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위증교사 의혹’ 쪼개기 기소 후 추가 기소 가능성…‘이제 와 똘똘한 증거 찾을 수 있을까’ 검찰도 고심
영장 기각으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을 쪼개서 기소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먼저 기소를 하고, 나머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보강 수사를 진행해 기소하는 안이다. 자연스레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법원 리스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적어도 주 2회, 많으면 주 3회 이상 법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에도 ‘수사 방향’ 재정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 수사팀은 추석 연휴에도 출근해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분석 및 향후 수사 진행 방향 재정비에 나섰다. 검찰 측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으로,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제시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관련자 진술과 확보한 증거 등을 재검토하고, 추가로 이뤄져야 할 보강수사 지점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러 혐의들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했다. 법원으로부터 1차 채점표를 받아든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고,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잠정적으로 혐의를 인정한 ‘위증교사 의혹’을 우선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 자체가 단순해 재판이 금방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사건 관련 서류를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위증교사 사건이라는 게 피해자를 불러 증인으로 한 번 신문하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사안이지 않냐”며 “피고인이 검찰 조서들에 대해 부동의한다고 쳐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 물어볼 것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10회 차 안에 재판이 끝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정치인 이재명에게 최대한 빨리 ‘유죄’ 판단을 끌어낼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사건을 기소할 때 나눠서 기소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만일 사건을 쪼개 기소를 한다면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인데 그렇다면 거꾸로 구속영장 청구가 너무 성급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어 윗선에서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보강 수사를 한다면, 대북송금 사건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피의자(이재명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언급한 반면,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수원지검으로 대북송금 사건을 돌려보낸 뒤, 아직 수사 중인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및 쪼개기 불법 후원금 의혹과 함께 추후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청구할 안도 거론되지만, 법조계 전반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두 번째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의 수사에 대한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여 넘게 이뤄진 수사를 통해 증거는 이미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법원을 설득할 ‘똘똘한 핵심 증거’를 지금 찾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다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점도 고려 대상이다. 한 차례 기각되면서 민주당 내 검찰 비판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추가 체포동의안 제출이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검찰 수사가 ‘정치에 개입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검찰에게 부담스럽다.
앞선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장기간 수사를 하면서 수많은 증거를 분석해 추리고 추려 법원에 제출했는데 기각이 된 상황”이라며 “여기서 추가로 대대적인 수사를 다시 펼친다고 해도 법원 판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강수사를 하더라도 총선 100일 전에는 불구속 기소를 하려 할 것이기에 아마 1~2월 전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혐의는 모두 기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사건 판단 때마다 민주당 리스크
이재명 대표가 거의 매일 법원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현재 기소돼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 관련 재판은 모두 2건이다.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는 3월부터 재판이 이뤄지고 있고, 2023년 3월 기소된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은 10월 6일부터 시작됐다.
특히 대장동 사건은 재판부가 기록이 방대하다며 주 2회 재판의 필요성을 거론한 상황이다. 이 대표 쪽 변호인은 주 1회 미만 재판 진행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단식을 진행하며 9월 15일로 예정됐던 이 사건의 첫 재판을 10월 6일로 한 차례 연기됐지만 이 대표 측이 희망한 추가 연기를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빠른 진행을 촉구한 셈이다.
여기에 보태 위증교사 혐의를 쪼개서 기소하고,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까지 추가 기소할 경우 이 대표는 일주일에 최소 2일, 많게는 3~4일도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 주1~2회, 허위사실 공표 혐의 격주 1회, 위증교사 혐의 격주 1회,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주 1~2회라고 가정하면 적어도 한 주에 2회, 많으면 3~4회도 출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건 하나하나의 판단이 나올 때마다 민주당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고 거꾸로 검찰과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 기소 범위와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