 큰 성과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의 심리학자인 캐롤린 루벤스타인은 “상을 받는다거나 외부에서 어떤 업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부적인 특성, 혹은 내부적인 것들이 어떻게 당신이 지금의 자리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또한 “사람들은 대개 성공보다는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실패는 내재화하고, 제대로 하고 있는 건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내가 잘한 것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글로 적는 것이다. 코클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와 업적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때로는 아예 잊어버리기도 한다. 만일 그 성과들을 글로 기록한다면 자신이 실제로 매우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글쓰기 형태는 목록을 나열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일기 형태일 수도 있다. 꼭 매일이 아니어도 좋다. 매주 또는 매달 꾸준히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앞당겨서 작업을 일찍 완수한 경우, 중요한 회의에서 발표를 했는데 성공한 경우 등 다양한 성취 목록을 글로 꾹꾹 눌러 써보아라.
#말을 더 많이 하라
루벤스타인은 “스스로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때는 보통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경향이 있다. 나의 의견이나 신념을 우선 나부터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떤 말을 입 밖으로 낼 만큼 충분히 스스로를 믿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루벤스타인은 “그럴수록 말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매주 회의에 참석해서 하고 싶은 말이나, 혹은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목록으로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 업무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다.
이렇게 목록을 작성하면 말을 더 많이 하도록 스스로에게 의무를 부여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속한 사람이고, 내 목소리가 여기에 속해 있다고 느끼게 되며, 스스로 내 목소리를 믿을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지 말라
가면 증후군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면을 과장 또는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루벤스타인은 말한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실이나 증거들은 대부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부정적인 것은 무엇이든 혀끝에 올려 말한다. 아마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긍정적인 측면에도 같은 정도로 주목하려고 노력해 보라”고 충고했다.
또한 그는 이를 가리켜 “마치 뇌 속에 형광펜을 그어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너무 자주 사과하지 말라
루벤스타인은 “가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기꾼이라고 느끼거나 충분히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으면 계속해서 사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습관적으로 사과를 하는 건 결코 좋지 않다. “사과는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시키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심어준다”고 루벤스타인은 말했다.
그럼 어떤 경우에 사과를 할까. 루벤스타인은 “실제로 사과가 필요한 경우에만 사과하라”고 말한다. 가령 명백한 실수를 한 경우나 누군가의 이름을 잘못 부른 경우 등이 그렇다. 반면, 결재 서류를 제출할 때 글꼴이나 용지 선택이 올바르지 않다고 해서 즉시 사과하는 건 옳지 않다.
사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오히려 상사나 동료들이 당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라
가면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종종 고민을 혼자서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코클리는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거나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이 매우 치열한 환경에서는 자칫 가치 없는 사람으로 보이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믿는 동료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클리는 “가면 증후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아마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런 감정과 싸우고 있거나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직업적인 환경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너무 솔직한 경우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의 저자인 트레이시 마크스는 “너무 솔직하면 아무리 당신이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능력을 믿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즉, 어떤 사람들은 옆에서 항상 등을 다독일 필요가 없는, 스스로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라며 주의를 요했다.
반면, 어떤 상사는 다른 상사보다 가면 증후군이 있는 직원을 관리하는 데 능숙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직장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루벤스타인은 “직장 안과 밖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직장 동료뿐만 아니라 친구나 다른 그룹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라
루벤스타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여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에는 작은 도움부터 요청해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면 당당하게 설명을 요구하라. 루벤스타인은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게 일반적이다. 모든 걸 전부 다 아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만일 가면 증후군이 당신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정신 건강을 악화시키기 시작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코클리는 “특히 당신이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일상에 방해를 받는다면 종국에는 이런 감정들이 우울증과 불안감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