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김행 난타 당해 강서구청장 보선에도 악영향…조정훈 등 영입 인사 면면에 보수진영조차 쓴소리
#개각 반찬으로 추석밥상 먹구름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전광훈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와 강연 등에 최소 12번 이상 참석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물론, 이런 종류의 행사에 나가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 알려지면서 ‘아스팔트 우파’로 몰렸다. 여기에 신 후보자는 중도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친일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조갑제닷컴’ 누리집에는 2019년 8월 24일 열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 예비역 장군 신분으로 연단에 올랐던 신 후보자의 연설문 전문이 올라와 있다. 신 후보자는 당시 문재인 정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강하게 규탄하며 “우리는 매국노의 상징으로 이완용을 비난하지만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당시 연단에 오른 신 후보자는 연설문을 요약해 발언했고 이완용 언급 부분은 생략됐다. 연설문 전문은 집회 나흘 뒤 신 후보자 이름으로 조갑제닷컴 누리집에 게재됐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신 후보자는 절대 안 된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 2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신 후보자에 대해 “신 후보자가 을사늑약을 체결한 매국노 이완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옹호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때 우리나라가 저항했다 하더라도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서 독립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는 친일 식민 사관도 확인됐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까지 친일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통일부 장관의 논문까지, 식민사관이 이 정부의 국정운영의 이념적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후보자가 과거 한 극우 보수 성향 집회에 나가 “문재인의 멸망을 기다리고,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것 등도 민주당의 집중 타깃이 됐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개각 직후인 9월 14일 국회 브리핑에서 “정치깡패나 할 법한 발언을 한 사람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게 맞나”며 “야당이 현직 대통령에게 같은 말을 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정치적 갈등이 폭발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4억 원의 고액 재산 신고를 한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난타를 당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 백지신탁 명령을 받은 주식을 팔았다가 되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꼼수 매각’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같은 당 소속 김웅 의원까지 9월 17일 SNS에 글을 올려 “직함도 유지하고 월급까지 받았는데 나중에 되사기까지 했다. 99.9% 주식 파킹”이라며 “통정매매이자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도 쏘아붙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산 162억 원을 신고한 유인촌 후보자는 일단 야권의 집중타 과녁에서는 빠져 있다. 그렇지만 고액 재산 신고를 하면서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정밀 검증이 예고돼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때 같은 보직의 장관을 했다는 점에서 ‘흘러간 인사’라는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추석 밥상에 더욱 민감해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도 있지만 내년 총선의 수도권 바로미터 성격을 갖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일이 추석 직후인 10월 11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면 직후 공천을 하면서 무리한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 속에 김태우 후보를 올렸는데 추석 밥상에서 여론이 나빠질 경우, 보궐선거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
특히 강서구청장 선거는 윤 대통령이 발을 담근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김 후보는 법원의 판결로 구청장직을 잃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사면해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김기현 대표는 9월 21일 서울 강서구 곰달래 문화복지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자리에서 김태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대통령이 신임하는 여당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이 선거 중심에 소환한 셈이다.
#꼭 지금 했어야 했나
여권 물밑에서는 개각을 추석 전에 꼭 해야 했느냐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청문회 및 국회 동의 표결 절차도 예정돼 있었는데 개각까지 하면서 추석 밥상을 맞는 여권의 부담을 키웠다는 것이다. 당초 많은 여권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추석 이후 개각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치권에서는 명절 코앞에는 논란을 부를 정치 행위를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2011년 8월 3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류우익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으로 교체하는 등 개각을 하기도 했지만 당시는 명분이 있었다. 지나친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야당의 총공세가 이어졌고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개각 카드를 빼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때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내세웠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정국이 오 시장 사퇴 국면에 빠져들었던 비상시국이었다. 당시 추석은 이 사태로 인해 ‘정치 추석’으로 명명되기도 했고 이 전 대통령은 정국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개각을 단행했다.
추석 밥상 분위기가 나빠지자 여권에선 책임 소재를 용산이 아닌 당으로 돌리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내년 총선을 대통령 평가로 치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추석 밥상에서의 대통령 때리기를 가급적 줄여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윤핵관’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9월 1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 시사’에 출연,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 교체와 관련해 “우리 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관 교체 건의도 드렸고 추천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기현) 당 대표가 건의했다”면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당이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신 후보자에 대한 방어막도 강하게 쳤다. 이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했다”면서 “탄핵이 (소추)되면 6개월간 대한민국 국방 책임자가 부재하게 된다. 당으로서는 빨리 최고의 국방 전문가를 장관으로 임명해 국방에 공백이 없도록 해주십사하고 건의드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벼르고 있는 신원식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추석 연휴가 사실상 시작되는 9월 27일 열린다. 추석 여론 형성이 시작되는 시점에 신 후보자가 여론의 중심에 서는 것으로 민주당은 모든 화력을 동원하겠다는 각오다.
#인재 영입 반찬도 뒷말
국민의힘이 총선용 ‘인재영입 1호’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영입하기로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9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의원에게 ‘함께하자, 같은 방향으로 가자’고 영입을 제안했다”며 “조 의원이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탈당하면 비례직 상실이 되므로, 흡수 합당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도 이에 화답하면서 9월 21일 국민의힘과 동행 서약식을 갖고 연대를 공식화했다.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은 9월 20일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관료와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직 지방자치단체장, 개그맨 출신 보수 유튜버 등도 영입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을 위한 도전정신’ 입당 환영식을 열어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 등 5명의 입당 환영식을 열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보수 빅텐트’가 될 것이라는 일부의 호평도 있지만 중도는 물론 보수 진영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월 2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조 의원 영입에 대해 “다양하고 많은 분들을 영입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지만 (조정훈 의원을) 1호 영입이라며 막 내세우는 것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가 가장 비판했던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어서 의원직을 시작했고 또 탈당했다가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조 의원을 꼬집었다. 조 의원이 과거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국회에 들어온 뒤 민주당과 합당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제명 절차를 밟아 본 소속인 시대전환으로 복귀하는 등 입당과 탈당을 반복하며 당적만 4번이나 바꿨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조 의원과 관련, 9월 1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리 정치가 좀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의 모습을 보였다. 김 최고위원처럼 조 의원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9월 2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 “정치인이 정당을 바꿀 수 있고 선택을 바꿀 수 있지만, 근거가 있어야 정당화가 되는데 이건 뭐냐 하면 기회주의자”라고 조 의원을 직격했다. 그는 또 “이분이 처음에 민주당에서 위성정당 만들 때 비판했던 분”이라며 “그러더니 딱 6일 만에 위성정당에 들어가서 국회의원이 됐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인재 영입을 보고 실망이 컸다. 참신함도 없고, 감동도 없다. 깜짝 인사를 발탁해 이슈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다. 2030과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인사가 필요한데, 입당을 제안했던 대부분이 거절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이제 지금 당의 현주소다. 뭇매를 맞고 있는 개각보다 나을 게 없다”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