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후 2번 빼곤 모두 여당 승리, 대통령 구심점 여부 따라 희비 교차…2016년 진박 공천 재연 우려도
#총선, 여당 승률 높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 치러진 1988년 4월 26일 제13대 총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정의당이 34%로 1위를 차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통일민주당 23.8%,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평화민주당 19.3%, 김종필 전 총리(JP)의 신민주공화당 15.6% 순이었다. 겉모습은 여당 1위였지만 다당제 체제로 진행되다보니 다수 야당이 여당을 포위하는 여소야대 형국이었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 이후인 노태우 정부 말기 1992년 3월 24일에 있었다. 3개 정당이 뭉쳐진 민주자유당이 38.5%, DJ의 민주당이 29.2%, 통일국민당이 17.4% 득표율 순을 기록하면서 집권 여당이 1당이 됐다.
김영삼 정부 임기 후반기인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34.5%, DJ의 새정치국민회의 25.3%, JP의 자유민주연합 16.2%, 통합민주당이 11.2%의 득표율을 각각 거두면서 여당이 1당이 됐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4월 13일의 제16대 총선은 여당 승리 경로가 이탈하는 첫 사례가 된다. DJP 공동정부가 총선 직전 결별한 가운데 제1야당 한나라당이 38.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수위 정당이 됐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35.8%, JP의 자유민주연합은 9.8%,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공천 배제에 반발한 인사들이 급작스럽게 만든 민주국민당이 3.6%의 득표를 올렸다.
노무현 정부 임기 초반인 2004년 4월 15일 제17대 총선은 여당 프리미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작용까지 가세하면서 집권당 열린우리당이 38.3%의 득표율로 1위 정당이 됐다. 한나라당 35.8%, 민주노동당 13.0%, 새천년민주당 7.1%의 득표율을 각각 얻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반 허니문 기간인 2008년 4월 9일의 제18대 총선도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37.4%의 득표율을 가져가면서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득표율 25.2%)을 따돌렸다. 친이 공천에 반발해 급조된 친박연대가 13.2%의 득표율을,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자유선진당이 6.9%, 민주노동당 5.7% 순이었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인 2012년 4월11일 제19대 총선은 당시 미래 권력으로 꼽혔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42.8%의 득표율을 올리면서 과반이 넘는 152석을 가져갔다. 제1야당 민주통합당은 36.5%의 득표율로 127석을 얻는데 그쳤다.
선거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대통령 위상이 예전만 못했던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에선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어 2번째 여당 패배가 나왔다. 선거사령탑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진박 공천’ 파동에 휩쓸려 심한 내홍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을 꺾었다. 민주당은 41%의 득표율로 123석을 가져가면서 40.6% 득표율로 122석을 얻은 새누리당을 비록 근소한 차이지만 앞질렀다.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12.6% 득표율로 38석을 획득하는 돌풍까지 일으키면서 여당은 체면을 구겼다.
여당 총선 승리 관성은 2020년 총선 때 원상회복됐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로 휘청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위성정당 창당 사태에 대한 따가운 비판까지 맞았지만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60%의 득표율로 180석이라는 의석을 가진 공룡정당으로 올라섰다.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흩어졌던 보수세력을 총규합하는 총력전을 폈지만 34.33%의 득표율로 103석을 가져갔다.
2020년 총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집권여당에 대한 힘 실어주기 정국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이기도 했고 제1야당이 공천까지 엉망으로 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당시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명도에 도전장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에 울고 웃는다
역대 총선에서 여당이 높은 승률을 보인 것은 현직 대통령 위상이 선거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에 대한 심판과 견제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대통령에 대한 관심과 동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지지를 총선 경쟁에서 유권자들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강력한 구심점을 이어가고, 이를 능가하는 인물이 야당에 부재하면 여당은 총선 경쟁에서 이겼다. 반대로 현직 대통령 구심점 정치가 흔들리고 이를 대체해줄 인물 대안이 야당에 존재하면 여당이 패배하는 사례가 나왔다.
2016년 여당이 패했던 20대 총선을 보자. 민주당은 당시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과감한 개혁 공천 전권을 부여하면서 실망감을 키워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웠다. 집권 후반기 피로감에 측근 심기 공천 파동까지 불러온 현직 대통령의 권력에 상처가 난 틈을 대안세력이 확실히 메워주면서 여당이 야당의 세에 눌린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제16대 총선이 여당 승리 경로 이탈 첫 사례가 된 것도 1야당에 이회창 총재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DJP연대가 파열음을 보이자 이 총재가 입지를 다졌고, ‘정치9단’ 김대중 대통령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 임기 초반의 ‘승리 관성’에도 기대를 나타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이긴 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연거푸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힘도 2022년 대선 승리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바 있다. 내년 총선도 이런 방식으로 기존 경로에 올라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구조상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많은 여당 의원들이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의 전망이다.
“정치는 경로의존성이 굉장히 강하다. 2020년 총선은 민주당이 별로 잘한 것도 없었고 비판 여론도 컸는데 압승을 했다. 그런데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 예기치 않은 LH사건이 갑자기 터지면서 기존 경로가 붕괴되고 제1야당 우세로 바뀌면서 국민의힘이 이후 선거 연전연승에 이르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큰 생채기가 나지 않는 한 이 관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공천 갈등 관리가 최대 과제
구조적으로 유리하고, 더욱이 민주당은 대표 리스크로 인해 내부 분란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많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조심스럽게 선거 승리를 점치는 배경이다. 그러나 공천 갈등의 수위와 파장 등에 따라 선거 지형은 요동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공천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인 셈이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선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포용적 측면도 상당 수준 가미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당 주류와 각을 세웠던 안철수 의원을 서울 강서구청장 선대위에 투입하는가하면,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낯빛을 붉혔던 나경원 전 의원도 품어주며 같은 자리에 보내는 모습이 목격되는 것도 이 근거다.
일각에서 제기돼온 것처럼 ‘검사 공천’ ‘친윤 공천’ 등은 2016년 사례가 투영됨에 따라 최대한 자제되고 절제되는 전략적 선택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지만 나온다. 총선 실패는 곧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로 직행하는 결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처럼 행동하지 못할 것이란 한계론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콘크리트 지지율에 대구·경북 등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어서 정치적 자신감이 남달랐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있는 윤 대통령은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선거 구조상 유리한 상황에서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